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2.

어느새 셔츠의 단추는 다 풀어져 하얀 속살이 들어나고, 남자도 넥타이를 풀더니 이내 내 가슴에 입을 머금는다. 처녀 한 번 떼지 못한 내게는 생소한 느낌이라,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야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전히 내 가슴에 입을 머금은 채 손을 옮겨 내 은밀한 곳에 손을 댄다. 곧, 벨트를 푸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소파 밑으로 떨어진다.



"흐읏..!"



짧고 야한 소리가 룸 안에 울린다. 듣기에도 온 몸이 화끈거리는 소리가 울리던 그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진."

"핫.. 네?"

"내 이름, 하진이라고."

"아, 전 류연이에요."



첫 대면부터 반말이라는 점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마음에 들었기에 놔두기로 했다. 내 이름을 들은 하진은 나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더니 내 뒤로 손가락을 삽입해 왔다. 낯선 이물질감에 몸을 떨자, 하진이 상냥하세 입을 맞춰온다. 괜찮다는 듯이, 내 입안을 멤도는 그의 혀가 그렇게 말해오는 듯 했다.



"아응...! 하, 하진..."



어느새 뒤에 들어찬 손가락이 늘어날 때로 늘어나고, 하진도 이제는 한계인 듯, 나를 겁탈하는 손길이 바빠진다. 그리고 이내 뒤로 느껴지던 이물질감이 사라지고, 곧 자리를 잡고 들어올 준비를 하는 하진을 보며, 두려움과 기대감이 벅차 오르는 걸 느꼈다. 이 느낌이 처음일 텐데도, 왜 나는 익숙한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하윽...!"

"윽.. 조금만 힘 빼."

"그, 그게.. 하으... 마음대로, 안 된다구요... 읏!"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 내 안에 들어차자, 헛숨이 들이켜지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럼에도 내 몸 어딘가에서 피어오르는 쾌감에, 나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하진은 여전히 나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두며 허릿짓을 시작했다.



"앗! 하, 하진..!! 흐읏! 빠, 빨라! 하응! 앙!"



내 허리를 잡은 손이 이내 내 가슴을 쓸고, 내 턱을 잡더니 이내 입을 맞춰왔다. 그건 어둠 속에 피어난 한줄기의 빛 같아서, 너무 황홀한 존재여서, 타액이 흐르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혀를 섞었다. 그러는 사이 밑에서 올라오는 사정감에 거친 숨을 내쉬자 하진이 그런 나의 물건을 막는다. 나오고 싶은데 못 나오는 그 느낌이 이상하지만 짜릿해 풀린 눈으로 하진을 바라보자, 하진도 그러한 듯, 나를 섹시한 눈으로 바라본다.



"처음인데도 제법이군."

"아응...!"



사정을 하지 못하는 데도 허리짓을 계속하는 하진의 죽을 맛이다. 그러나 곧 내 안으로 따뜻한 기분과, 앞에 허전한 느낌에 나는 곧 사정을 하고 말았다. 관계가 끝났음에도 하진은 뒷정리는 커녕, 그 자세 그대로 나를 안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리고 하진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미안했다."

"네?"

"옛날이나, 지금도. 나는 너에게 안 좋은 짓만 하는구나."

"...설마..."



하진의 말에 잊혀진 기억이 생겨나는 기분에 하진의 품에서 조금 벗어나 하진을 바라보았다. 눈 하나, 코 하나, 입 까지. 모두 훓어보고서야 나는 하진이 누군지, 이 느낌이 익숙했던 건지 알아차렸다.



"...고등학교 일진, 강 하진..?"

"용케도 알아챘군."

"..."

"너는 여전히 사랑스럽군."



그러면서 내게 입을 맞춰오는 하진을 밀어낼 수 없었다. 그런 하진의 혀를 받아내며 나는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하진을 만난 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부터였다.



* * *



고등학교에 입학 할 때 까지 나는 연애 한 번 못해본, 모태솔로 였다. 혈기왕성한 10대 였지만, 왜인지 나는 이성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건, 흔히 일진이라 불리는 강 하진이였다. 이상하게 학교에는 내가 게이라는 소문이 퍼졌고, 그 소문을 들은 강 하진은, 내게 관계를 요구해 왔다. 내가 거절이라도 한 다면 나를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만 때려서 강제로 관계를 가졌고, 그렇게 나는 지옥같은 학교생활을 보냈다.



그럼에도 나는 게이라는 소문이 싫지만은 않았고, 그런 강 하진도 싫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내가 강 하진을 좋아하는 걸로 결정이 나고 나서야, 내가 지금까지 했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내 정신은 그러지 않았는 듯, 괴로웠던 기억들은 나도 모르게 지워지고 말았다.



* * *



천천히 입을 뗀 하진이 다시 나를 안으며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해, 류연. 그리고,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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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9-23 23:31 | 조회 : 4,024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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