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신이 부화한지도 삼일째.

오늘은 신에 대한 관찰 일기를 써볼까 한다.

첫째.

신이지만 인간처럼 음식을 먹는다.

"란도 밥을 먹어요?"

"그럼 굶어?"

"그..그건 아니지만..."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란은 내 입에 계란 후라이를 넣어주며 웃는다.

"어서 먹고 나가."

"...네..."

따뜻하고 포근한 그 미소에 왠지 나른해짐을 느끼며 밥을 다 먹고 옥탑방을 나선다.

아직 겨울 방학이라 거리엔 학생들이 많았고 그들을 지나쳐 나는 알바를 하러 갔다.

"신아. 너 집 새로 구했다며?"

"네..."

"좀 살만하냐?"

장난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시아형이 웃어준다.

"읏. 머리 헝클어져요."

"네네~"

시아 형은 내게 유니폼을 던져주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유니폼을 받아든 나는 그것으로 갈아입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치직- 치이익-

일년 전까지만해도 난 이곳의 말단이였다.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를 하고 온갖 잡일을 도맡아서 하는 최하위 말단. 하지만 지금은 담당하는 요리가 생겨서 주방에서 일을 한다.

"5번 테이블 B세트 2개요!"

"네!"

방학전에는 학교 끝마치고 부터 10시까지, 방학때는 오전 9시부터 8시까지 일을한다.

"오. 저 여자애 괜찮은데??"

한가한 시간이 되면 주방 문을 열고 손님 구경하는게 낙인 시아형을 보다 문득 란은 뭘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의 오프 타임이라..."

그러고보니 요 며칠은 내가 이사한다고 알바를 안해서 계속 붙어있었지만 알바를 시작하니 처음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동안의 란의 장난은 도가 지나칠만큼 심했고 악마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응..!! 그만!! 아파...!!'

'뭐야. 겨우 이정도로 뻗지 말라고.'

'아윽...! 란...!!'

'신아. 여기 기분 좋아?'

'란...!! 아파요...!!!!!'

응? 뭔가 말로 늘어 놓으니 에로한데...

오해 금지!!!

'여길 누르면 피로가 풀린데.'

'아악!! 대체 누가 그래요!! 아읏..!! 아파!!!!!'

단지 안마를 해준다며 이곳 저곳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댔을 뿐이니 말이다.

'흐응~ 신아 기분 좋아보여.'

물론... 란은 엄청 즐거워 보였지만 말이다...

"신아야~"

"네?"

"고양이가 왔는데 우유 좀 따라서 가져다 줘."

"예~"

우리 가게에는 가끔 길고양이들이 찾아온다.
동물 애호가인 우리 점장님은 길고양이들을 위해 고양이용 우유를 항상 사다 놓으신다.

"많이 먹어."

"냐앙~!"

검은색에 하얀색 털이 섞인 고양이와 호랑이 무늬같이 털이난 고양이와 온 몸이 검은색인 고양이. 이 세마리는 우리집 단골이다. 그런데...

"냐아~"

이 노란 고양이는 처음본다.
온 몸이 노란 털로 뒤덮혀있고 바다 같이 푸른 눈동자가 감겼다가 떠진다.

"너. 뭔가 란이랑 닮았다."

쓰다듬어주자 갸르릉 거리며 내 손에 부비작 거리는 고양이가 맘에들었다.

"키우고 싶다..."

사실 형편만 된다면 나는 어디 사는 위대하신 고양이의 어머니 처럼 고양이들을 엄~청 많이 데려다 키우고 싶다.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에 내 몸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내가 생명을 줍는다는건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가게에서나마 대리 만족을 한다.

"겨울인데.. 안 추워?"

"냐앙~! 냐앙!!"

이 공야이 누가 키우던 걸까.. 굉장히 사람을 잘따른다.

"신아야. 이제 그만 들어와. 어라? 그 노란 고양이는 뭐야?"

"형도 처음봐요??"

"응. 귀엽게 생겼네."

"그쵸!? 진짜 데려다 키우고 싶을 정도예요!"

"키우지 그래?"

"에이... 제 형편에 무슨..."

"아냐. 키우면 점장님이 도와주신다고 그랬어. 키워봐."

"냐앙.."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는 그 눈이 자꾸만 날 약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그 고양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안돼."

웃어주며 고양이를 뒤로하고 가게 뒷문을 열었다.

[쳇. 이정도 했으면 넘어와야할거 아냐.]

흠칫..!

"방금..."

뒤를 돌자 노란 고양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뭐...뭐야..."

굉장히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는데...

"신아야~!"

"네! 가요!"

오후 타임은 저녁 시간대라 사람이 아주 많았다.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오자 란은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그런 란을 보고 있자니 낮에 그 고양이가 떠올랐다.

"란.. 혹시 고양이로도 변할 수 있어요?"

"왜?"

"아니.. 그냥..."

"난 인간의 모습이 좋아. 고양이의 모습은 좋아하지 않아."

확고한 그의 모습에 역시 그 고양이는 란이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긴 란은 변한다면 병아리죠!?"

"뭐야? 왜 그렇게 되는거야???"

"그야 란은 알에서 나왔는걸요!"

"알에서 태어나면 다 병아리라는 니 생각 발상은 좀 위험해 보이는데."

"란 삐졌어요?"

"너 자꾸 그러면 말도 못하게 해준다???"

"뭐..뭐예요! 신의 권능을 이런데서 쓰겠다는 거예요!?"

"아무리 나라도 그런 쓸데없는데엔 안써!"

"그럼요?"

내 마지막 질문에 란이 쇼파에서 일어나더니 내 앞으로 걸어온다.
그리고 한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술과 혀로 내 입을 틀어 막아 버렸다.

"으응..!!! 푸하..!!!"

"너 정도면 키스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라..란!!!!!!!!"

그 후 방에 틀어 박힌 나를 달래려고 애쓰는 란은 좀 귀여웠다.

오늘 하루 (해봤자 몇시간 안되지만) 란을 자세히 본 결과. 란은 어딘가 애같은 면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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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22 00:26 | 조회 : 2,081 목록
작가의 말
초코냥s

키스가 자연스러워진 예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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