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신아가 없는 조용한 오후. 겨울 끝자락에 오는 눈을 보며 청화는 손을 내민다.

"인간들은 왜 이런 아름다운걸 재앙이라고 할까."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한 그를 보던 란은 그의 뒷덜미를 잡아 현관문을 열고 내보낸다.

"우아앗!! 란! 란!!!!"

쾅!

하고 닫힌 문을 열려고 하자 이번엔 란이 무슨짓을 해놨는지 열리지가 않는다.
청화는 한숨을 푹 내쉬고 이왕 이렇게 된거 눈이나 맘껏 즐기자며 내리는 눈 밑에서 깡총 깡총 거렸다.

"물만난 고기요, 발정난 개새끼로군."

쯧쯧 혀를 차며 란은 커피를 내려 호로록 거린다.

"에이 이왕이면 토끼라고 해줄래?"

"푸흡!!! 너 어디로 들어왔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청화 때문에 깜짝 놀란 란은 커피에 혀를 데어버렸다.

"그야. 난 란보다 뛰어나니까."

"....."

그 말에 부정을 하지 못해 패배감을 느낀 란은 인상을 팍 쓰며 쏟은 커피를 치운다.

"그건 그렇고 니가 태어나던 해가 생각나네. 그날도 이렇게 눈이 내렸는데."

란은 컵을 싱크대에 넣어 놓다 말고 청화를 쳐다본다.

"눈이나 비가 오면 감성적이 되는건 비단 사람 뿐만은 아닌가봐."

청화는 싱긋 웃으며 쇼파 위로 뛰어들어 눕는다.

"으아~ 좋다~~"

쿠션을 끌어안고 눈을 감으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는 기분이다.

"신아가 오면 오늘은 파티나 할까?"

"뭔 파티."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포석을 깔아 놓는거냐는 듯 쳐다보는 란을 보며 청화가 싱긋 웃는다.

"눈 파티 하자!!!!"

"닥치고 잠이나 자."

퍽!

란이 베개를 던져 청화의 얼굴에 정확하게 맞춘다.

"윽! 왜! 신아도 분명 좋아할거야!!"

"그건 그런데 쓰라고 있는 능력이 아닐텐데."

란은 냉장고를 열었다. 그리고 데어버린 혀를 달래기 위해 우유를 꺼내 들었다.
우유를 꺼내들고 다시 청화 쪽으로 돌아본 란에게 청화가 묻는다.

"어째서?"

진지한 눈으로 물어오는 청화에게 이물감을 느낀 란이 움찔 거린다.

"넌 신아의 바램에 의해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거잖아? 근데 어째서? 만약 니가 죽어서 신아가 행복하다면 넌 죽어야 하는거잖아?"

란은 들고 있던 우유를 청화에게 던지고 으르렁 거리며 말한다.

"지랄하지마."

"죽는게 무서워? 너 답지 않게?"

움찔.

란은 방 문을 쾅 닫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흐응~ 신아는 알까. 저 놈의 이기적인 성격을."

청화는 즐겁다는 듯이 눈을 감는다.


밤 늦은 오후가 되고 신아가 돌아왔다.

조용한 집안이 이렇게까지 무서웠던적은 처음이다.

"뭐..뭐야.. 귀신이라도 튀어나오는거 아니야..? 아님 정전..!? 그것도 아니면 설마 폭발 했나!!!??"

신아는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청화가 밝게 웃으며 맞이해준다.

"어서와!!"

안에는 어두 컴컴한 집안에 반짝이는 하얀 눈이 보석처럼 내리고 있었고 식탁 위에는 케이크와 각종 음식들이 있었다.

"우와.. 이게 다 뭐예요?"

"눈파티!! 청화님이 준비한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파티야!!"

"정말 예뻐요..."

천장만 쳐다보던 신아가 손을 내밀어 눈을 만진다.
눈은 차가운 느낌을 남기고 손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실제 눈은 아닌지 차가운 느낌은 나지만 물이되어 녹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질뿐이였다.

"야. 배고파. 빨리 밥먹자."

"어...음식은 누가 한거예요?"

"란이~"

신아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식탁에 앉자 의외로 요리가 가능했던 란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다 셋만의 눈 파티 케익에 불을 붙였다.

"제 1회 청화님 주최 눈 파티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청화는 술들을 가득 깔아놓고 잔으로 따라주며 건배 모션을 취했다.

"내일의 신아의 행복을 위해서!"

"예..?"

청화의 말에 당황할세도 없이 세개의 잔이 부딪혔다.

"마셔! 이건 과일주라고 해서 안써!"

미성년자에게 과연 술을 건내는것은 합법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던 신아도 한모금 입안으로 술을 넘겼다.
달짝지근한 맛이 혀 끝을 맴돌고 시원함이 목 끝으로 넘어가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맛있어요!!!!"

"그치 그치?"

"너무 마시지는 마. 그거 안그래 보여도 도수 장난 아니니까."

"예...?"

정말 미성년자에게 술을 건낸 것인가 하고 청화를 쳐다보자 청화는 시선을 회피하면서 손으로는 술을 리필해주고 있었다.

"헤헤. 마셔 마셔! 안죽어 안죽어!!"

직장 상사같은 느낌으로 따라주는 청화의 술에 신아는 뭣도 모르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후.

"우웅.."

신아는 곱게 잠이 들었다.

"잘자. 좋은 꿈꿔."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신아를 안아서 방 안에 눕혀주고 청화가 다시 나온다.

"어쩜 저렇게 귀엽지??"

"신아니까."

청화는 란을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저녀석에게 신아는 모든것이겠지.'

청화의주는 먹는 사람을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지혜의 신은 가장 이성적이지만 가장 이상적이기도 한 신이다.

0
이번 화 신고 2016-10-24 22:23 | 조회 : 2,166 목록
작가의 말
초코냥s

초코냥에게 초코를!!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