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화 - 직접적으로 안 벗겨도 되고. 바지만 벗겨주시면 되는데요

"뭐..., 일단은 사람들부터 대피시켜야겠죠~?"

조금 전의 분위기는 사라진 채, 방긋방긋 웃는 아레나는 그제야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와서는 마물을 처리해가면서도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노란머리의 검을 든 사람이 마물을 찔렀는데. 분명 찌른 것 같았으나, 아니었나보다.

찌른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우와아아악!!!!"

"도련님, 도와드릴까요?"

"그걸 말이라고오오!!"

그런데 실력이 없는데 도와줄 생각을 한 저 남자도 신기하지만, 이 상황에서 저렇게 평화롭게 말하는 저 여자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아레나는 하나하나 천천히 죽여나갔다.

"이제 거의 다 대피시켰고, 합류해야겠네."

그렇게 마물도 정리가 거의 다 끝나가겠다, 집에 가고 싶겠다, 귀찮겠다. 블로우 곁으로 가는 도중에 아까 그, 노란머리의 남자가 넘어지려는 것을 잡았다.

탁-
"조심하세요."

'호위기사는 뒀다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걸까.'

"네? 네."

"아, 그리고 여기서 최대한 빨리 대피하세요. 지금 여기에 남아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마법사들이나 탑 소속이니까요. 그리고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도 저희 측에서 대피시켜드릴 예정이니, 걱정 마시고 대피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기 이 도련님 호위분 맞으시죠."

"응."

"호위면, 제대로 지키실 수 있으시죠?"

"응."

"그럼 빨리 대피하세요.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를 유지하며 빨리 대피하라며 말하던 아레나는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분명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시크무온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었는데.

지금부터 조금 생길 것 같다.

"왜 내가 바지 벗기러 가야하는 건데."

분명 처음에는 블로우가 임무수행을 위해 갔는데, 계속된 시크무온의 방해로 임무수행이 안되자, 그냥 가자고 하는 렌의 말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는 블로우에 할수 없이 아레나가 임무수행을 대신 하기로 하게된 것이다.

"근데 내가 벗길 수는 없잖아. 귀찮아. 귀찮다고..."

아레나는 클로크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옆에 지나가던 남자를 잡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붉은 머리에 연한 보라색 눈동자가 마음에 들어서 고른 건 절대 아니라며 속으로 생각하던 아레나는 나름대로 잘생긴 남자. 아니, 아직 성인은 아닌 듯 소년티는 벗지 못한 미소년을 보며, 왠지 모를 익숙함에 사람을 잘못 잡은 것 같다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촉박한 시간에 익숙하면 뭐 어떠냐며 입을 열었다.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뭐지? 나는 후-... 아."

"네?"

"아니야, 그래서 뭘 도와달라는 거야?"
처음에 아레나에게 잡혔을 때, 묘하게 불쾌해 보이던 남자의 분위기가 친숙하게 변하자, 이상하게 느꼈으나. 어차피 한번 보고 말거라며 계속 부탁하기로 한 아레나였다.

"저기 있는 남자 보이시죠?"

"그래."

"저 남자 바지..."

"바지?"

"혹시 실례가 된다면, 저 남자 바지 좀 벗겨주시겠어요..? 직접적으로 안 벗겨도 되고. 바지만 벗겨주시면 되는데요."

"......"

"해주시면 안될까요."

자신이 침묵하자, 묘하게 시무룩해지는 아레나의 분위기와 표정에 웃음을 터뜨린 남자였다. 그런 남자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안 해도 된다는 그 사실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좀 좋았다.

"알았어...큽. 해줄게. 아,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해줄거야. 그러니까 이만 가봐도 돼."

0
이번 화 신고 2017-04-30 23:53 | 조회 : 1,373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