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豫知) (三)


/마을 (홍령시점)

“역시...... 어머니가 알려주신 것은 바로 그것이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흰색 동백이 많이 피어있는 곳을 찾아야 해. 그게 가비가 준 다른 단서잖아?”

우리에게는 두가지 단서가 주어졌다. 흰 동백, 그리고 난헌국에 있는 작은 아이. 하지만 신령들을 이 곳이 두고 갈 수 는 없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 나머지 바람을 쇠러 밖으로 나갔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누군가 나의 머리에 손을 올려서 돌아봤을 때 언제 나왔는지 환해가 나의 옆에 있었다.

“머리 아파서 나왔지? 이거 받아. 진통제니까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환해는 작은 돌이 박혀 있는 팔찌를 내밀었다. 팔찌를 차자 고통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이것도 받아.”

내가 다시 환해를 봤을때 그녀의 손에는 작은 주머니가 있었다. 꿈의 부작용인지 나의 손을 잡은 환해가 떨고 있다는 것이 미세하지만 느껴졌다. 환해는 나의 손을 피고 살며시 주머니를 내려놓더니 다시 나의 손을 접었다.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가지고 있어. 나갈 때… 중요한 거니까.”

환해는 살짝 미소를 보이더니 방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자..잠깐만!”

“응?”

“이거…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죠.”

“곧 알게 될거야. 곧….”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들어가는 환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하루였- 아니 하루가 시작되었다.

/추연궁

추연궁 안에 있는 작은 손님방에 어린 소년이 잠이 들어있다. 소년의 곁에는 초록빛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있었고 방밖에서는 장군이라고 불리는 남자와 상궁같이 생긴 여인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장군! 정체도 모르는 아이를 궁안으로 드시면 어떻게 합니까?! 전하께서 아시면 어쩌시려구요!”

“전하께서도 이해하실 겁니다. 게다가 요새 피곤하신지 벌써 일주일째 처소에 가만히 계시지 않습니까?”

“그게 저도 좀 이상해요. 전하께서 이렇게 오래 휴식을 취하신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추연궁의 왕인 홍령을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봐온 상궁과 백율장군은 홍령이 오랫동안 휴식을 취한 사실이 조금 수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휴식- 아니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이유가 있어서이기 때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대화를 하는 동안 방안에 있던 어린 소년, 노와가 눈을 떴다.

“으…여기는? 궁? 하예…… 하예!!”

거의 기겁을 하듯이 하예를 찾던 노와는 자신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는 그녀를 보고 안심을 하는가 싶더니 다시 그의 큰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하예? 여기 대체 어디야…?”

“아… 우리를 화살로 쏘고 구해준 자의 주군이 통치 하는 나라에요. 궁 이름은 추연궁 이라네요. 지회궁은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화살? 그게 무슨- 악!”

치대에서 내려오려던 노와는 다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고통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던 노와는 고개를 들어 하예를 보았다.

“날아가다가 화살에 맞았잖아요. 하지만 실수로 쏜 것 같더군요. 사과를 하고 약을 주셨어요. 물론 중간에 저도 정신을 잃었지만……”

“그래도 나 여기 싫어. 나가자. 응?”

“안돼요. 지금은 한 일주일 동안 안식을 취해야 한다고 의원님이 말하고 가셨어요. 그 약만 아니었으면 목숨이 위험했을 텐데.. 다행이네요!”

“하지만…”

물론 사람들이 주로 몰리지 않는 손님방쪽으로 옮겼지만 노와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밖에서 상궁과 장군은 계속해서 대화를 하고 있었고 방안에 남은 하예와 노와는 자신들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

“한 달이요.”

“일주일!!”

“한 달 정도는 쉬어야 한다고요!”

노와는 최대한 일찍 가려고 하고 있었고 하예는 조금 더 있다가 가자고 우기고 있었다. 추연궁의 사람들, 그리고 명주국이라는 이 곳은 생각보다 위험하거나 나쁘지 않았다. 하예는 그곳에 금방 정을 붙였고 일찍 떠나기 싫어했다. 하지만 노와는 아직도 궁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는지 자신의 방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노와에게는 지회궁이나 추연궁은 똑같이 크고 화려한 궁이었기 때문에 그 공포가 남아있었다. 그래도 하예의 말대로 그들은 추연궁에 한달만 더 머물기로 했다.

/지회궁, 난헌국

“어마마마, 저희 왔사옵니다.”

신혼여행으로 여섯나라를 돌아다니기로 한 무향과 노우는 노우의 고향인 난헌국에 들렸다. 난헌국의 마을을 다 돌아다닌 다음에 마침내 지회궁으로 향했다. 혼인 후에 처음 보는 자신의 어머니가 살짝 낯설었는지 노우는 격식을 차리며 인사를 했다.

“얘, 어떻게 네 어미한테는 마지막으로 들릴 수 가 있느냐? 그리고 어색하게 격식 차리지 말고 하던 데로 하거라.”

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제선은 농담을 말했고 노우의 얼굴에는 다시 화색이 돌았다. 한참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노우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오랜만에 궁을 둘러보겠다며 방을 나갔다.

하지만 노우가 진짜로 나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며칠 전부터 잠자리가 불편했던 노우였다. 항상 지회궁에 관한 꿈을 꾸곤 했지만 잠에서 깨면 꿈의 내용을 잊어버리곤 했다. 물론 그 꿈은 지회궁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지만 그 꿈에 대한 단서라도 찾을까 해서 궁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흠? 여기는 왜 이렇게 검지?”

궁 안에 약 15년간 살면서 보지 못한 곳이 많을 정도로 궁은 넓었다. 그리고 노우가 들어선 복도의 벽은 검은 자국들이 있었고 더 앞으로 나아갈수록 벽의 색은 진해져만 갔다.

“여긴… 못 보던 방인데? 왜 낯이 익지?”

그리고 방안에 들어간 노우는 경악했다. 방안은 폭발한 것인지, 한쪽 벽은 날아가있었다. 하지만 노우가 본 것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벽에 피로 써있는 듯한 글씨들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누가 저 좀 여기서 꺼내주세요… 나의 이름은’

하고 그 다음에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폭발로 인한 검은 재가 있었다. 재를 걷어내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무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노우는 재빨리 나가야 했다.

0
이번 화 신고 2016-02-22 00:21 | 조회 : 1,614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아쉽게도 신령이 유료화 됬네요...ㅠㅠ 그래도 이혜 작가님 새로하시는 웹툰 (레코닝인가?) 재밌네영ㅎ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