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 이런 장난 좀 치지마, 이렇게 헤어지는 건 아니잖아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카이엘이 절대 떨어지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는데...저기에서 아빠가...'

"괜찮으세요?"
어린이가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는데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력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다엠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클레아! 왜 여기 나와 있는거냐!"

다엠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듯, 클레아는 침착한 상태에서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당황한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렸다.

"아빠... 엄마는?"

"네 엄마는 밖으로 마법사들과 함께 나갔다. 너도 따라서 나가!"

"아빠는?"

"난 알아서 나가서 찾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

"...응."
클레아는 울먹거리는 눈으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계속 여기에 자신이 남아있어봤자. 짐만 된다는 것을 알고, 그대로 뛰었다.

그 둘이 말하는 동안, 클레아에게 따라붙는... 이상하게 클레아에게만 집중되는 마물들의 공격을 막느라... 클레아가 어딘가로 가는 것을 따라가지 못한 카이엘에게 다엠은 말했다.

"카이엘... 클레아를 잘 부탁한다."

"네."

"그리고 이것도 내가 만약 무사히 빠져나가지 못 할 경우에... 네가 이 것을 클레아에게 전해줘라. 아마... 일리아도... 지금쯤 당했겠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쿠아마린을 주사위 모양으로 깎은 목걸이를 건네는 클레아의 아버지 '다엠'.

"주인님."
그와 동시에 클레아만을 꼭 지키라는 위험한 눈빛을 하곤 카이엘을 쳐다보았고, 그 강한 의지를 담은 눈을 마주한 카이엘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무슨일이 있어도 무사하셔야 한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엄마...?"
클레아는 저택입구에 다다르고 나서야 뛰던 걸음이 멈췄다.

이상했다.

입구로 갈수록 짙게 맡아지는 비린내... 피냄새...에 클레아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손으로 누르며, 계속 계속 걸어갔고, 입구에 보이는 빨간 웅덩이...

아닐거라고... 아닐거라고...

믿으면서 엄마는 이미 도망쳤을 거라고... 믿으며, 평소에 그렇게 자상한 미소를 지어주던 일리아는 살아있을 거라고 믿던 클레아의 믿음을 배신한 것일까...

빨간 웅덩이가 가까이 간 클레아는 주저 앉았다.

빨간 웅덩이의 중심에는 일리아가 있었고, 근처에 쓰러져 있는 이들은 모두 자신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있었다.

주변에도 마물들의 시체가 빨간색이 아닐 뿐인,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지만 그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클레아는 역한 피냄새에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면서도 눈물이 계속 흘러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길 몇분 있었을까...

[미안해요.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줄수가 없어... 정말 미안해요. 제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때까지 혼자 버텨줘요...]

"엄마... 엄마... 거짓말이지? 나한테 거짓말 해도 좋으니까... 이런 장난 좀 치지마... 응? 제발..."

사실은 클레아도 알고 있었다.

죽은 자가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이렇게 헤어지는 건 아니잖아...'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 현실을 부정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클레아의 처절한 비명...

"아니잖아... 아니잖아! 이렇게 헤어지는 건!!! 진짜 아니잖아....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해야하는 거야...?"

클레아의 맑던 두 눈은 이미 초점이 사라진지 오래, 흐리멍텅한 시야 사이로 일리아를 보며 눈물로 얼룩진 두눈으로 계속 일리아가 죽은 것을 확인사살 당하는 클레아는 일리아를 껴안은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울 힘도 없는데... 눈물이 계속 나왔다.

'이번에야말로 지키겠다고... 결심했는데...! 어째서!!'

클레아는 고개를 숙인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마물을 보지 못했다. 모든 게 싫었다. 짜증났다. 하지만 힘이 없었다.

사랑해주던 엄마를 잃었다.

가족을 잃었다.

지키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 결심의 대상이 죽었다.

'...난 뭐하고 있는거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을 직시한 클레아는 우는 것을 멈췄다.

"내가... 너무 평화롭게 살았나봐... 잠깐 잊고 있었던 걸 다시 확인시켜주네요
... 하하..."

현실을 직시해도 비참한 상황은 변하지 않는 것에 허탈한 웃음과 동시에 비틀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나는 클레아의 시선이 일리아를 잠시 응시했다.

"미안합니다."

어느새 클레아의 눈은 결의에 가득 찬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은,

끼에에엑-!! 끄르르륵!!-

마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빠른 속도로 클레아를 치려 날아오고 있는 마물의 다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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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14 03:34 | 조회 : 1,463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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