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그날은 나답지 않던 날이였다.

"란!!!!!"

"왜."

"제가 제 방에 있던 물건은 가급적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했잖아요!!!!!"

"곰인형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열을내."

울컥.

"아아. 그렇죠. 곰인형 하나겠죠. 란.한.테.는."

"뭐야?"

울컥해서 내뱉은 말에 란이 화가난 얼굴로 나를 본다.

"란은 다른 사람의 기분같은건 안중에도 없죠!?"

"야. 너 말이 좀 심하다?"

"그럴리가요.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예요."

파직, 파지직.
우리 둘은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애시당초에 란은 절 위해 이곳에 있는거 아닌가요?"

"그래. 그게 뭐 어쨌다고."

"제가 정말 필요한건 이런게 아니였단 말이예요!!"

내 말에 란은 울컥해서 소리친다.

"니 소원을 위해서 여기 있는거잖아!!!"

란의 큰 소리에 덩달아 터져버린 내가 소리쳤다.

"내 소원은!! 다른 애들처럼 평범해지는거예요!! 일안해도 되고 따뜻한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으면서 크는거라구요!!!"

쾅!!!

란이 더 뭐라고 하기 전에 밖으로 나왔다.

"후우..."

아직 입김이 선하게 보이는 계절. 바로 어제 개학한거 같은데 벌써 봄방학이 다시 시작하려 했다.

"그래도 좀 심했나.."

아까 소리친걸 후회하며 터덜 터덜 걷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 이렇게 화를 낸 이유는 별거 아니였다.
바로 어제 꿈을 꿨기 때문이였다.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절벽 밑으로 누군가의 손에 의해 떨어지는 느낌.

기억하는건 거기까지였지만 사실 뭔가가 더 있었다고 생각한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형아. 형아야."

누가 날 붙잡는 바람에 멈춰서 뒤를 돌아보자 어린 아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응?"

어린 아이는 싱긋 웃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뭔지 몰라 멀뚱히 있자 아이는 내 손을 잡아 자신의 손에 올리더니 맞잡는다.
그러고는 아이는 웃으면서 나를 볼 뿐이였다.

'뭐..뭐지.. 이 아이 어딘가 모자른건가..'

심각한 고민을 하며 엄마가 누군지를 묻기 위해 입을 떼었다.

"저기.."

"형아야."

하지만 아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말을 가로막아 버렸다.

"왜?"

내 되묻는 말에 아이는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붉은 머리, 붉은 눈."

"뭐..?"

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한다.

"기분나빠."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쯤 되면 슬슬 경찰이든지 불러서 아이의 엄마를 찾아 줘야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인간들은 모두 달라. 그래서 기분이 나빠. 하지만 난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의 그 따뜻함을 손에 넣고 싶어."

이제 정말 경찰을 부르려고 아이의 손을 놓자. 머리가 띵하고 아파왔다.

'붉은 머리, 붉은 눈. 넌 꼭 장미를 닮았구나.'

'기분나빠. 인간의 그 내면이란게.'

'하지만 난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의 그 따뜻함이 난 너무 좋아.'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를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머리가 지끈 거려 눈을 감자 영상이 흘러 들어온다.
하얀 머리카락, 파란 눈을 가진 남자가 붉은 머리, 붉은 눈을 한 남자아이에게 웃어주는 장면.
하얀 남자가 구름 위에서 인간들을 내려다 보는 장면.
그리고..

검은 물체들...

"형아. 형아가 원하는건 뭐야?"

푹-!

아이가 가지고 있던 칼이 내 배에 꽂혔다.
피가 교복을 물들여가고 의식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형아는 불행하지 않아. 그 정도의 불행으로 사람이 될수는 없어."

쿵-

아이가 뭐라는지도 모르게 나는 의식을 놓아 버렸다.


&


"슬슬 사과하러 나가는건 어때?"

"니가 이 집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말이지."

"그렇게 말해도 엄청 초조해보이는데.."

"닥쳐!! 그렇지 않아!!"

다리를 덜덜덜 떨면서 입술을 이빨로 잘근 잘근 씹어먹는 모습이 영 불안해보인다.

"정말이지. 신아 물건은 왜 건들여서."

"그치만.. 그 곰돌이 이상했는걸."

"어째서?"

청화의 질문에 란은 방문을 노려보며 말한다.

"저거 대체 누가 사준거야?"

"부모님 아닐까? 아니면 뭐야. 너 곰인형한테 질투라도 한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란은 머리를 헝크리며 방 안으로 들어간다.

"야 곰돌이. 니가 말해봐. 너 대체 뭔데 이곳에 있는거야?"

"이야. 드디어 미쳤구나. 우리 란. 어떡하지?"

"닥쳐봐봐!!"

곰인형을 노려보던 란은 손을 들어 손가락을 까딱 거리자 주방에서 칼이 날아와 란의 손에 쥐어진다.

"말 안하겠다면 상관없어."

"야. 그만해. 신아한테 더 혼나려고 그래??"

"시끄러. 신아의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

"대체 그 곰이 뭐길래 그래."

한숨을 내쉬며 청화가 곰인형을 들어올린다.
란은 그 곰인형을 노려보며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내가 왔을때. 이 곰은 이집 어디에도 없었어."

"뭐..?"

란의 말에 청화가 곰인형을 놓친다. 그 순간에 란이 곰이형을 향해 칼을 던지자 곰인형 주위에 투명 막이 생기더니 곰인형을 보호한다.

"역시.. 너 대체 뭐야?"

곰인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붕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그 아이의 추억.]

청화와 란은 곰인형의 목소리에 흠칫 한다.

"너. 본체가 아니구나?"

청화가 곰인형에게 묻자 곰인형은 키득 키득 키득 키득 웃기 시작한다.

[난 반쪽이야. 즐거운 추억만을 가득 가득 안고 살아가지.]

"원하는게 뭐야."

[그 아이는 내가 필요해. 즐거운 추억만을 가득 안고 나와 함께 사는거야!!]

곰인형이 폭주 하기 시작하자 청화는 술을 곰인형에게 뿌렸다.

[으아악!! 이게 뭐야!!!]

그러자 곰인형은 괴로운듯 땅으로 내려온다.

"청주라고 알고 있어? 부정한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하던데."

[괴로워..괴로워!!!]

푹-!

란이 곰인형의 가슴을 칼로 찔렀다.
그러자 그곳에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곰이형이 움직임을 멈췄다.

"신아를 찾아야해."

란과 청화는 밖으로 나갔고 그리고 쓰러진 신아를 발견했다.

"시..신아야!!!!"

청화가 가장 먼저 달려가 신아의 상처 부위를 손으로 막고 란에게 소리친다.

"뭘 멀뚱히 서있어!! 당장 치료해!!!!!"

란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신아의 상처 부위에 손을 가져다 대고 눈을 감는다.
그러자 밝은 빛이 상처 부위를 맴돌기 시작했고 상처 부위가 아물어간다.

"신아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두 사람.
신아는 꿈을 꾸듯 깨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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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05 22:41 | 조회 : 1,694 목록
작가의 말
초코냥s

다크 다크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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