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나는 힐링카페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여기 주문 좀 받아 주세요~"

"네! 가요!!"

연화님은 엄격하셨지만 상냥하셨고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도 점차 익숙해져갔다.
란은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게 마음에 안들은거 같지만 난 맘에 들었다.
이 곳의 조용함이 이 곳의 향기가 날 포근하게 감쌌다.

딸랑.

벨이 울리고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여자가 들어와 테이블에 앉는다.
창가에 자릴 잡은 여자는 창 밖을 멍하니 쳐다봤다.

"흠..."

자리를 잡고 앉은 여자를 뚫어져라보며 연화님이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하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야. 서빙은 됐어."

"네?"

내게서 쟁반을 빼앗아간 연화님은 턱으로 가리키며 금발 여자에게 가보라고 한다.

"저.. 안녕하세요..?"

내 목소리에 여자는 나를 쳐다본다.

"저..주..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당황해 말을 더듬은게 창피해졌다. 그러다 문득 난관에 봉착했다.

'영어로 말했어야했나..!? 나 영어 하나도 모르는데..!?'

"어..어.. 헤..헬로!?"

당황해서 얼마 알고 있지도 않던 단어를 홀라당 다 지워버렸다.

"...."

여자는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풋..!!"

그러다 크게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하!!"

눈에 작게 눈물이 맺힐정도로 즐거워하던 여자는 살짝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앉을래요?"

'뭐..뭐야!! 한국어 잘하잖아!!!'

쪽팔림에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연화님의 눈초리가 날아와 꽂힘을 깨닫고 자리에 앉았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습니까앙~?"

우리쪽으로 주문을 받으러 온 고양이는 말 그대로 고양이다.
연화님의 애완동물 같은건데 뭐든 만들어내는 신은 고양이에게 인간의 모습을 선물했다고 한다.

"레몬에이드 둘."

"네. 주문 받았습니다앙!"

고양이가 가고 여자는 한동안 창 밖을 내다봤다. 그런 여자를 쳐다보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망설였다.

한참후.

"주문하신 레몬에이드입니당!"

"고마워요."

여자는 레몬에이드를 한모금 마시더니 시다며 몸을 부르르 떤다.

"그러고보니 내 소개를 안했네요."

여자는 자신을 네로 라고 소개했다.

"그.. 검은 고양이 네로..?"

여자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옛날 이야기 하나 들어볼래요?"

여자는 내 앞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소녀가 태어난 나라는 상냥한 나라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손을 내밀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못본채 하지 않는 그런 상냥한 나라.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빗속을 걸으며 축 쳐진 어깨와 중얼거리듯 내뱉는 작은 목소리.

사랑하던 가족과 사랑하던 나라의 사랑스런 한가닥의 목소리.

소녀는 걷고 또 걷고 걸었다.

"제발... 제발..."

점점 더 작아지는 목소리는 그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았다.

'어머 무슨 일이니? 괜찮아?'

'누나! 내가 도와줄게!'

'자 이리와. 같이 가자.'

소녀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박혀버린 돌멩이에 발이 걸려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까진 무릎보다 찢어져 상처난 팔 다리보다 멀쩡히 살아 숨쉬는 심장이 더 아픈 이유를 몰라 소녀는 울었다.

"흑..흐윽...흐으윽..."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혼자 남은 소녀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살려..주세요...'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아니 이건 꿈이다.

꿈 속의 처절한 비명은 내게 무언가를 도와달라고 하는것 뿐이다.

그러니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소녀는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으응.."

하지만 한참후 소녀가 일어났을때 소녀는 다시 한번 절망해야했다.

아주 아주 작은 나라의 백성들은 힘없이 모든걸 짓밞히고 빼앗겼으며 사랑하던 나라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리고 잿더미에 홀로 남은 소녀는 끊임없이 기도했다.

"신은 소녀의 그런 기도를 들어주셔서 소녀는 행복했답니다. 끝."

"...그게 끝이예요..?"

"왜?"

"아니.. 그게..."

솔직히 끝이 좀..

"허무하지?"

"...네..."

소녀가 빌었던 소원에 신은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줬을지가 궁금했는데 네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넌 신이 있다고 생각해?"

"네..있다고 생각해요."

보고도 믿기 힘든 그 신이란 존재가 내 앞에 셋이나 존재했기에 난 고개를 끄덕여야했다.

"그래. 그럼 오늘부터 하나씩. 생각해봐."

"네?"

네로는 일어나 내 이마에 손 하나를 짚었다.

"움직이지마."

묘한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네로의 움직이지 말라는 말은 내게 하는듯 내게 하는말 같지 않았다.

'뭐..뭐야 이 사람...'

"나도 궁금해. 신은 그녀를 어떻게 도와줬을지."

"그..그건..!"

마음을 읽혔다..?

"오늘부터. 하나씩."

네로는 손을 치우고 내게 싱긋 웃어 주고 짐을 챙겨 카페를 나갔다.

"란이 알면 이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겠군. 오늘일은 다물어."

"아..연화님.."

무슨 소리인지는 몰랐지만 연화님이 그렇게 말하니 란을 화나게 할만한 일이 벌어진건 틀림이 없는것 같았다.

"무슨 소리일까요.."

'오늘부터. 하나씩.'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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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1-03 21:04 | 조회 : 1,282 목록
작가의 말
초코냥s

신년입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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