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探索) (二)

/명주국 입구

“그런데 입구에서 우리 잡으면 어쩌죠? 우리 이름패도 없잖아요.”

“그냥… 나 왕인 거 확 불어 버릴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잡혀가요. 더군다나 왕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자기 방안에 있을 텐데 모함 죄로 잡혀가요.”

순간 다른 신령들과 자신의 이름패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낸 홍령은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새로운 이름표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경비병의 시선을 따돌려서 들어가기엔 너무 위험했다.

“그냥 하나 훔치면 안돼요? 살짝 빌리고 나중에 다시 돌려주면 되니까…”

항상 바른 소리만 해대던 주희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런 무리를 어쩌라는 눈빛으로 한심하게 쳐다보던 주희는 홍령에게 다가갔다.

“왕인 거 밝히는 것 빼고는 뭐 다른 방법 없나요? 저기 나가는 사람들 중에 한 명한테 빌려달라고 해봐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희를 쳐다보던 홍령은 그냥 다가가서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홍령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그냥 지나쳐갔다. 창피한 마음에 주희를 쳐다본 홍령은 계속해보라는 손짓을 하는 주희를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가는 사람들 중에 누구한테 물어볼까를 고민하던 중 큰 부대를 등에 이고 가는 사내를 붙잡고 물어봤다. 운 좋게 그들이 부대 안에 가지고 있던 것들은 사기꾼들이 자주 쓰는 가짜 이름 패들이었다.

무사히 입구를 통과하고 나라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무리는 추연궁으로 향했다. 추연궁의 문 앞에서 홍령을 알아보던 병사들은 바로 문을 열어주었고 병사들은 의아한 말투로 서로에게 물어봤다.

“전하가 언제 외출을 하셨나? 내가 듣기론 방안에서 쉬고 계신다고 하던데……”

“글쎄, 우리가 교대하는 사이에 나가신 것 아냐?”

헷갈려 하는 병사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당당히 추연궁을 돌아다니다가 주희의 말에 모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여기서 멀지 않아! 근처에 신령이 있는 것 같아. 근데 우리의 힘이랑 전혀 달라. 그리고 낯설지만 익숙한 힘이 느껴져. 동쪽에서 오는 것 같아.”

힘의 근원을 찾아 돌아다니던 중 힘이 가장 세게 느껴지는 곳에 다다른 홍령은 오랜만에 와보는 손님 전용 궁인 지예궁(智禮宮)에 어쩌면 위험한 인물이 있다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여기 어떻게 들어가요? 저기 문에 자물쇠가 걸려있는데……”

굳게 잠겨있는 문을 가만히 바라보던 홍령은 무언가가 생각난 듯 궁에 뒤편으로 향했다.

“홍령! 어디 가는 거야?”

“일단 따라와봐. 들어갈 방법이 생각 났으니까.”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이 생긴 궁의 뒤편을 익숙한 듯 자연스레 들어가던 홍령은 자신이 어릴 때 자주 애용하던 개구멍을 찾아냈다.

“저기, 지금 물어보긴 그런데, 개구멍을 왜 판거야?”

“어렸을 때 신하들이 잔소리 하는 거 듣기 싫었을 때 가끔 여기 와서 놀았거든. 여기서 내가 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그런데 구멍이 이렇게 작았었나?”

“네가 커진 거다 이 바보야.”

홍령을 한심하게 보며 말하던 강휘는 구멍을 살짝 부숴서 입구를 더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들어가려던 홍령이 잠시 멈추더니 안에서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앗!”

“어? 넌 누구니? 여기 내가 몰래 파놓은 구멍인데… 찾았네?”

방안에는 약 8살에서 9살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놀랐는지 홍령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어떤 여인이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홍령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노와! 여기 있- 누구신지요?”

“아, 저기 오해하지 마시고…”

갑자기 여인이 홍령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자신의 앞에 방어막이 생겨났다. 뒤를 보니 주희와 강휘, 그리고 보우 라우는 자기들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순간 주희의 표정이 바뀌고 조용히 속삭였다.

“설마… 다시 돌아온 건가? 환해가 설마……”

홍령도 놀란 건지 자신의 손에 점점 모이기 시작하는 힘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 안으로 들어가고 일어섰다.

“하예! 그렇게 사람을 막 공격하면 어떻게?”

“맞아요. 사람을 그렇게 공격하면 안되죠? 특히 여기 추연궁 안에서는 말이에요.”

자신의 공격을 받고도 멀쩡한 사내를 놀란 듯 보던 여자는 물었다.

“당신….누구야?’’

그녀의 물음에 표정을 천천히 바꾸기 시작한 홍령은 작은 미소를 지은 채 당당히 말했다.

“쉽게 말하면 저도 당신과 같은 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조금 복잡하게 말하면 명주국의 25대 왕 홍령이에요.”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저번에 왕을 만났을때 신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하예는 홍령을 노려보며 말했다. 물론 갑자기 튀어나온 홍령으로부터 노와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사실 그보다 그녀가 확인 하고 싶었던 것은 그의 힘이었다. 홍령이 지예궁 근처에 왔을 때부터 하예는 기분 나쁜 힘을 느꼈다. 가비와 구역질나게 같은 힘. 가비가 죽고나서 다시는 느끼지 못 할 줄 알았지만 명주국의 왕이라고 하는 사람에게서 같은 힘을 느꼈다.

‘기분 나쁘다.’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하예는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만해 하예! 지금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신력을 쓰려는 거야?!”

노와의 말에 하예의 손을 맴돌던 힘들은 사라졌고 그 사이에 들어온 다른 신령들은 하예의 팔목에 있는 방울을 보고 놀랐다.

“설마 당신도 신령? 하지만 어떻게… 신령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가비 뿐이었다고.”

“저… 하예는 내가 만들었는데?”

조금은 긴장을 한 듯 노와가 조심스레 주희의 치마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아무생각 없이 고개를 돌린 주희는 자신의 옆에서 신령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작은 아이를 보고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노와는 제 주인이 맞아요. 물론 만들고 2주동안 앓아 누웠지만… 저기 꼬마 왕님도 만만치 않게 신력이 있는 것 같은데?”

홍령은 자신을 꼬마라고 부른 하예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노와에게 시선을 돌렸다. 살짝 허리를 굽히고 노와와 시선을 맞춘 홍령은 질문을 했다.

“정말… 신력을 가지고 있니? 혹시 부담이 안된다면 보여줄 수 있어?”

보기만 해도 긴장이 풀리는 홍령의 미소를 본 노와는 미소로 화답하고 자신의 손에 힘을 모았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희는 홍령에게 살짝 속삭였다.

“저 아이… 낯설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어. 아주 익숙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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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4-05 00:31 | 조회 : 1,445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공지 없이 쉰 점 죄송해요! 앞으로 꾸준히 올릴게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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