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화 - 어떻게 각오했는데, 나는 이렇게 흔들리면 안되잖아

오피온으로 향하던 도중에 클레아가 입을 열었다.

"루드. 나는 따로 가면 안될까?"

"왜?"

"할일이 생각나서."

"요즘따라 일이 너무 많은거 아냐? 마스터한테 말해줄까?"

"괜찮아. 이거 마스터가 준거 아니니까."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루드에 살풋 웃으면서 말하자. 그제서야 어깨를 조금 으쓱으며 '아니면 다행이고'라고 말하는 루드를 클레아가 루드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걱정했냐며 장난을 쳤고, 그런 클레아에 루드는 늦게 오지는 말라며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럼 오피온에서 보자~"

.
.
.

손님이 그렇지 많지 않은 카페에 들어간 클레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눈에 들어오는 로브를 입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드륵-

"그래서 왜 불렀어. 내가 루드랑 있을 때는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로브를 입고 있던 사람의 반대편 의자에 앉은 클레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그에 로브를 입고 있던 사람은 고개를 들어 클레아와 눈을 마주치고는 웃었다.

"하지만, 이건 레아님이 특.별.하.게. 부탁한 일인걸?"

"벌써 끝낸거야?"

"내가 누구로 보여?"

"리마."

"그렇지, 누구도 나의 정보력을 따라올 수 없다고? 물론 레아님 빼고."

로브의 모자를 벗고는, 과시하듯이 어깨를 으쓱이던 리마는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자신의 많고 많은 강점 중에서도 가장 자신있는 강점이 바로 이 외모라고 생각하는 리마의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당연하지. 그나저나 그건 어떻게 됐는데?"

물론, 결과적으로 클레아는 본 척도 안했지만.

"그거 말인데. 성공한 줄 알았는데. 결국 실패했다는데."

"그럴줄 알았어. 겨우 몇가지 힌트 가지고 성공할리가 없잖아."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시도한 것 자체가 무모했달까나. 그리고 칸은 일어났어?"

"아니. 아직은 안 깨우려고. 아직 때가 안됐어."

"에엑-, 나중에 칭얼거릴텐데?"

"너랑은 다르게, 어른스러운 면모도 있어서 말이지?"

"그 칸이 어른스럽다니! 딘이 들으면 뒤로 넘어갈 발언인데?"

"알게 뭐야. 리마, 그래서 부탁했던 것들은 어떻게 됐는데."

"그건 말이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유지하던

한참을 말하던 벚꽃색 머리의 소년. 리마가 말을 끝내고, 조용히 그 말을 듣던 클레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완벽하네. 잘했어."

"아, 레아님 그거 알아?"

.
.
.

"마스터 어디계세요?"

"응접실에-"

"수고하세요~"

클레아는 오피온의 응접실에 도착하고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벌컥-

"어?"

"..."

"??클레아?"

클레아는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데이너 공작부인에 당황했는지, 눈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
클레아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과거의 작은 편린과 마주한 정도로 이렇게 흔들리는 자신이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가족들을 놓고, 포기하고 온 주제에 이렇게 과거의 조각을 만난 정도로 이렇게 당황한다는 사실이 정말 한심했다. 정말 흔들리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더욱 짜증이 났다.

'이 정도는 예상했어야지. 예전에 각오 했으면서, 이렇게 흔들리면 어쩌자는 거야. 클레아리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른 낌새를 눈치챘는지,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는 루드에 빨리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행히도 마스터는 공작부인을 대하고 있어서 눈치채지는 못한 듯 했다.

'내가 어떻게 몇년동안 버텼는데.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잖아.'

"......"
눈을 꾹 감았다가 뜬 클레아의 눈은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각오했는데, 나는 절대 이렇게 흔들리면, 주저앉으면 안되잖아.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잖아.'

손을 꽉 쥐던 손을 겨우 핀 클레아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데이너 공작부인의 뒤에 서 있는 아저씨를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벗어나야 했다. 평소처럼 행동해야 했다.

"에, 또 보네요.? 아저씨."

"넌?!"

"안녕하세요. 저는 오피온 소속 마법사였답니다~!"

클레아의 활기찬 인사에 아저씨의 입은 당황했는지 입이 벌어졌다.

"아까말한 아이가 이 아이인가?"

'못 알아봤다...'

자신을 조용히 쳐다보는 공작부인에 잠시 긴장한 클레아였지만, 곧 마스터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그렇습니다. 몰론 먼저 소개해 드린 아이와 같이 이제 막 마법사가 된 햇병아리이긴 하지만요."

"마스터?"

"설명은 이따가 해줄테니까. 조용히만 있어줘."

조용히 속삭이는 마스터의 말에 오히려 장난을 치고 싶어진 클레아였다.

"예. 보기엔 별 볼일 없어보여도 우리 오피온의 우수한 인재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네에~! 저는 이 오피온의 우수한 인재로서, 무려 은월의 마법사의 뒤를 잇다못해 뛰어넘을 실력을 가질 미래가 촉망받는 인재라죠~"

'더 하고 싶지.'

더 하고 싶은 법이었다.

"후후... 그런가. 자신감이 대단하구나, 그럼 이 의뢰도 완벽하게 해주겠지? 기대되는구나. 그리고-"

"?"

"아까 너희들이 떨어진 마차 기억하니?"

"엣."

"아."

"너희들이 떨어진 마차의 주인이 바로 나란다."

"루드? 클레아? 지금 무슨 소리...?"

클레아는 마스터에게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솔직히 루드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괜히 그냥 넘어갔다가는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귀찮아지는 일도 있어서 지금 이 자리에서 깔끔하게 끝내기로 했다.

"아, 죄송합니다. 아까는 제대로 사과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희도 이쪽으로 오던 도중에 불량아들, 깡패들에게 잠깐 시비가 걸렸으나, 무력을 쓰지 않고는 제대로 떼어놓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래도 뛰어내렸습니다. 그런데 하필 떨어지는 곳에 부인의 마차가 지나가고 있어서 어.쩔.수.없.게.도. 마차 지붕 위에 그대로 떨어지게 되어버렸네요. 그런 주제에 마차의 주인인 공작부인께 제대로 사과드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괜찮단다."
클레아의 긴-장문의 사과를 받게된 공작부인은 좀 당황한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페이스로 돌아왔다.

이런 점을 봤을 때, 클레아에게 사과를 받는 사람들은 정말 뒤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대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사과를 클레아는 했다. 중간에 멈추지 않는다면 정말 언제 끝나나 싶을 정도로 말을 길게, 늘리고 늘려서, 그런데도 핵심밖에 없어서 끊기도 애매한 사과를 클레아는 했다.

그 과정에서 잘못은 자신에게 정말 다 있는 것 같냐며 정말 그렇지는 않다고 상대에게 잘 알려주다 못해 인식시켜주는 수준이었다.

클레아는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정말 잘했다. 잘못한게 없더라도 말빨에 의해서 사과하는 것이 가능했다. 분명 처음에는 사과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왜 자신이 이런 잘못을 하지 않았고, 그 시간에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그것을 하는 시간동안 자신이 본 모든 사람의 연령대, 입은 옷, 같이 있던 사람들, 나누던 대화를 전부 그 반성문에 적어서 절대 자신은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래서 클레아에게 한번이라도 사과를 받은 사람은 절대 클레아가 무엇을 잘못하였든지, 절대 사과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곤하지 않다고 입을 모아서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것이 두가지 있는데.

첫번째는 클레아의 사과법칙은 루드와 마스터, 그리고 렌씨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번재는 클레아가 정말 진심으로 하는 사과는, 클레아에게 '사과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다반사였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사과하는 클레아를 달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도 인연이겠지. 그 아이들이라면 꽤- 믿음이 가는군. 오피온의 마스터."

"좋게 봐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공작부인."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클레아는 뭔가 평소와는 색다른 임무가 자신들의 앞으로 떨어질 것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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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22 00:28 | 조회 : 1,38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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