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 여름이 다가와서 그런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빗방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빗소리가 좋다. 빗방울이 우산의 덜어지는 소리, 비가 오는 소리, 우중충하면서 시원한 그 날씨가 나는 정말 좋다. 근데,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립다."
네가 떠오르는 것. 그것 하나려나.
***
우산을 쓰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이대로 집에 있다가는 참지 못하고 연락을 하고 말 것 같았다. 찰팍, 비로 인해 젖은 땅의 닿는 발소리가 너무나 씁쓸하게 들려왔다. 우뚝, 그저 정처 없이 걷던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
왜 여기일까. 무의식적으로 찾아 온 걸까.
"청하..."
커다란 대문 옆의 붙어있는 명패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입에 담았다. 얼마 전에는 아무 이유 없어도 마음껏 입에 담아 불렀던 너의 이름을. 명패를 손으로 훑어 만졌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너의 방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은 커튼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뭐, 당연한 걸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우산의 몸을 숨긴채.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네 생각이 나서 그랬던거지 별의미는 없지."
그렇게 중얼 거린 나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뭔가 그리운 느낌의 커튼을 걷었다. 그러자, 저 멀리 사라지는 무지개색 우산이 하나 눈의 띄었다. 너일까, 너가 나와 같은 느낌의 찾아 온 걸까? 괜한 기대심의 한동안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떨어지는 빗물과 시계 초침 소리가 방 안 가득 채우면, 그 때로 난 돌아가. 차라리 난 이 비가 그치지 않았음 해. 매일 기억 속에 살 수 있게 나 널 아프게 했던 못난 놈이니까 널 다시 품에 안을 자격도 없으니까.
"랑아..."
이제 저 멀리 사라지고 없는 자리를 멍하니 보다 이내 주저 앉았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면, 우리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