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探索) (四)


/난헌국

북적거리는 거리 한 가운데 지나가던 재미난 축제는 화백의 의해 시시하게 끝이 났고 행차는 다시 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말 두마리를 빌려서 궁으로 향하던 화백은 말을 모는 지은의 옷깃을 붙잡으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왜 떨어? 무섭냐?”

“말은 처음 타보는 것이라… 안 무서운게 비정상 아닙니까?”

“나 지금 말 처음 모는 건데?”

지은의 말에 화백은 더욱더 옷깃을 꽉 잡았고 지은은 살짝 웃으며 천천히 말을 몰았다. 지은의 뒤에 있던 화백은 혼자 말을 모는 선화의 말로 손을 뻗었다. 그런 화백을 선화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이내 겨우 화백의 입모양을 읽어냈다.

‘무서워 죽겠소! 나 좀 살려주시오!’

점점 울상으로 변하는 화백의 표정을 보던 선화는 살짝 웃더니 그대로 앞으로 직진 해버렸다. 그런 선화를 멍하니 바라보던 화백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서는 다시 지은의 옷깃을 꼭 잡았다.

/난헌국

“어머! 어째 다시 돌아오셨는지요? 여왕마마를 불러드릴까요?”

“아니야. 지금은 어머니를 보러 온게 아니라 이 궁에 볼일이 있는 거니까.”

자신을 반기는 상궁을 가볍게 지나치고 신령들을 데리고 의문의 폭파 사건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걷는 내내 궁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다른 신령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신령은 화백이었다. 다른 신령들이 입을 벌리고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는 방면, 화백은 왠지 측은한 눈빛으로 곳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왜 화백?”

“혹시, 내가 이곳에 온 적이 있나? 굉장히 익숙한 것은 나의 기분일 뿐인 것인가?”

점점 우울해져가는 화백의 표정을 보던 다른 이들은 얼굴에 웃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화백! 아무것도 기억나는 것 없어?”

“글쎄…”

그리고 이내 다시 표정을 풀고 도도하게 걸어가는 화백을 모두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복잡하게 의문의 방에 도착한 선화는 갑자기 자신의 두팔을 잡고 조금씩 떨기 시작했다.

“선화! 괜찮은거냐?”

“아…아… 모르겠어… 굉장히 소름돋을만큼 비슷해. 아니, 같다고 하는 것이 맞으려나?”

점점 창백해지는 선화를 살짝 부축한 지은은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선화와 같은 사실을 깨달은 듯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분 참 더럽네. 다시는 느끼지 못할 기운인 줄 알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노우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잠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기억해낸 건지 방의 구석으로 들어가서 검은 재로 물들여진 벽을 닦아냈다. 그리고 벽에 써있는 이름을 겨우겨우 읽어냈다.

“노….와?”

그 이름의 지은은 바로 일어나서 노우에게 다가갔다.

“설마… 진짜 난헌국에 있을 줄이야. 혹시 이 이름 알아?”

“글쎄… 우리 나라에선 ‘노’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지는 않은데. 주로 왕실이나 양반들이 사용하거든.”

천천히 벽앞에 다가가던 선화는 그위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그러다 무언가가 느껴진듯이 눈을 부릅뜨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지은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화의 안좋은 안색을 눈치챈 지은은 놀란듯이 눈을 크게 떴다.

“선화, 무슨 일있어? 안색이 안 좋다.”

“이…이 기운이 왜… 어째서 여기에..”

“알아. 우리도 다 느꼈어.”

“아니, 그자보다 더 심해. 잔인하고… 다시는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선화가 무슨 소리를 해대는 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지은은 방의 문쪽으로 시선을 돌린 채 가만히 있었다.

“거기에 뭐 있어? 왜 계속 그쪽만 쳐다봐?”

“아니, 여기 우리를 지켜보는 쥐가 한마리 있는 것 같아서.”

지은의 말에 누군가가 문뒤에서 나왔다. 노우는 문뒤에서 나오는 제선을 굳은 표정으로 보며 물었다/

“어째서 어머니가 여기 계시는 거죠?”

“그러는 너야 말로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 거지? 내가 분명히 이 곳은 오지 말라고 어릴때 부터 말했을 텐데…”

점점 일그러지는 제선의 표정을 보던 화백은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들은 건지 지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살짝 당기며 지은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무래도 당신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 곳에 갇혔던 아이에 대해서.”

지은의 말에 가만히 있으라는 듯 화백은 더욱더 옷을 세게 당겼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지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그 아이는 누구지?”

“너 따위 힘없는 신령이 알 바 아니다. 왕실의 문제이니 공주를 제외하고 다들 나가라.”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

화가 난 듯 주먹을 올리는 지은을 저지한 것은 선화였다. 그전보다 안심을 했는 지 안색은 괜찮았다. 그리고 평온한 표정으로 제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지은을 끌고 나갔다. 신령들이 나간 것을 확인한 제선은 다시 노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너도 이제 알 나이가 된 것 같구나.”

“빨리 말해 주시죠. 노와는 도대체 누구인지…”

제선의 표정은 약간 슬퍼진 듯 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 아이는 불행하게도 살 수 없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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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10 00:33 | 조회 : 1,342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이제부터 착실히 올릴게염... 잘 부탁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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