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화 - 저건 독설이잖아. 내가 저런 것들에게 맞고 있었다니

"윽..."

"하지마... 저리가. 제발!!"

누군가가 계속 속삭이는 것처럼 귀를 막은 채, 눈을 감고 있는 클레아.

{-왜? 그런다고 네가 저지른 죄가 사라지기라도 해?}

"아니야. 난... 아니라고. 난...!!"
'난 그런 적 없어. 그런 적이 없단 말이야... 내가 뭘 했다고 나한테 그러는 건데...!'

{-인정하지 않아? 왜? 너는 살인마잖아.}

"아니란 말이야... 아니라고... 아닌데... 왜.."

어느새 눈을 뜬 클레아는 바닥을 멍하니 쳐다봤고, 그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지만 그 멍한 눈으로 클레아는 누군가를 보는 듯 바닥만을 바라봤다.

{-너는 네 엄마를 죽였어. 일리아는 네가 죽인거야.}

"아니야!!! 내가 한게 아니야!! 왜 믿어주지 않는거야... 난 그런적 없단 말이야..."

결국에는 귀를 막고 있던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러다가 결국, 몸을 웅크려 눈과 귀를 모두 막아버렸다.

'내 탓이 아니야.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걸... 근데, 이제 나도 모르겠어. 자신이 없어...'

*

콜록-

눈이 떠지지가 않았다. 눈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몸을 누가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

콜록콜록-

"콜린! 그쯤하고 이제 오지?"

"저런 놈은 제대로 한번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고요. 일어났어요?"

"그건 모르겠는데. 계속 기침하는데?"

"흐음... 그럼-"

.
.
.

'...또 잠들었다...'

잠든지, 이틀만에 깨어난 클레아는 하루는 절대안정이라는 콜린의 말에 할수없이 일주일 간 병실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했고, 지금은 라노스테 협회장과 대면한 상황.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난 지금도 무리하지 말라는 콜린의 말에 라노스테가 클레아가 지내기 위한 방을 따로 마련해주었고, 라노스테의 옆에는 콜린이 꼿꼿하게 서있었다.

"몸 상태는 어때?"

"괜찮아요."

"아무튼, 앞으로 1년. 협회에서 잘 부탁해."

"저야말로."

자신을 보며 싱긋 웃는 라노스테의 모습을 보며, 클레아도 미소지었다.

*

일어나자마자 라노스테에게 찾아가려고 했었으나, 자신의 환자에게만큼은 정말 특별한 사유나 사정 없이는 융통성이 없는 콜린에 의해서 막히고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뭘 하려고만 하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직 절대안정만을 외치는 콜린에 지칠대로 지친 클레아는 자신에게 내려진 의식주와 평안, 그리고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주변에 좋아하며, 일주일을 그렇게 보냈다.

그 과정에서 클레아가 잠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된 콜린은, 베고 자기 좋은 부드럽고 푹신한 쿠션을 선물해주는 등 클레아의 호감을 샀다.

그랬는데... 계속 이렇게 반복되는 생활패턴에 금방 질려버린 클레아가 요즘 가만히 있어서인지 근질거리는 몸이 계속 나, 심심해요를 외치고 있어서 보다못한 반이 그걸 라노스테에게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었다.

계속 있다가 어느날 찾아온 라노스테의 말은 클레아에게 마른땅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간단한 심부름 같은건데. 해볼래?"

하지만, 그 뒤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게 만든 사건으로 인해서 클레아는 의식주를 협회에 제공받고, 그 외에 다른 임무를 하면 딸려오는 임무완수금까지 제대로 챙기는 장사가 시작되었다.


*

"반 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냐, 넌 어째 엄청 안 자란다?"

"...하하, 저 여기에서 지낸지 반년도 안 됐습니다만? 그나저나, 반 아저씨 얼굴도 여전하시네요~"

"아, 그리고 능글거리는 것도 라노스테랑 똑같아졌어."

"그런가요? 전 원래 그랬는데. 그리고, 조금 전에 한 말은 칭찬이라구요!"

"아니야... 절대 이런 애가 아니였는데..."

애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젓다가 고심하고 있는 반을 놓고 협회건물을 벗어나는 클레아.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다가, 근육도 풀어줄겸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보게도니 골목에서 한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아이들. 게다가 옷도 꽤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인 듯, 좋은 재질이었다. 그에 비해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아이는 평민들의 전형적인 복장을 한 남자아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보이는, 남자아이의 모습에 클레아는 눈을 빛냈다.

긴 빨간색 머리카락은 앞머리, 뒷머리를 가리지 않고 길었고, 산발인 머리 사이에서 보이는 아이의 일렁이는 보라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쳐버린 클레아는 할수 없이 그 무리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헤에... 뭐해? 거기서 뭐하는거야? 우리 아빠가~ 친구를 괴롭히면 안된다고 했는데! 언니, 오빠들은 지금 뭐하는거야?"

7살만의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간 클레아.

"얜 누구야?"

"몰라. 넌 얘 알아?"

"내가 어떻게 알아. 멍청아."

"내가 왜 멍청인데?!"

"멍청이를 멍청이라고 부르지 어떻게 불러?"

"야!"

"뭐!"

왜 싸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잘된게 잘된거라며 조용히 웃다가, 입을 열었다.

"헤에... 싸우면 안돼~ 그리고 말이야. 내가 아까 뭐하냐고 물어봤잖아~? 대답을 해줘야지. 멍청하게 싸우면 못써. 역시 예쁘거나 멋진 사람들은 성격이 더러운건가!"

진심으로... 순수하게 새로운 것을 알게되어 기쁘다는 듯이 방긋- 웃는 클레아의 모습에 얼굴이 울긋불긋해진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클레아는 곧 또 무언가가 떠오른 듯. 머리를 콩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만... 시늉만 하고는 말했다.

"아, 그런건가!"

클레아의 말에 반응을 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밟힐 위기에 처했고, 그런 아이를 구해준 것은 다름아닌... 클레아였다.

"...뭐, 뭐가!"

"야! 그렇게 듣고도 뭐가 더 듣고 싶다고 대답을 해!"

"맞아! 이씨..."

"성격하고 외모는 반비례한다는거! 이제야 알 것 같아! 언니, 오빠들은 예쁘고 잘생겼는데 성격이 글러먹었잖아!"

""......""
이걸 칭찬이라고 해야할지... 욕이라고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아이들에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괴롭힘 받던 아이는 허탈하게 웃었다.

'저건 독설이잖아. 멍청이들아. 내가 저런 것들에게 맞고 있었다니.'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고개를 휘휘 젓는 것은 아이 뿐만이 아니었다.

클레아에게서 나온 말이 정녕 저런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니, 저렇게 귀여운 어린 아이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생각이 짧은 아이들도 흔들고 있었다.

그 광경을 정면에서 본 클레아의 한마디는 아이들에게 패닉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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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20 23:21 | 조회 : 1,165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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