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 맞잖아요. 반 아저씨

라노스테의 뒤를 따라서 숲을 빠져나온 클레아는 번잡한 거리에 도착해서야 긴장을 풀었다. 내심 긴장하고 있었단 것을 자각한 클레아는 허탈한 미소를 한번 지었고, 그 표정을 본 시크는 고개를 돌렸다.

클레아는 주위에서 몰리는 시선에 고개를 돌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어주는 수고까지 해주었다.

처음에는 먼지, 흙 등이 묻어서 더러워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옷은 클레아의 생각과는 다르게 마치, 저택에서 마물과 만나기 전에 그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 클레아는 나중에 한번 그들을 찾아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저 앞에서 속도를 맞춰주는 듯하지만, 쫓아가기에는 조금 벅찬 속도로 걷고 있는 라노스테를 쫓아가기 위해 생각을 멈추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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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님! 어디 다녀오신 겁니까! 빨리 처리해야 할 안건이-"

"알겠으니까. 잠시만, 시크, 부탁할게."

"뭐?"

협회건물이라고 예상되는 곳에 들어오자마자, 보좌관으로 보이는 보라색 머리의 여성이 빠르게 다가와 라노스테를 데려가버리고, 얼떨결에 안내를 맡게 된 시크는 조용히 낮잠을 청하려고 했다.

...하려고 했다.

"시크. 아, 시크라고 불러도 되나?"

"몇 살이야? 나보다 많아 보이는데."

"있잖아. 나 배고파."

'카이엘은 뭐하려나. 아빠 보고 싶다.'

옆에서 계속 말을 거는 클레아만 아니었다면.

"...기다려봐."

시크는 클레아의 계속되는 말에 험악해진 표정을 숨기지 않고, 벌떡 일어나더니 방 밖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로브를 두른 갈색머리의... 개의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이상한 행색의 아저씨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모두 끝났다는 듯이 다시 낮잠을 청하는 모습을, 갑자기 끌려와 멍하니 보고 있던 아저씨가 소리쳤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는 설명해줘야 할거 아니야!!"

"주워왔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잠든 시크를 보며, 허허허 웃던 아저씨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정신을 차렸고, 클레아를 보며 물었다.

"이름이 뭐니?"

"그걸 왜 이제 묻고 있어."

"...??"

어색한 기류가 흐르자, 클레아는 조금 전의 말을 한 아이가 자신이 아니었다는 듯이 활기차게 대답했다.

"앗, 제 이름은 클레아 아르웬이에요! 아저씨는 누구세요?"

"협회 소속, 반 턴스톨이야. 편하게 반이라고 부르고... 난 아직 20대다. 아저씨가 아니라고!"

"반 아저씨."

"아저씨 아니라니깐?!"

'입에 착착 붙네. 반 아저씨. 반 아저씨.'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는 클레아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모른 채로, 클레아의 시선이 어느 곳에 머무는 지 눈치 챈 반은 말을 멈추곤 각성을 풀었다.

"에엑..."
각성을 풀자, 사라지는 개의 귀와 꼬리를 보던 클레아는 자기도 모르게 실망하는 소리를 냈고, 그런 소리를 들은 반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만졌다.

"이건 각성모드를 해제하면 사라져. 그리고 각성모드일 때는 마력소모가 심해져서 오랜시간 동안 유지하는 건 힘들다고?"

"각성모드요?"

"그래, 각성모드는 정식 마법사들만 할 수 있는 건데. 각성을 하게 되면 평소보다 더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더욱 편하게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거지, 그... 각성을 하게 되면 겉모습이 조금씩 바뀌게 되는데. 내 경우에는 여기 달려있는 귀하고 꼬리란 말이지. 모든 마법사들이 나처럼 귀하고 꼬리가 생기는 건 아냐."

말이 끝나고 나서 들려오는 어딘가 낯선 목소리에 태연하게 대답하는 클레아.

"흐음~ 이제 이야기 끝난건가?"

"그렇죠."

"알고 있었나보네?"

"아까부터 그렇게 쳐다보는데 모를수가 있나요?"

"반은 모르던데? 아.저.씨. 라서 그런가~?"

"......"

반이 침묵을 고수하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클레아의 입이 열렸다.

"역시, 아저씨가 맞았네요. 아저씨 맞잖아요? 반 아저씨."

끝까지 아저씨란 호칭을 고수하는 클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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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20 22:18 | 조회 : 1,258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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