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豫知) (二)


“어째서 우리를 이 새벽에…… 아직 축시(丑時)랍니다? 이제 거의 인시(寅時) 다 되가네……”

아무리 일찍 일어났어도 화를 내지 않는 선화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환해의 집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같이 걷고 있던 보우와 라우는 자는 건지 걷는 건지 구별이 안될 정도로 신기하게 눈을 감으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보우야 라우야? 이제 조금 일어나는 게 좋지 않겠니?”

“으음…맛있는 소고기… 아앗! 대체 내가 왜 여기서 걷고 있는 거지? 이봐 라우! 라아우우우!!”

“으엉? 뭐야….흐아암… 윤 이랑 싸우다가 이기는 중 이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보우 라우는 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천적이었다. 보우와 라우가 비몽사몽 한 채로 걸어가고 있을 때에 그 둘을 책임지고 있었던건 불쌍한 선화였다.

“나는 도대체 왜 이 사이에 끼어있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걸어가는 선화의 됫모습은 왠지 쓸쓸해 보였다.

/홍령의 숙소

똑-똑-똑- 드르륵-

계속 되는 두드림을 무시하던 홍령은 갑자기 열리는 문 소리에 기겁을 하며 일어났다. 놀란 얼굴로 방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강휘가 찾아왔다.

“강휘? 여기는 어쩐 일로……”

“아, 그… 환해가 모이라 했다.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고.”

어색한 기운이 방안을 돌았다. 강휘가 방을 나감과 동시에 홍령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어색해 죽는 줄 알았네…”

/환해의 방

신령들과 홍령, 다 모였지만 신령들 중에 졸고 있는 사람들도 몇몇 보이기도 했다. 지은과 윤, 그리고 홍령마저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물론 대놓고 잠을 청하는 보우와 라우보다는 낫지만 환해는 예상밖에 보이는 집중력 부족에 한숨을 내쉬었다.

“예지몽을 꾸었어요.”

“응….그래 예지- 뭐?! 예지몽?”

“예지몽? 진짜로? 어떤 것을 보았어?”

예지몽이라는 말에 모두다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환해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환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급기야 강휘가 나섰다.

“아 쫌 하나씩 질문 하라고! 환해 씨 곤란해 하잖아 이것들아!”

“아…… 전 괜찮은데…… 그래도 고마워요 강휘 씨.”

“크흠…... 별 말씀을요,”

“아무튼 일단은 제가 꿈에서 봤던 것을 알려 드릴게요.

/환해의 꿈

처음에는 어두운 곳에 나 혼자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알았다.

“예지몽인가? 아주 간만에 꾸는 것 같네……”

그리고 조금 기다리는 주위는 환해졌고 나는 어느 궁의 입구 앞에 서 있었다. 궁의 이름을 살피려고 고개고 들었을 때, 나는 조금 놀랐다.

지회궁(智會穹)

나와는 상관이 전혀 없는 난헌국이 왜 중심일지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무슨 일인지 살펴보기 위해 궁 안으로 들어갔다. 알다시피 나는 꿈속에 있기 때문에 나는 내 맘대로 할 수 가 있었고, 대신에 꿈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는 없었다.

“뭐야……이번에는 별거 아닌 미래인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어?”

왕인 제선의 처소로 들어가봤다. 제선이라는 사람은 은원왕이 살아있었을 때 그와 많이 친했기에 몇 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나와는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한 나라의 왕이 될 정도면 꽤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울음소리가 내 처소에 까지 들리면 어쩌자는 게야!”

이번에 본 제선은 내가 상상했던 위엄 있는 왕이 아니라 무언가의 울음소리에 자신의 신하에게 화를 내는 자비롭지 않은 왕이었다.

“그것의 정체가 이 궁 밖으로 나가면 안돼. 만일 소문이 퍼지면 네 목부터 날아갈 것이니 잘 처신하거라.”

“예 전하……송구하옵나이다……”

울음소리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나는 그 신하를 따라가 봤다. 한참을 걷고 궁의 구석에 도착했을 때 신하의 발이 멈췄다. 어느 작은 방안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신하는 방 앞을 지키는 듯한 경비병을 한대 치더니 그에게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일 좀 제대로 하란 말이야! 겨우 잡은 일자리 잃고 싶어? 한번만 더 아이의 울음소리가 전하의 처소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들리면 너는 끝이야!”

신하가 발을 돌리자 경비병은 귀찮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갔다. 구타소리가 꽤 오랫동안 들렸다. 꿈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었다. 얼마 후, 경비병이 나왔다. 경비병은 아이에게 며칠은 돼 보이는 빵을 던져주고 다시 문을 잠갔다. 궁금함을 못 참고 방으로 들어간 나는 경악했다.

“쩝…쩝….”

방 안에는 8살 정도로 보이는 작은 아이가 있었고 아이는 빵을 꼭 며칠 굶은 거지처럼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이것이 어떻게 한참 커야 할 아이의 모습이라는 말인가! 아이는 시간이 지나고 고개를 천천히 들었고 나는 보게 되었다.

그의 눈동자는 점점 초록빛을 띄기 시작했고 표정은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니 서있었다. 아이의 눈을 본 나는 그 아이가 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파왔다. 그리고 그 아이가 한 말에 나는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너……뭐 하는 거야? 왜 나를 그렇게 보는 거야? 나를……도와줄 거야?”

“아…… 어떻게…? 나를….. 그것보다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너를 도와줄게. 꼭!”

아이의 불쌍한 모습에 나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의 말에 아이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제 그만 가.”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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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2-15 12:10 | 조회 : 1,471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ㅎㅎㅎ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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