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화 - 저는 아직 말이 다 끝나지 않았어요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오피온 건물 안으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오는 남자를 보며 클레아는 사탕을 입에 물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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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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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블로우를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려는데. 블로우가 들고 있는 종이하며. 렌씨의 저 표정하며...

설마.

클레아는 렌과 눈을 마주치고, 아마 블로우가 들고있는 종이와 똑같은 종이로 추정되는 종이를 가르키고 블로우를 가르켰더니, 끄덕이는 렌씨로 인해서 조용히 다시 마스터가 있는 집무실로 빠르게 돌아갔다.

"클레아! 블로우 좀 막아줘!!"

뒤에서 들려오는 렌씨의 다급함이 담김 외침을 무시하고.

"......"

'렌씨, 저도 살아야죠.'

"마스터, 저 간식!"

"응? 저기 있잖아. 계속 여기서 간식만 먹어대는 바람에 네 전용 간식 캐비넷까지 마련해줬으면 직접 꺼내 먹으란 말이지?"

"아, 곧 블로우 올 것 같던데요. 그거 있잖아요. 그거."

"그거?"

"네, 그거 블로우가 봐버렸거든요. 지금쯤 빛의 속도로 오고 있을 확률이 97%"

"설마-"

클레아의 말에 속으로는 아닐거라며 설마 그랬을리가 없다며 부정하며, 이미 몸은 밖으로 탈출하려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문이 무서운 기세로 열린 것은.

콰앙-

"......"

무서운 기세로 열린 문은 문 바로 앞에 있던 마스터와 충돌했고, 마스터는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런 상황을 여유롭게 알사탕을 까먹으며 보고 있는 클레아와 짜증에 찬 블로우, 그리고 그런 그를 뒤쫓아 들어온 렌은 클레아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설마가 설마가 아니라죠."

렌의 시야에 들어온 클레아는 어느새 집무실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떼고, 조용히 소파에 앉아서 턱을 괴고 편하게 구경하기 시작한 클레아와는 다르게, 블로우와 마스터 사이에는 어떻게 끼어들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

"........응? 블로우??"

이미 클레아에게 들어서 상황을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척하는 마스터의 모습은 애잔했다.

"..."

"왔구나!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 ....근데 왜 그래? 오는 길에 누가 괴롭혔어?"


"블로우 괴롭히는 건 마스터 밖에 없지 않나요?"

"그렇지..?"

과자를 입에 넣으며 뱉은 물음에 렌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날 괴롭히는 건 당신이겠지!!! 그거나 좀 봐요!"

블로우가 보여주는 종이를 보자마자 빠르게 종이를 채가서는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마스터를 보며 머리를 짚는 블로우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마스터.

"하하하, 사라졌다~ 뭘 보라는 건지 모르겠네~"


"렌씨,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마스터 연기 진짜 못하네요."

"하하."

"저게 블로우한테 통할거라고 생각하는건지."


"지금 장난해요? 마음대로 그런거나 만들고!! 안 그래도 요즘 가는 곳마다 시끄러워져서 죽겠는데. 내가 진짜! 창피해서."


"힘들긴 하죠, 저도 귀찮아서 안 하는 일이니까요."

"클레아? 귀찮아서 안 하는 일을 힘들다는 말로 피하지마."

옆에서 말하는 렌을 뒤로 한 클레아는 귀찮더라도 마스터를 도와주기로 했다.


"하하하. 하긴 우리 대스타 블로우님은 부끄럼쟁이니-"

"대체 그건 왜 만들어서. 지금 이 상황을 예상 못 한것도 아닐텐데요. 그리고 블로우. 그거 아직 안 뿌려졌으니까. 그렇게 화내지마."

"하지만!"

"마스터가 이러는거 한두번도 아닌데. 그래도 이정도까지는 참아줄 수 있잖아."

클레아는 사탕 막대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말했다.

"그렇지! 내가 이러는게 한두번도 아닌데!"

"마스터는 조용히 해요."

"..."

두번째 막대사탕을 꺼내며 미소짓던 클레아는 마스터의 외침에 웃는 낮으로 스산하게 말했다. 조용해진 집무실에서 말을 꺼낸 사람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책상 위에 탁- 하고 내려놓은 블로우였다.

"마지막이예요. 임무랍시고 어이없는 심부름을 하는 건."

"이게 뭐예요?"

"마스터가 제대로 인력낭비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죠."

사탕을 입에 넣은채로 팔짱을 낀채, 블로우가 꺼낸 종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클레아!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사실, 다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제가 뭘했다고."

"이, 이건! 블로우가 '세렌의 사인 받기' 임무를 완료한 증거물이라고!"

"마스터가 지금 들고있는 증거물 말인데요. 제눈에는 마물 피 묻어있는데. 습격. 받았어?"

습격이라는 단어를 꺼내며 눈을 빛내는 클레아에 주춤 뒷걸음질칠 뻔한 렌이 클레아가 입을 열기전에 무슨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클레아는 블로우를 한차례 훑어본 뒤에 마스터에게 말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라비는 안전지역인데. 마물이 나왔다는 것하며, 그런 마물을 네가 상대하게 된 원인은... 여깄네. 생각해보면 다 마스터때문이라고요! 내가 평소에 뭐랬어요. 고급인력을 왜 이딴 일에 써먹냐는 말이예요. 고급인력을 제대로 써먹을 생각이라도 하시란 말이죠. 이럴거면 차라리 휴가를 주고 그러라고요. 그리고.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라비는 탑의 보호를 받는 지역이란 거. 잊어버린 건 아닐테고요."

"! 그건 정말 이상한데... 한번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겠어...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사인을 받아온 블로우... 너도 참..."

"시킨 게 누군데!!"

"시킨건 마스터면서 무슨 그런 말을... 언제까지 그 모습으로 있을거야? 루드, 임무를 이상한 것들만 주니까 마력이 남아돌아서 그런가~?"

"잠시만, 너의 이름은 [블로우] 각성 해제."

각성 전 모습으로 돌아온 루드에게서 시선을 떼고 마스터를 향해 시선을 준 클레아는 싱긋 웃고는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마스터에게만은 그 환한 미소가 음산한 웃음으로만 느껴졌지만.

"...이제 제대로 말해볼까요?"

"뭐, 뭘?"

"당연히. 루드의 제대로 된 임무 말이죠~ 마스터가 루드 아끼는 것도 잘 알고! 루드가 마스터를 아끼-... 그렇죠. 잘 알고 있단 말이죠. 그리고-"

"잠깐만, 내가 누구를 아낀다고?"

"루드! 왜 그말에 발끈하는건데?! 그리고 클레아 너는 왜 말을 하다가 마는거야?!"

"...루드, 중간에 말 끊지 말라고 하지 않았었나? 마스터? 저는 아직 말이 다 끝나지 않았어요."

""......""

"제대로 된 임무, 하나쯤은 줘도 되는거잖아요? 사람이 융통성 있게! 일을 해야죠. 아무리 마스터가 [그날] 그 일을 짚고 넘어가려고 해도, 한번쯤은 제대로 된 임무를 주셔야죠. 일반인들이, 마법사들이 블로우를 주시하고 있어도, 마법사 협회의 '그 인간'이 눈에 불을 키고 블로우를 찾고 있다고 해도, 앞으로 더 위험해질지도 모르지만, 일단 임무는 제대로 된 걸 주셔야죠. 명색에 1급 마법사인데. 사인 받아오는 임무가 뭐냐고요. 그리고 그 인간의 경로는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고 제가 예전에 말한걸로 기억하는데."

"하지만, 그 시크무온이라고!"

"그렇긴 하지만, 제 정보는 정확합니다. 그 인간의 이동경로쯤이야. 눈 감고는 파악 못 하지만, 누워있기만 해도 파악할 수 있다고요. 물론,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달라지겠죠. 하지만, 마스터가 그런 종이를 만든 시점부터 그런건 다 필요없어보이네요. [그날] 그 일을 걱정하는 사람이 이 종이를 만들리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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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나간 클레아와 루드에게 마스터의 기상천외한, 어이없는 임무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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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20 23:25 | 조회 : 1,283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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