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2)

“…….”
“…….”

‘어, 어색해.’

「어, 어색해.」

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츳키(?)군 의외로 부끄럼쟁이? 는 아니겠지.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엄청난 속도로 마음의 소리가 지나가고 있다. 나처럼 그도 꽤나 당황한 모양이다.

“저기….”
“아, 네!”

후배라는 존재와 대화해 본적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존대가 나와 버렸다. 이상하려나. 츳키(?)군을 힐끔 보니 그도 나를 똑같이 쳐다보고 있었다. 어, 어떡해야하지. 무슨 표정을 지어야하나.

“아까 바로 사과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다친 것도 아니고-.”
“…….”
“……….”

‘어, 어색해.’

「어, 어색해.」

나 누군가랑 밥 먹어본지 너무 오래됐고 남자애는 처음이고, 거기다 후배도 처음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야마구치…, 사과할 계기를 만들어 준 건 고맙지만 이건 좀 곤란하잖아. 내가 말주변인 있는 것도 아니고 사교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여자랑 밥 먹는 건 가족 외에는 거의 없는데, 이 선배가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나랑 똑같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편안해진 기분이다. 제대로 대화 해본 적도 없는 상대고 어제 얼굴을 봤다고 해서 기억에 남은 사람도 아니지만 나쁜 아이는 아닌 것 같다. 괜찮을지도.

둘 다 거의 말을 하지 않은 채 몇 분을 보내고 있으니 야마구치군이 돌아왔다. 손에 빵이 한 가득이다.

“미안해. 기다렸지?”
“늦어, 야마구치.”
“미안, 츳키! 선배도 죄송해요.”

깍듯이 인사한다. 예의도 바르기도 하지. 나도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 얼마에요?”
“아, 그게-.”

라고 말하면서 지갑을 꺼내자 야마구치군이 당황했다. 그의 생각을 읽어보니 적당히 사와서 계산을 나누기가 곤란한 모양이다.
음, 이럴 때는.

“오늘은 전부 다 제가 계산할 테니까, 얼마에요?”
“아, 에?”
“그건 좀….”

역시나 더 당황했다. 하지만 계산 나누기는 복잡하고 사와주기도 했고, 착한 아이들 같고, 내가 누나니까. 괜찮겠지.
나는 일부러 일부의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선.배.가 사주는 거에요.”
“으….”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 다 더는 반론을 하지 못했다. 나는 정말로 괜찮다면서 손을 흔들었다. 실제로 큰 금액도 아니고 말이다.

야마구치군이 사온 것은 야키소바빵, 듬뿍 바게트 샌드빵, 고로케빵, 딸기 크림빵, 메론빵, 단팥빵, 삼색 샌드위치였다. 음료는 팩 녹차, 우롱차, 딸기우유가 있었다. 취향을 알지 못하니까 이것저것 사온 모양이다.

“선배, 먼저 고르세요.”
“네! 그러세요.”

에, 어디보자. 야마구치군은 고로케를 좋아하고 음료는 아무래도 좋은 거고, 츳키(?)군은 의외다. 딸기 좋아하는 구나. 나도 딸기 좋아하기는 하지만 음료는 녹차가 마시고 싶으니까 이럴 때는 왕도를 고르도록 하자.

“그럼 나는 단팥빵이랑 녹차로.”
“그것 만요?”

한창 때의 남자들과 같은 위장으로 생각하면 곤란한데. 뭣보다.

“내 사이즈를 생각하면 위장 크기도 가늠할 수 있지 않아?”

아, 조금 편하게 말해버렸다. 불쾌해하면 어떡하지?

「아….」
「그러고 보니 선배는 키가 몇 인거지? 가벼워 보이고, 몸무게는 몇 이려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둘이서 남은 빵과 음료를 나누는 사이에 나는 팩 녹차에 빨대를 꽂았다. 빨아보니 무난한 녹차의 맛이 난다. 그리고 단팥빵의 포장지를 뜯었다. 두 사람이 메뉴를 고르는 것을 끝낸 것 같아 보이자 손을 합장하고 나직하게 인사했다.

“잘 먹겠습니다.”

내가 인사하자 두 사람도 나란히 합장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가공품에 가까운 메뉴지만 원재료는 다 생명이 들었던 것들이다. 이래저래 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해 준 고마운 것들을 위한 인사. 혼자 살고 있지만 언제나 빼먹지 않는다.

녹차를 다시 한 번 마시고 단팥빵을 입에 물었다. 역시 녹차와 단팥의 조합은 왕도다. 너무 좋아. 아, 표정이 풀어질 것 같아.

「…귀엽네.」

순간 기침을 터져 나올 뻔했다. 헛숨과 빵조각을 가까스로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생활이다 보니 가끔 이런 긴급사태가 벌어져도 어지저지 대처할 수 있는 스킬을 몸에 익혔다.

하지만.

이런 건 처음이다.

‘귀엽다니, 귀엽다니, 귀엽다니!!!!!!!!’

내가? 설마 아니겠지. 어딘가에 나타난 고양이라도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걸 들은 걸 거야. 설마 나한테 하는 소리겠어. 마지막 한 입을 입안에 쏙 집어넣었다. 그리고 남은 녹차로 같이 입에 넣어서 빵가루가 천천히 풀어지는 감각을 즐겼다. 이 마지막이 참 좋다.

“잘 먹었습니다.”
“선배님, 잘 먹었습니다.”
“다행이다.”

둘 다 점심이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좀처럼 웃지 않아서 조금 경련이 일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점심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아서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누군가와 같이 먹은 점심은 오랜만이라서 기분이 좋다.

*

오후 두 번째 수업이 끝났을 때였다.

“저기, 카미야양?”
“네?”

어라? 처음 보는 사람인데 누구지? 나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쿨뷰티. 머리카락도 반질반질하고 피부도 희고, 입가의 점까지 완전 매력적이야. 같은 여자지만 반할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다.

“잠깐 시간 괜찮을까?”
“시간은 괜찮은데 무슨 일인가요?”

상대가 여자다보니 최대한 부드럽게 이야기하려고 애썼다. 명찰에는 ‘시미즈’ 라고 적혀 있었다. 뒤에 이름은 뭘까? 약간 호기심이 들었다.

그녀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 복도로 나오니 시선이 몰렸다. 역시 미인은 대단하다. 내 얼굴이 수수해서 정말로 다행이야. 지금 우리 쪽을 보고 있어도 나는 인상이 흐릿하게 남겠지.

“저, 부활동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3학년에 시기는 5월이다. 나는 미안하지만 바로 말해 버렸다.

“부활동 권유라면 거절할게요.”

내가 말하자 시미즈양의 표정에서 ‘역시.’ 라는 감정이 들어났다. 그 표정을 보니 내가 더 미안해졌다. 그런데 왜 3학년인 나한테 부활동 권유를 하는 걸까?

“그런데 왜 3학년인 저한테?”
“내가 추천했어.”

어? 이 목소린.

뒤를 돌아보니 스가와라군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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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04 14:31 | 조회 : 1,510 목록
작가의 말
nic SU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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