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다시 눈을 떳을때 란은 역시나 울면서 달려왔다.
청화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행이라며 웃어 주셨다.
그리고...

"뭘봐."

처음보는 여자분이 계셨다.

"아. 이쪽은 연화님이야. 널 치료해주셨어."

"..치료요..?"

"기억안나? 너 ㅋ..!!"

퍽!!!

"자자. 몸은 좀 어때?"

란이 무언가를 말하려하자 연화님이 베개를 던져 입막음을 한다.

"아.. 괜찮아요.. 그런데 저 얼마나 자고 있었던 거죠?"

"오늘로 일주일 하고 삼일째 되는 날이지."

".....네?"

벙쪄서 되묻자 연화님은 귀찮다는 듯이 다시 말해준다.

"10일째."

"..그럼.. 알바는..? 학교는..??"

아.. 일어나서 생각하는게 돈 = 생계 라니..

"알바는 잘렸지만 학교는 청화가 대신 가줬어."

"청화님이요? ... 어떻게..?"

"뭐. 이런거지."

청화님은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마시자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 있었다.

"하..학교에서 사고친건 아니죠..?! 싸운건 아니죠!? 막 들켰다거나!!!!"

"진정해. 청화는 지혜의 신이야. 너의 모든걸 꿰뚫고 있었으니까 안들켜!!"

란이 내 어깨를 꾸욱 누르며 침대로 다시 앉힌다.

"...후우..."

진정한 나는 정리 안되는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할것을 꼽아봤다.

"알바.. 다시 구해야겠네..."

"걱정하지마."

청화님이 다가와 머리를 토닥여주며 말한다.

"연화가 일자리를 줄거니까."

"네?"

"연화가 운영하는 카페는 힐링카페로 유명한 곳이야. 학교 끝나고 오후 10시까지만 일해주면 돼."

"누구 멋대로 정한건진 모르지만 뭐.. 귀엽게 생겼으니 서빙으로 써볼까?"

"신아는 요리사로 써도 괜찮을거야."

"그거 기대되는군."

청화님과 연화님은 날 보며 웃는다. 왠지.. 앞으로의 일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만 같다.



+



"너 학교에 가서 정말 아무일 없었어?"

란이 내게 묻는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있었더라.

"뭐. 없었지."

연화에게도 란에게도 비밀이 생기는 날이 올줄은 몰랐는데..

그건 내가 학교에 처음 갔을 때였다.

"선우야! 안녕!!"

항상 먼저 인사하는 신아를 따라 반갑게 인사했다.

"....."

하지만 이녀석은 아무말도 없었다.

"왜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안녕.."

"응? 너 오늘 좀 이상해. 무슨일 있으면 말해!"

"응..."

선우 녀석은 날 어색해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가자 신아에게 여러명이 인사해온다.
내가 인사하자 아이들은 내 책상 앞에 모여 앉아 이것 저것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어제 그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랩 50짜리를 만난거야. 그래서 이 집념의 한국인!!"

"싸웠냐?"

"아니. 도망쳤지."

"으구. 그럴줄 알았지."

별 시덥잖은 이야기들로 아침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이제 곧 있을 봄방학과 다음 학기에 기대하는 얼굴로 하룰 보냈다.

"4교시만 하면 좋을텐데~"

"5교시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으아아아~~ 지친다 지쳐."

중간에 아이들과 헤어지고 선우와 둘이서 하교를 하기 시작했다.

"음.. 너 역시 오늘 뭔가 있지? 말해봐. 들어줄게."

내가 묻자 선우는 내 팔을 잡고 날 멈춰 세운다.

"왜? 무슨일 있어?"

내 질문에 선우는 날 가만히 내려다본다.

"너.. 누구야?"

선우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 거리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선우는 심각한 얼굴로 내 볼을 꼬집었다.

"너 누구냐고."

그의 확신한 표정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별 재미없는 농담을 다하네. 유신아 잖아."

"너.. 신아가 아니야."

너무나도 곧은 믿음에 나는 흥미를 느꼈다.

"흐응? 어째서? 난 니가 아는 유신아가 맞아. 이렇게 난 너를 알고 있고 너의 친구들을 알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것들, 내가 싫어하는 것들, 내 과거도 알고 있지. 이런데도 난 유신아가 아니야?"

"아니야."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거야? 자 봐봐.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유신아라고 해. 그런데 어째서 너는 유신아가 아니라고 하는거지?"

선우는 내 팔을 놨다.
그리고 날 벽으로 밀치고 팔 안에 날 가두고 위협적으로 말했다.

"신아 어디있어."

"거참 말끼를 못알아 먹네. 내가 유신아라니까?"

해맑게 웃으며 말하자. 선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아는 웃지 않아. 그리고 내가 한 질문에 넌 어째서 웃는거지? 신아라면 당황하면서 그 질문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했을거야."

그의 대답에 속에서 뭔가가 꿈틀 거리는게 느껴졌다.

"했을거야. 잖아?"

"뭐?"

"넌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넌 내가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그런 반응을 보여야할 이유는 없어.
넌 내가 나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건 아니잖아?
가령. 난 단걸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 싫어해. 라고 하면 넌 이걸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여태까지 내가 단걸 참고 먹어왔는지 아니면 싫어한다는 말이 거짓말인지 너는 어떻게 판단할건데?"

답지 않게 흥분해 몰아 붙였다. 확실히 이건 신아가 할만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넌 신아가 아니야."

이 올곧음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식이란 가장 냉정하며 가장 정확한 것이다.
안다는것은 힘이 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녀석은 지식도 아닌 '감' 만으로 자신의 행동에 정의 내리고 있다.

'맘에 안들어.'

"그래. 인정해. 난 심술이 부리고 싶은거 뿐이야."

단순한 '감' 일 뿐인 주제에 내가 신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맞춘 이녀석에게 난 심술이 난것 뿐이다.

"그러니 좀 더 심술 부릴래."

손가락을 팅겼다.

딱.

소리와 함께 내 모습으로 돌아갔다.
얼추 비슷해진 키로 그와 눈을 맞췄고 목을 끌어 당겨 키스했다.
밀려 들어가는 혀와 커지는 눈동자가 참을 수 없을 만큼의 희열을 느끼게 했다.
달콤한 키스는 한동안 이어졌고 떨어지고 난 후 난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일주일정도 뒤에는 신아가 올거야. 그때까진 비밀로 해주길 바랄게."

손을 흔들어주며 입술을 닦으며 멍때리고 있는 그를 지나쳐 갔다.

유선우.

저녀석은 자기가 뭔지 알고 있는걸까?

1
이번 화 신고 2016-12-16 23:05 | 조회 : 1,730 목록
작가의 말
초코냥s

당분간 안오면 감기가 저를 덮친겁니다!!! (감기랑 찐하게 배드씬 찍고오겠음)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