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전중개화 (戰中開花) 上


비명소리, 그리고 칼과 칼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마찰음. 현재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다. 어머니는 적의 칼에 돌아가신 지 오래고 우리 집은 불에 타 현재 재만 남은 상태이다. 도망가느라 바쁜 사람들 아래 깔려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작은 항아리 안에 숨어 들키지 않기를 숨죽이는 것뿐이다.

‘제발… 누가 날 좀 살려줘!’

꿈이기를 몇번이고 바라고 또 바랐다. 팔에 멍이 들 정도로 나 자신을 꼬집어봐도 슬픈 현실은 변함없이 흘러만 갔다. 눈을 꼭 감고 귀를 막아도 사람들이 죽어가는 장면이 선명하게 들리고 보였다.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 죽을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어떤 내 또래의 남자아이였다.

“거기 가만히 있으면 확실히 죽을 거야.”

“그럼 어떻게? 어차피 죽을 목숨, 조금 빨리 죽어도 상관없지 않아?”

“맘대로 해. 난 안 죽을 거니까.”

자신있게 안 죽는 다는 그의 말에 나는 홀린듯이 손을 내밀었고 그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을 잡고 잽싸게 뛰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사람들 사이로 뛰어가는 아이는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나아갔다. 그 덕에 나의 몸의 상처들은 늘어만 갔다.

“저기… 악! 조금만 천천히… 히익!”

“지금 멈추면 죽어. 살고 싶으면 뛰란 말이야.”

그렇게 어렵게 사람들 사이로 뛰어나온 우리는 펼쳐진 광경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暗地]

“여긴… 가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뒤는 갈 곳도 없어. 그냥 나아가.”

“하지만…”

“저쪽이다! 누가 있다!”

뒤에서는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남자아이는 나의 등을 밀고 나의 손에 어떤 주머니를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슬픈 표정으로 웃으며 나에게 등을 보였다

“병사들은 암흑지대를 잘 확인하지 않을 거야. 그걸 암지의 중앙에 심어놔. 그럼 내가 찾아갈게.”

그는 그대로 돌아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달려갔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어서 나는 앞이 보이지도 않는 암지에 뛰어들어갔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난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아이가 나를 찾아올 수 있게 그 주머니를 심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으윽!”

짚신은 찢어진 지 오래였고 옷은 피로 붉게 물들어있었지만 그래도 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마침내 나의 앞에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암지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하지만 내 눈에는 빛이 보였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그곳이 중앙임을 알았고 나는 재빨리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은 다름아닌 조각들이었다. 무언가가 산산조각 난 채 작은 조각으로 흩어져있었고 나는 의아하면서도 그것을 심었다. 조각들을 땅에 묻고 흙을 덮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대체 그 아이가 어떻게 나를 찾아올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원래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건가?”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과다출혈로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세상을 떠도 나는 그냥 죽음을 받아 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눈이 서서히 감기는 순간, 조각들을 묻은 자리에서 작은 빛이 반짝거리는 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이 나는 것을 누군가의 치마자락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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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13 00:52 | 조회 : 1,254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제 컴퓨터가 포멧이 됐었습니다... 그러더가 본의 아니게 까먹었구요...죄송합니다ㅠㅠ 제가 고3이 되는지라 자주는 못옵니다! 그리고 제가 외국에 살아서도 있구요...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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