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냐앙~ 냐앙~~

언젠가 들었던 울음 소리.

냐아앙~! 냐아앙~!

구슬프게 울리던 그 울음 소리.

냐앙!!!!!!!!!

"어라..?"

눈을 뜨니 창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고 항상 옆에 있던 란이 없었다.

"으으.. 꿈을 꾼거 같은데..."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거실로 나왔다.

"란?"

옥탑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고 럭셔리하던 꿈에서 깨어난 듯 초라해졌다.

"...꿈..."

혹시..지금까지 꾼건 모두 꿈이였던건 아닐까..

"정신 병원에라도 가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다 씻고 집을 나섰다.

"후우.. 춥다..."

이제 곧 겨울 방학이 끝나고 약 1주일을 다니고 나면 봄방학이 시작한다.

아직은 더 일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툭. 툭.

내리는 비를 손으로 받자 겨울의 차가움이 몸을 떨게 만들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버스는 차가운 물방울을 튀기며 버스 정류장에 멈춰선다.
버스를 타자 비오는 날마다 맡을 수 있는 물 냄새가 한층 더 진하게 코를 찔러왔고 사람들의 체온으로 몸은 점점 따뜻해졌으며 얼마 안가 나는 그 곳을 떠났다.

"어 왔냐? 얼른 갈아입고 나와."

아직 오전이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없다고 봐도 무관했다.
오픈 시간에서 얼마지나지 않은 출근 시간. 바쁜 직장인들이 간단하게 음식을 사가는 정도의 인원.
정신이 멍해져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서도 가만히 앉아있었다.

"너 오늘 어디 아프냐?"

청호형이 내 이마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열은 없는거 같은데."

"안아파요."

"그럼 왜그리 멍을 때려. 이따가는 바빠질텐데 정신 차려."

"네..."

점심시간, 저녁시간. 바쁜 시간 이외에는 하루 종일 멍을 때리며 보냈다.
그리고 일이 끝나자 나는 밍기적 거리며 준비를 늦게 하고 가게를 나섰다.

"후우.. 아직도 춥다."

비는 그쳤지만 비로 인해 더 내려간 온도는 다시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목도리를 좀 더 꼭 싸매고 버스 정류장에 서있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우리 집까진 정류장이 2정거장 밖에 안되기 때문에 걸어가면 약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정류장에 도착하면 집까지 걸어 올라가는데 약 10분. 뭐 거의 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될거 같다.

찰박, 찰박.

물웅덩이에 박힌 신발이 떨어질때마다 소리를 낸다.
아무 생각도 안하고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집으로 올라가는 곳에 존재하는 계단이 보인다.

"작은 소망 하나를 담아 접은 종이 비행기. 너에게 내 맘 가득 담아 하늘 높이 날아가니.

저 멀리 있는 곳에, 내 꿈이 닿는 곳에, 날아가 그곳에 전해 주기를.

만약 니가 이 비행기를 볼 수 있다면.... 안녕?"

술 주정뱅이의 노래 소리.
계단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던 술주정뱅이가 나를 보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나이 많은 아저씨는 내 인사에 웃으며 말한다.

"오늘은 니가 나의 관객이 되어줘."

아저씨는 웃으면서 다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겨울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옆에 놓여진 술에 의해서인지 아저씨의 흥얼 거리는 노래는 즐거웠고 행복해보였다.

"나 어릴적 꿈에. 뭐든지 될 수 있었고.

그 중 하나를 골라 앞으로 나아갔지.

가끔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었고.

가끔은 주저앉아 울기만 하기도 했지.

그렇게 힘들게 쫓아갔던. 어린 날의 내 꿈들. 이젠 어디로 사라지고 나만이 남았나.

사랑했던 만큼. 좌절도 컸던. 어린날의 나의 꿈. 지금의 나의 꿈. 그리고 미래의 나의 꿈."

아저씨는 노래를 멈추고 나를 봤다.

"꼬마는 꿈이 뭐야?"

"네?"

"꼬마는 꿈이 뭐냐고."

아저씨의 말에 아무말도 대답 하지 못했다.
이리 저리 치이면서 내 눈 앞의 시간에 쫓겨 미래 같은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꿈은 사치일 뿐이예요."

"어째서?"

"...지금의 모두가 그럴거예요. 꿈을 이루는 사람은 정말 몇 안되는 사람들이라고요. 사실... 꿈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겠죠."

아저씨는 내 대답에 옆에 있던 소주를 벌컥 벌컥 마신다.

"캬-! 오늘 술맛은 좋구만."

"아저씨 이제 그만 들어가셔야죠. 감기 걸리겠어요."

"이 술주정뱅이를 걱정해주는거냐??"

"아저씨의 노래는 싫지 않았으니까요."

"하하하! 그거 고맙네."

아저씨는 조심 조심 자리에서 일어난다.

"꼬마는 꿈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잊어버린게 아닐까?"

"잊어 버렸다면 어쩔 수 없는거예요."

"그래. 그렇겠지."

아저씨는 몸을 살짝 굽혀 소주 병을 들고 마지막 한방울까지 털어 넣는다.

"냐앙~"

그때 얼마전에 본 노란 고양이가 아저씨의 옆으로 다가와 부비적거린다.

"어..저 고양이.."

"꼬마는 다른 사람과는 달라."

"네?"

"넌 잃어버린게 남들보다 많거든."

"..무슨 소리예요?"

"그래. 이를테면 이 고양이는 너의 욕심이지. 그리고 나는 너의 꿈. 그리고..."

아저씨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너의 미래가 되겠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 외침에 아저씨가 잠깐 뒤를 돌아보더니 말한다.

"그녀석에게 전해줘. 꼬마의 행복은 니가 아니라고."

"네..? 아저씨!! 잠깐만요!!"

쫓아서 계단을 올라갔지만 계단 끝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으로 터덜 터덜 걸어갔다.
불이 켜져있는 집안을 보고 두근 거림을 느끼며 문을 벌컥 열었다.

"닥쳐!! 그런거 아니라고 했잖아! 그보다 너 진짜 집에 안갈거야!!?"

"라안~! 너무해에~~ 집에 가라니! 나도 신아가 보고 싶은걸~"

"제발 닥치고 집에 가!!!"

툭.

"어?"

"신아."

퍽!!!

"니가 신아구나 반가워!!!"

란을 밀치고 내 앞으로 튀어나온 검둥이는 내 손을 잡고 붕붕붕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신아. 다녀왔어?"

내게 인사하는 란에게..

오늘 어디갔었어?

왜 말도 안하고 가버린거야??

다시.. 또 다시 사라져 버릴거야..?

많은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응. 다녀왔어요."

웃으면서 인사하는것밖에 하지 못했다.

"다녀왔어요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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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24 00:06 | 조회 : 1,983 목록
작가의 말
초코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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