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화 - 나는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갈거니까

"그러면-, 아?"

말하다가 갑자기 경매장의 바닥을 빠른속도로 다 채운 커다란 마법진이 퍼지는 것을 본 아레나는 표정을 살짝 구겼다. 이제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는데. 계속 이렇게 나오면 시크랑 제대로 한번 부딪힐까 고민하는데. 마력이 마법진에 공급되기 시작하자, 정말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꼬았다.

"귀찮게 됬네요, 정말. 귀찮아..."

"하하?"

"분명, 집에 가려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이것만 부탁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말이죠. 이 인간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아무튼, 전 가보겠습니다."

남자에게서 몸을 돌리고 렌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도중에 들려오는 말들은, 이젠 진짜 알아서 해줬으면 해서 무시하고 달려갔다. 자기 몸은 알아서 챙겨야지.

"으헉!! 미친...!! 또냐?!?"

누구누구처럼 마력을 물 쓰는 것처럼 펑펑 쓰든 말든, 상관없는데. 귀찮게만 안 해줬으면 하는 큰 바램이 있었던 아레나였다. 이미 전에 산산조각난 바램이지만, 그래도 기대했다.

"...?"

빠른 속도로 달려가던 아레나가 순간 멈췄고, 아레나와 시크무온의 마법진을 번갈아 바라보던 렌과 블로우는 소리쳤다.

"아레나, 빨리와!"

멈췄던 아레나가 마력구슬을 블로우쪽으로 던졌고, 블로우가 그것을 받는 동시에 아레나는 사라졌다.

팟-
[먼저가. 할일이 생겨버렸어.]

"....아. 출발하죠.! 렌씨."

블로우의 말을 끝으로 블로우와 렌은 모습은 경매장 안에서 사라졌다.

.
.
.

탁-
"적당히 해야지. 적어도 내가 없는 곳에서 하랬잖아요~? 귀찮게 하면 안되죠."

"내가 뭘했다고. 그러지?"

"당당한 것도 유분수죠. 겨우 임시 마왕직 정도에 이렇게 당당하게 구는 거 솔직히 상관없었는데. 내가 있는 곳에서 이렇게 하는거 보면, 참 당당하네요~ 기회는 한번밖에 안 남았어요. 잘 판단해요. 지금 그자리, 혼자 힘으로 얻은 거... 아니잖아요~?"

"다음에 만날 때는, 주의하는게 좋을거예요. 뭐, 오늘도 의도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경고는 이게 마지막이예요."

아레나의 말에 입을 다물어버린 상대방에, 웃음소리를 낸 아레나는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팟-
"......"
"......"
"......"

"...오늘 여기로 장소 잡은 것이 누구냐."

아레나에게 짧지만 굵게 혼난 상대방이었던 인물이, 이제는 반대로 여기를 고른 자신의 부하들을 갈굴 차례였다.

.
.
.

"건물은 폭파되고 마석은 행방불명에 알 수 없는 마물까지 출현했다라.. 엄청 화려했네, 하하..하.."

""......""

"지금 웃음이 나온단 말이죠? 하긴 바지 하나 벗기라고 보냈을 뿐인데 온갖 난리를 겪고 돌아왔으니 웃길만도 해요."

"아니, 뭐... 그래도-"

"'상처 하나 없이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란 말을 할 생각이라면 그만 하세요. 마스터."

"마스터도 그 [시크무온]이 있는 줄 알았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거란거. 아는데요. 아는데! 애초에 임무를 왜 그딴걸 받아서!"

안그래도 피곤하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컨디션도 안 좋은 와중에 늦은 시간에 마스터의 방에 오게 된 클레아는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한참을 마스터에게 뭐라뭐라 하고 있는 렌을 멍하니 보면서 사탕을 물고 있던 클레아는 그나마 좀 나아진 것을 느끼며, 오랜만에 외출하기로 했다.

끼익- 탁-

원래 뭐, 그쪽 부자가 좀 정신나간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언제까지 블로우가 피해다녀야 하는건지. 정말 귀찮지만, 그래도 블로우랑은 다르게 자신은 정상적인 임무를 받으니까 상관없다라고 속으로 결론을 내리며 걸음을 옮겼다.

"리마."
수도의 끝에 있는 도시의 건물골목에 서 있던 클레아가 중얼거린 이름에 반응한 듯, 튀어나온 소년은 벚꽃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은회색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냈다.

"응? 불렀어? 근데 내가 온 건 어떻게 알았어?"

"네가 오피온에 넣었잖아. 이번에도 가출한거지?"

"당연하지. 계승은 형이 한다고 해도, 나는 답답하다고. 나만 그런건 아니지만, 그러는 레아님은 아직도 안 들어갔으면서~?"

"적당히 하고 들어가, 나는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갈거니까."

"네네~"

"플레베유스 영주의 행동을 주시해, 그리고 너 동생 좀 챙겨. 이건 충고. 그리고 진짜 부른 용건은..."

"이거지?"

벚꽃색 머리의 소년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하며 들어올린 심플한 검은색 팔찌에, 클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누가 맘대로 가져가래."

"에에,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지~ 실제로 괜찮잖아?"

"...리마, 조용히 해."

"......화났구나."

"그래도 가져왔으니까 이번만 용서해줄게. 그리고 그렇게 직접적으로 '라를 찾는 왕족'이 뭐야. 그거 딘이 분명 찾아낼걸."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네네, 루멘의 최고운영자이시죠. 근데 그것도 내가 도와준거라죠."

"그건 뭐라고 할 수가 없네. 레아님, 이제 곧 약속시간 아냐?"

"그렇지. 근데 따라오지 마. 저번처럼 경매장 밖까지 따라와놓고, 혼자 남아서 걔한테 뭔 짓을 하려고."

"나 못믿어?"

"당연하지."

말과는 다르게 편안한 표정을 짓고 팔짱을 낀 클레아를 보며 리마라 불린 소년은 그냥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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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03 18:32 | 조회 : 1,88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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