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스럽게 벗어날 방법이... 존재하긴 한가.

턱-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강렬하게 등장한 이상, 방법은 없다는 판단을 하고는 마차 지붕 끝에 걸쳐 앉았고.

그런 클레아를 못 본 것인지, 루드는 '클레아를 버리고' 그대로 도망쳤다.

"......"

탓-다다다-
"뭐.... 뭐야?? 저 애는- ...리스펜님?!"

"거기 서라."

그리고 탈주의 결과는 실패였다.

애초에 떨어질 때 훑은 사람들 중에서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 때문에 마력을 쓰지 않는 이상 도망치지 못할 걸 예상한 클레아였으나, 루드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루드가 잡히자 정신을 차리고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루드와 같이 도망치지 않고 느긋하게, 떨어진 마차 지붕의 끝에 걸쳐 앉아있는 클레아를 황당하게 쳐다보고 있는 호위기사들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루드의 목에 들이밀어져 있는 검에, 루드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경우에는 저 호위기사의 신변을 보장할 수 없다고, 책임질 생각 하나도 없다며 중얼거리다가 싸늘한 얼굴로 입을 여는 호위기사의 말에 싱긋 웃었다.

"네가 지금...어떤 분의 마차를 밟은 건지 알고는 있는건가."

"......"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이번기회에 마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나 누군지 알아야겠다며 자신을 쳐다보는 아저씨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시선을 피하는 아저씨들에 누런머리의 아저씨를 불렀다.

"아저씨."

자기를 부르는 지 모르는 건지. 일부로 대답을 안하는 건지. 헷갈렸던 클레아는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기로 했다.

"노랑색인지, 주황색인지 모르겠지만. 누런머리 아저씨."

클레아의 말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자신의 머리가 누런색이라는 것은 아는지. 자신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지금 부르는게 자신이 맞냐며 물어오는 아저씨에 손을 흔들며 발랄하게 인사했다.

"네! 아저씨 말이에요. 안녕하세요~"

"왜?"

"제가 올라가 있는 마차를 타고 있는 분은 누구시죠?"

"공작부인... 네가 지금 올라가 있는 마차를... 타고 계시는 분은 공작님의 부인이 타고 계신 마차다."

'어, 그러니까. 내가 지금 앉아있는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공작부인? 하하. 빨리 내려가야겠네.'

""......""

아저씨의 말에 조용히 침묵했고, 그 전부터 조용하던 호위기사들도 침묵했다.

탁-
"음. 죄송합니다."

"아니...사과는 나한테 하는게 아니라..."
당황했는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눈도 못 마주치는 누런머리 아저씨.

"아!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프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답하는 프란이라는 이름을 가진 누런 머리 아저씨.

최소한 정보를 준 사람의 이름 정도는 알아두는게 예의라고 생각하면서도 오피온으로 돌아가서 신상을 털 생각에 미소짓던 클레아는 슬슬 루드에게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인사했다.

"저는 그럼 친구에게 가볼게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지만 마차에 뛰어내려 놀라게 해드려서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할게요...."

대단해. 역시 루드, 저렇게 빠르게 상황파악을 끝내고 말하고 있는 루드도 그렇지만. 루드의 페이스에 제대로 휘말려버린 리스펜이란 호위기사를 보면 이번에 사고친 거는 정말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그래."

"아, 감사합니다. 그럼."


"...?"
'....이게 아닌데?'

리스펜이라는 호위기사가 얼떨결에 사과를 받자, 루드는 빠른 속도로 정색하고는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루드가 눈 앞에서 사라지자 당황했는지. 멍하니 있는 리스펜을 힐끔 바라본 클레아는 어느새 자신의 앞에 온 루드에게 말했다.

.
.
.

"루드~"

"무슨 얘기하고 온거야?"

"뒤탈이 없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왔답니다."

"그래서 누구였어?"

"공작부인."

"그래? 그렇구-... 뭐?"
대답하다가 당황했는지 다시 되묻는 루드에 대답했다.

"공작부인이었어."

"?!"

멍하게 입이 벌어지는 루드의 표정을 보며 클레아는 방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