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화 - 거짓말,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침부터 열심히 입을 움직이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희귀한 풍경. 희귀한 점은 클레아가 아침에 '스스로' 일어났다는 점과 평소와는 다른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모녀의 풍경이었다.

"엄마, 엄마! 그러면 이모는 엄마한테 얼마나 소중해??"

"음... 아주아주 소중하지~"

일리아의 대답에 클레아는 잠시 몸을 멈칫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와 일리아에게 물었다.

"...소중해? 소중하면 나는?"

"물론, 클레아도 소중하지~"

"...그럼, 제일제일 소중한 사람은?"
클레아의 물음에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일리아는 클레아가 계속 대답을 재촉하자, 입을 뗐다.

"아빠랑, 우리 클레아랑, 이모라고 해둘까?"

"......"

"클레아?"

"......"
자신의 대답에 입을 꾹 다물어 버린 클레아를 보며 일리아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지~ 당연히 우리 클레아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걸?"

".........진짜...? 근데 나 이제 너무 졸려... 엄마 나 이제 잘래..."

"그래? 그럼 잘까?"

"응..."

클레아는 대답을 하며 일리아를 방밖으로 꾹꾹 밀었고, 밀리면서도 일리아는 잘자라는 말을 남기고 방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문을 닫고 한동안 들리던 일리아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졸린표정을 하면서도 웃는 표정을 유지하던 클레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싫어. 거짓말... 사실은, 사실은..."

표정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클레아의 얼굴과 손에 쥐여져 있는 일리아가 주고 갔을 당시에는 반듯했을 손수건은 클레아의 힘에 의해 사정없이 구겨져있었다.

'나한테만은 거짓말하지 말아줬으면 했는데...'

아직도 난처한 미소를 짓던 일리아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답답했다.

.
.
.

점심이라기에는 애매한, 이른 저녁에 식사를 마친 클레아는 아직 날이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와는 다르게 방에 일찍 들어섰다. 그리고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소파에 털썩- 눕더니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중얼거렸다.

"......있잖아. 너는 누가 갑자기 조심하라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들것 같아?"

초점이 사라진 채,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던 클레아는 피식, 바람빠지는 웃음을 흘리고는 손을 올려 눈을 가렸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하..."
혼잣말을 하며 허탈하게 웃는, 공허한 미소를 짓는 클레아는 평소의 밝은 모습의 클레아라면 평생 짓지 않을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보는 사람까지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이번에도인거면... 진짜 그런거면... 나 이제 어떻게 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멍하니 중얼거리던 중에 들려오는 카이엘의 목소리에 클레아는 입을 뻐끔거렸다.

"......카이엘."

"네, 무슨 고민 있으십니까."

카이엘의 말에 클레아는 조금 전까지의 모습을 버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네~ 얼굴도 잊어버릴 것 같아."

"그런가요. 악몽이라도 꾸셨나요... 왜 그렇게...-"

미처 다 하지 못한 마지막 말을 삼키던 카이엘의 시선이 빨갛게 변한 눈가에 머무르는 것을 눈치챈 클레아가 검지손가락을 입에 갖다댔다. 그리고는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척을 하는 것을 보며, 카이엘은 클레아의 장단에 맞추기로 했다.

"많이 졸리신가봅니다."

"응? 아냐아냐. 너무 졸려서 눈 비비다보니까~ 빨갛게 부어버렸어! 이거 어떻게 하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클레아의 모습에 그저 입을 다무는 카이엘.

"얼음주머니라도 갖다드릴까요?"
'그렇게 계속 누르다보면 터지고 말겁니다.'

"카이엘도 자야지... 이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이제 그만 가서 자도록!"

"...아가씨."

"...? 왜?"

"아닙니다. 그냥... 아가씨의 곁에는 항상 제가 있을거란 점...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하지."

*

['아직도 그 결심에는 변화가 없는건가요. 아무리 그 힘을 가지고 있다해도 깨닫지 못하면 쓸모가 없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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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22 00:01 | 조회 : 1,401 목록
작가의 말
조그마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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