16화

'넌 짐승보다 못하다는걸 아직도 모르겠느냐!!'

퍽!!

'윽...'

'손톱 세우지말고 얌전하게 굴어.'

뻗어오는 손... 더러운 몸뚱아리.. 몇명인지 가늠도 안되는 목소리.. 가려진 눈...

'자 어서 물어. 어서 우릴 만족시켜.'

한껏 달아오른 목소리와 뜨거운 무언가가 입 안으로 밀어넣어지고.

'말캉하니 좋구나..'

바로 머리 뒤에서 내뿜어지는 숨과 가슴에 닿아오는 두개의 손.

'좀 더 벌리렴.'

깔고 앉은 얼굴에서 나온 혀는 중심을 향해 뻗어오고 두개의 손은 엉덩이를 잡는다.

'어허 손이 비어있으면 안되지.'

손에 쥐어진 뜨거운 무언가와 사방에서 들리는 거친 숨소리와 욕하는 소리.

끔찍한 지옥에 떨어진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감정없는 인형이 되어 고장나 버려질 날을 기다리는 장난감이 되어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빌었다.

이 세상을 만든자는 어쩜 이리도 무책임한것인가...

'읍...으읍...!'

'좀 더 제대로 혀를 움직이란 말이야!!'

찰싹-!!

회를 거듭할수록 내가 깨닫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나를 위한 신은 없어.'

내가 원하는 신은 이 세상엔 없다는것을..


+


"우욱..우웨엑..!!"

"시..신아야 괜찮아??"

등을 토닥여주며 청화님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쳐다본다.

몸이 축 늘어져 먹은이 다 소화돼 신물만 뱉어내고 있었다.

"하아..하아..우욱..우웩..!!"

괴로워서 눈물이 났다. 하지만 구역질은 멈추지 않았다.

"젠장.. 그때 말리러 갔어야했는데.."

청화님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또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내가 잠에서 깬건 해가 넘어가고 있는 저녁이였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대충 걸쳐입고 밖으로 나갔다.

란과 청화님은 어딜 갔는지 옥탑방은 예전 모습을 하고 있었고 초라한 옥탑방을 나와 나는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도착한 곳은 시설이 오래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터였다.

"안녕? 오늘은 올 줄 알았어."

네로가 웃으며 인사한다.

"오늘은 날씨 참 좋다."

그녀는 웃으면서 철봉 위에서 뛰어 내려온다.

"어땠어?"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는 나는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있었다.

"그곳은 어땠어?"

그녀가 다시 묻는다.

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할지 안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난 그런 그녀를 꼭 안아줬다.

"뭐..뭐야..!"

생각했던 행동과 달라 당황한 그녀가 날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그냥 서있는다.

"뭘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게 현실인지 아닌지도 솔직히 구분이 안갔어요."

내가 말을 이어나가자 그녀는 가만히 듣기만한다.

"꿈속에서.. 그냥.. 그냥..."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았다.

솔직한 감정을 내뱉자 세상이 멈춘듯 조용해졌다.

"무서웠어요..."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난 요 며칠 꿈속에서 그녀가 되어 그녀가 당했던 모든걸 똑같이 겪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닿지않고 끝을 바라지만 끝이 올거같지 않은 하루.
기댈곳 하나없이 신에게 기도하는 목소리는 끝끝내 모든걸 버렸다.
내가 그녀가 되어 느낀건 구역질난다도 아니였고 세상이 원망스럽다도 아니였다.
오직... 공포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 아아... 아...흑...흐윽..."

그녀가 울기 시작하고 내 옷을 꽉 쥔다.

"알아.. 알아..!! 너무.. 흐윽.. 너무 무서웠어.."

난 꿈에서 봤다.

'이봐요 아저씨 날 가지고 노는게 그렇게 즐거워요?'

'뭐?'

'그럼 우리 조금 더 재미있는거 안할래요?'

'흠.. 뭘 하자는거지?'

'누구의 용기가 더 강한지.'

날카로운 칼날이 반짝이고 그대로 심장을 찌른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아하하... 하하....흐윽...흐윽...'

여기까지 그녀였던 내가 몸이 떨어져 나가며 그녀가 나를 보고 말한다.

'oo시에 ooo 공원 근처의 놀이터에서 기다릴게. 너도 알아줬으면 좋겠어. 사람은 단 한순간의 용기로 모든걸 할 수 있다는걸.'

꿈이 끝나고 일어난 내게 들려져 있던건 날카로운 칼이였다.

"흐윽..흐흑... 흐아아앙!!!!!"

모든걸 각오한 그녀는 딸기 파이 하나에 행복해하던 그때로 돌아간것만 같았다.

"미안해!! 흐아앙..!! 미안해에!!!"

어린애처럼 엉엉 울면서 계속 사과하는 그녀를 그냥 꼭 안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그녀는 울음을 멈추고 날 밀쳐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도 놀랬지만 그보다 더 놀랜건 날아온 화살 때문이였다.

"고양이는 겉으론 강해보여도 속은 무너지기 쉬우니까 조심해. 였던가?"

"류시우..."

"그 이름은 이제 듣기 싫어요."

회색 머리카락. 파란 눈.. 웃는 얼굴이지만 소름끼치게 무섭다.
이런게 살기라는 건가..?

"귀여운 꼬마가 길을 가다가. 쿵! 하고 넘어져 엉엉 우니. 엄마는 달려와 웃으며 달래주네."

남자는 동요같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노래하다 화살을 근처에 던져놓고 작은 잭 나이프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이런 이야기를 바란건가요?"

비웃음을 흘리며 남자가 쭈그려 앉아 우리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그 얼굴엔 그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네로. 그거 알아요?"

남자가 싱긋 웃으며 앉은채로 말한다.

"유신아를 죽이면 소원이 이뤄 진다..나!?"

말을 하던 도중 사라진 남자가 갑자기 내 위에 나타나 잭 나이프로 나를 찌르려고 하고 있다.

"이게 어디서 사기야!!!"

공중에 붕떠서 나를 노리고 있는 남자를 빠르게 캐치한 네로는 점프해서 남자를 발로 차버린다.

옆구리를 발로 차인 남자는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 나무에 박는다.

"으윽..아프잖아요."

하지만 별 타격이 없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남자가 일어난다.

"이 괴물.."

"당신이 할 소리예요? 반인반묘주제에."

남자는 왼쪽팔을 뻗고 오른쪽 손으로 왼쪽팔을 꾹꾹 눌러주며 스트레칭을 하더니 씨익 웃는다.

그리고 그 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남자.

"무르다구요."

바로 내 뒤에 나타나 칼을 들이대는 남자.

네로는 뒤도 안돌아보고 뒷차기로 남자의 칼을 날린다.

"이야. 누가 보면 뒤에도 눈이 달린줄 알겠어요."

"닥쳐."

"까칠해라. 뭐. 좋아요. 그녀석도 오는거 같으니."

"그녀석..?"

"난 아직 그녀석과 싸우기 싫어요. 그러니까 오늘만 물러나줄게요."

"야!!"

남자가 점프 한번으로 벽돌 위에 올라섰고 가기전에 한마디를 남긴다.

"잘 기억해놔요. 유신아를 죽이면 어떤게 손에 들어오는지."

남자가 사라지고 곧이어 란과 청화님이 놀이터에 들이닥친다.

"너 이 고양이 새끼가!!!!!!!"

란은 화가 굉장히 많이 난 상태로 네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네로의 앞을 내가 가로막았다.

"뭐하자는거야."

착 가라앉은 눈이 빨리 그 앞을 비키라고 말하고 있었다.

"란.. 이제 됐어요."

"하지만..!!"

네로는 나와 란을 번갈아 보다 말한다.

"좋은 연인을 뒀구나."

"무슨..!!!"

얼굴이 빨개져서 웃는 네로를 보니 네로는 웃다가 내게 손을 내민다.

"저런 놈보단 내가 더 나을거야. 어때? 고양이 한마리 키우지않을래?"

네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란은 받지말라며 나를 흔들어댔다.

"앞으로 잘부탁해!"

그날은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해가 겨울 어느때보다 길었고 따뜻한 날이였다.

그런날에 네로는 나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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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27 23:53 | 조회 : 1,402 목록
작가의 말
초코냥s

새뱃돈은 좀 들어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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