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화 - 포기하면 편한데 그게 쉽게 안되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많은 분들이 고대해온 오늘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
'오랜만에 같이 하는 임무인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담긴, 흥분을 눈치 챈 사람들과 미리 알아보고 온 사람들이 눈을 빛내는 모습을 보던 클레아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다가 뒤를 돌아서 우울한 기색을 아직까지 떨치지 못한 루드를 보며, 픽 웃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일 해야지~ 루드,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야."

"생각보다... 많은데? [샤잔의 심장]이라는 마석이 대단하긴 한가봐?"

"뭐, 보기드문 최상급 마석이니까요~?"

클레아의 말을 듣지 못한 루드의 대답 대신, 경매장 안을 둘러보던 렌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클레아에, 렌은 루드를 향해 안쓰러운 시선을 던졌다.

"게다가 말이야. 예상보다 많은게 아니라. 진짜 여길 꽉 채울 정도로 많다고. 정말 괜찮겠어? 검은 마법사씨."

"...괜찮지 않을까요. 일단 전 녀석들과 목적도 다르고, ...목적이나 목적 같은- 그런게-..."

말을 걸어도 우울한 기색은 여전한 루드를 보고 입을 다무는 것을 택한 렌은, 시선을 돌려 웃고있는 클레아를 툭툭 치고는 눈짓했다.

"아픈데요."

"루드 좀 어떻게 해봐..!"

"딱히 할말은 없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거예요. 말해주고 싶은거라면... 음.."

"...클레아 그렇다고 저번처럼 그러지는 말고-"

"루드!"

갑자기 불길해진 렌이 입을 열었을 때는 이미 클레아의 부름에 '왜.'라는 의문이 담긴 얼굴로 고개를 든 루드에게 클레아는 웃는 얼굴로 정말 루드가 지금 가장 듣기싫은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임무내용을 말한 뒤였다.

"포기하면 편해. 3급 마법사의 바지쯤은~ 쉽게 할 수 있잖아? 좀 많이 쪽팔릴 뿐이지."

"클.레.아...!!"

"에이... 이미 우리는 임무를 할 수밖에 없을거고, 우린 임무를 완수해야 하고, 그럼 빠르게 끝내고 놀러가는게 좋잖아요? 포기하기에는 늦었으니까. 쉽잖아? 우리가 할 일은 정해져 있고, 우린 그걸 하면 되는걸?"

"......"
'그게 쉽게 안되니까 그렇지!! 현실부정하고 있는 애한테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클레아를 부르자, 이런걸 원한게 아니냐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클레아로 인해 렌은 한숨을 삼켰다. 그래도 깔끔하게 우울한 분위기를 날려버린 건 정말... 정말 좋았지만, 클레아의 말에 얼어붙은 루드를 보고 이마를 짚었다.

일단, 좋은게 좋은거였다.

.
.
.

"그래서 뭔데요?"

"고르면 돼~"
임무를 묻자마자,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 마스터를 보며 불안했는지 루드는 클레아에게 작게 속삭였다.

"지금 나만 불길한거야? 제대로 된 임무이기는 할지..."

"마스터가 하는 일인데 뭐."

"그러니까 더 불안해지잖아."

루드와 클레아가 소곤대는 것을 봤음에도 모른척하며, 깍지 낀 손을 턱에 갖다 댄 마스터는 있는대로 분위기를 잡고는 입을 열었다.

"그 경매장에 나타날... 어느 인물에 대한... 한 맺힌 어느 사람의 [복수대행]"

"복수대행이요?"

"그래. 어느 질 나쁜 마법사가 의뢰인의 인생을 아주 망쳐버렸거든. 그것에 걸맞는 응당한 복수. 그게 의뢰 내용이야. 알아보니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자가 바뀌고 약한 사람 등쳐먹는 전형적인 악당이더군. 어때? 혼내줄만 하지?

그리고, '라'를 찾으러 간 왕족 한명이 사라졌다고, 발견하면 신고해달라는 임무야. 발견하면 '루멘'의 [메타]한테 편지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애매하잖아? 기간도 안 정해져 있고... 여기서 '라'가 사람인지 물건인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니까.

루드, 클레아. 너희라면 당연히 경매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왕이면 두가지 임무를 다 해줬으면 하고. 경매장 건은... 할래? 참고로 여기에서 최상급 마석이 나온다는 정보가 입수됐어."

최상급 마석에서 눈을 빛내며 고민을 잠시 하는 듯 하던 루드는 하겠다고 대답했고, 클레아는 마스터의 입에서 ['라'를 찾으러 간 왕족]이라는 말이 나오자 표정이 묘해졌던 클레아가 [루멘의 '메타']라는 명칭이 나오자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대답했다.

"경매장도 주세요. 둘다 할게요. 오랜만에 루드랑 같이 일해봐야죠."

"알겠어. 대상은 3급 마법사, '클로크'고, 의뢰내용은 의뢰인의 복수를 해달라는 거야. 그리고 그 복수내용은..."

"잠깐만요. 그거 설마 아니죠...? 왜 우리 루드가 그런 일을 해야하는건데요?!"

"뭔데 그러는건데?"

마스터의 말을 빠르게 막은 클레아는 마스터에게서 루드를 보호하듯이 가리고는 소리쳤다. 뒤에서 들려오는 루드의 의문어린 목소리를 신경 쓸 겨를 같은 건 클레아에게는 없었다.

"잠깐만. 진짜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어떻게 루드한테 그런 걸 시킬수가 있는건데요?"

"아니, 이건 루드가 결정한거고... 3급 마법사의 바지를 누가 벗길 생각을 하겠어."

"...바지? 바지를 벗겨요? 그것도 3급 마법사의 바지를...?"

클레아의 기세에 잠시 주춤했던 마스터는 루드의 낮은 목소리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설마 제대로 설명도 안 한거예요? 내가 멍때리는 사이에-."

"클레아! 내가 말하는데 여태 멍때린 거였어?! 고민하는 줄 알았더니-, 그리고 죽이라는 것도 아니고 바지만 벗기면 된다니까? 쉽잖아. 누가 3급 마법사의 바지를 벗길 생각을 하겠어."

"죽이라는 것도 아니고 바지만 벗기면 된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대체 무슨! 그따위 복수가...!!"

"이번에도 잘 부탁해. 우리 오피온의 대스타☆"

빡-

"잘 부탁하기는 뭘 잘 부탁해!! 아직 한다고 한적 없어!

결국, 마스터는 루드가 집어던진 가방에 맞고 뒤로 넘어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렌은 마스터를 보며 혀를 찼고, 클레아는 '마스터가 진짜 이걸 자신들에게 줄지는 몰랐다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소중한 캐비넷을 열어 사탕을 꺼냈다.

.
.
.

"하하. 내가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됬는지..."

"...정말 괜찮은 거야?"

"어떻게든 될 거예요. 어떻게든..."

우울한 기색은 사라졌지만, 허탈하게 웃는 루드를 보며 불안해진 렌이었다.


'위대한 대마법사 샤자르노의 힘이 깃든.. 최고의 마석! [샤잔의 심장]입니다!'


"어때? 표적은 찾았어?"

"...잘 안보여요. 사람들이 많아 기운이 다 뒤엉켜서.. 뭔가 사고가 나서 오늘 못 왔을지도.."

"아니거든. 아무리 뒤엉켰어도 내가 찾았는데... 네가 못 찾을리가 없잖아?"

현실을 부정하는 루드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한 클레아에 루드는 드디어 대상을 찾았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어떻게 할까요?"

"원래 블로우가 단독으로 맡을 임무였는데. 너도 같이 맡은거니까. 적당히 상황보다가 도와주는게 어때? 그전까지는 나랑 구경하고~"

"그럴까요?"

"근데 정말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블로우처럼 모습이 많이 변하는 마법사는 본적이 없어. 어떻게 그 꼬맹이가 각성모드에는 이런 멋진 청년이 되는걸까~"

"에이. 저도 있는데 뭘."

"그렇네...? 그러고보니까 그렇네. 너도 그렇고 루드도 그렇고 신기하단 말이야."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하나요."

"...꼬맹이라 죄송하네요."

뒤에서 조용히 준비하던 블로우가 렌씨의 말에 불퉁한 어조로 말하는 것을 들은 렌이 그리 나쁜 의미는 없었다고 말하는 사이에, 상황을 둘러보던 클레아가 블로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쯤하고. 마력은 어떤 것 같아? 뭐, 요즘 임무가다 거기서 거기라서 마력은 남아돌겠지만."

"아-, 온다."

"...옵니다."

경매장 단상으로 다가온 남자 둘이 마석 주위에 서있는 호위병들을 모두 쓰러뜨리자, 협회에서 나섰다.

"뭐야, 왠 허수아비들만 잔뜩 세워놨나 했더니. 역시 숨겨둔 수가 있었구만, 하지만... 협회 마법사라니, 좀 이상하네."

"임무... 빨리 마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제부터 벌어질 사고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요즘 루드가 임무 같지도 않은 임무만 받는 이유가 저번에 한번 충돌 있고나서부터인데. 결국에 또 만났다는 사실에 피곤해져왔다. 임무 빨리 끝내기에는 가망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클레아는 그저 웃었다.

"저 사람... [그 놈]이랑 같이 있던 마법사예요."


'-이봐, 검둥아!!!! 네 목적도 이것이겠지? 갖고 싶으면, 어디 한번 나와서 뺏어 보시지! 안 나오면... 이거, 내가 먹어 버린다?'


"..블로우! 이거..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졌는걸. 저 꼴을 보아하니 만난다면 쉽게 끝나지 않겠어. 이렇게 된 거 그냥 빠지는게 좋지 않겠어?"

"렌씨, 블로우 집념 모르나요... 아무리 임무가 거지 같아도 중간에 포기는 안 하잖아요?"

"맞아. 그리고 제가 저런 먼지 같은 놈 때문에 내가 피할 순 없죠."

"저게..? 먼지..?"

"뻘건 먼지!"

블로우의 먼지 비유에 절대 안어울린다며 속으로 극구 부정하던 렌은 곧, 눈을 번뜩이면서 말하는 블로우를 보던 클레아가 웃음을 참느라, 몸을 웅크리고 부들부들 떨다가 겨우 몸을 추스리고는 준비됐냐며 블로우에게 묻는 것을 보고는 어떻게든 될거라며 되새겼다.

"물론이지."

0
이번 화 신고 2016-12-25 00:55 | 조회 : 1,434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Merry Christmas! Hope this holiday brings you lots of reasons to smile. Wishing you a wonderful Christmas and happy hloidays.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