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화 - 잘난 친구 하나쯤은 있어도 후회하지 않을거야

"뇌로 이해를 못하는거야? 왜지! 이건 내 또래 애들도 다 이해하던데~ 이해를 못해서 지금 머리라도 흔들어서 없는 지식을 꺼내보려고 하는거지?"

"꼬마야, 지금 뭐라고 했어?"

"응? 내가 뭐라고 했더라~"

"네가 좀 전에 그랬잖아. 없는 지식을 뭐, 그런거 말이야."

"...아, 진짜. 내가 두번 말 꺼내는거 얼마나 싫어하는데. 이런거 시키지 말지? 말한 거는 한번에 알아들어야지. 귀찮게 진짜 뇌에 주름이 없나봐. 어떻게 여러사람이 어린아이 한명을 상대로 괴롭혀? 나도 아는 사실을 왜 모르고 있어."

얼굴표정을 굳히곤 속사포로 말하는 클레아에, 어린아이는 맞지만 클레아보다는 나이가 많았던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그 말을 들은 아이들 중에는 울먹이는 이들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울먹이는 이들을 보며, 클레아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는데 운다며 투덜댔다. 이왕 나선김에 제대로 스트레스 풀고 싶었는데... 한명을 상대로 여러명이 괴롭히는 아이들의 심신은 클레아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연약했다.

이런 조그만 장난식의 독설에도 울먹이기 시작하는 여자아이들을 보며, 클레아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조금 전까지 자신들의 입에서 나온 말의 반의 반도 쫓아가지 못하는 말이었는데. 자기가 말하는건 괜찮고 자기가 듣는건 싫다는 듯이 울먹이는 이들을 경멸과 짜증 섞인 눈빛으로, 하지만 입은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니, 말하려고 했었다.

아직까지 멘탈에 금에 가지 않은 아이들 중에 눈치도 없고 상황파악과 치고 빠지는 타이밍도 모르는 듯한 아이가 눈치없게 나섬으로서 클레아의 말을 막았고, 그에 상대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을 깨달은 클레아에게는 자비란 없었다.

그래서.

결정타를 날렸다.

"창피한 줄 모르고 나서는 것도 눈치가 얼마나 없어야 가능한거야? 난 이런 말 듣기전에 빠질텐데."

그제서야 눈치없는 아이는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아이들을 살폈고, 다들 얼굴이 빨갛게 익기 직전처럼 빨개져있었다. 그리고 침묵.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제풀에 지쳐 아이들 무리는 서둘러 골목을 벗어났다.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는 그들을 보며 클레아는 그제서야 아이가 생각난듯 바닥에 풀석 주저앉아있는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안녕?"

"......"

"흠... 생각보다는 멀쩡한 것 같네. 괜찮냐는 말은 하지 않을거야."
남자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본 후, 클레아가 꺼낸 첫마디였다.

"...뭐?"

"근데 있잖아. 내가 구해줬는데~ 나랑 친구하지 않을래?"

"어?"

"나는 클레아! 나처럼 잘난 친구 하나쯤은 있어도 후회하지 않을거야."

당당한 눈빛의 클레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이는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자신감이 넘치네."

"당연한거 아냐?"

"난 당연한게 아니니까 그렇지. 근데 그런 것도 꽤...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난 레스야."

"난 클레아! 보다싶이~ 평민일까? 진짜로 친구하자고 할줄은 몰랐지만!"

장난스럽게 웃는 클레아에 레스도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 있었다.

클레아와 있으면 그냥... 즐거웠다.

"근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안 궁금한데."

"...그래?"

"음~ 사실 조오금! 궁금했어. 근데 말 안해줘도 돼. 어차피 들어봤자. 안좋은 기억만 회상하는 거잖아?"

"생각보다 엄청 친절하네."

"나는 처음부터 친절했는데~ 생각보다라니~ 근데 몇살이야?"

"나? 9살인데."

"오빠였네. 난 7살인데. 다음에 보게되면 친하게 지내자. 그럼 이만 가볼게~"

"잘가."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는 장면이었다.

9살인 레스가 7살인 클레아한테 그것도 2살이나 차이나는 동생한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그리고 레스는 말로도, 행동으로도. 아무런 대처도 못했지만, 클레아는 말만으로 레스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물리쳤다.

그리고 바로 친구먹는 광경.

누가 보면 정말 희한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다가 주변에 기척이 하나 느껴지자, 입을 열었다.

"벌써 집에 가야하는건가? 이렇게 빨리 돌아갈 줄은 몰랐는데."

*

클레아가 협회에서 여러가지 일을 해보면서, 숙식을 제공받고 돈까지 벌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라노스테와 친해지는 것은 당연한 섭리였다.

그리고 클레아가 협회에서 나오게 된 건 누군가를 만나게 된 후였다.

.
.
.

"......"

클레아는 평소와 같이 바람도 쐴 겸... 간식거리도 먹을 겸 밖에 외출했었다.

그러다가 평소에 다니지 않는 길까지 걸어가게 되었는데. 사람이 잘 오지 않던 이 길에. 사람이 보여서 호기심 반, 신기함 반으로 다가갔는데... 갈색머리의 남자와 그가 품에 꼭 안고 있는 내 또래로 보이는 금발머리의 남자아이.

그 아이를 보는 순간, 멍해졌다.

아무생각 없이 그저, 그 아이에게 다가가려 발걸음을 옮겼고, 정신을 차린 것은 남자아이의 손를 꼭 잡았을 때였다.

아이의 손은 차가웠다. 분명 처음보는 것일텐데도. 익숙했고, 지켜주고 싶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지만, 호기심을 샘솟게 하는 새로운 존재에 눈을 빛내는 클레아를 본 남자는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냐고 물었지만, 클레아는 대답하지 않았고. 아이의 손을 놓을 생각이 없어보이는 클레아를 눈치챈 것인지.

"일단 이 남자아이가 아파서 말이야. 일단 침대에 눕혀야 하거든...?"

지켜줄 대상을 잃은 클레아와 도움이 필요한 남자아이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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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20 23:21 | 조회 : 1,35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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