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探索) (一)


“저기…”

“응?”

“조금만 떨어져서 걸으면 안되나?”

어두운 바깥에 놀란 국율은 자신도 모르게 윤의 팔에 잡고 있었다. 윤을 처음 만난 이후로 정신을 잃은 국율은 일주일 동안 밀렸던 잠만 잤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많은 일들이 일어나있었다. 윤뿐만 아니라 다른 신령들도 대부분 기억을 잃었고 지금은 또다시 터진 어떤 사건으로 인해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꾸물대고 만 있을 거야? 빨리 나가보자고!”

나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뜬 보우와 라우는 다른 사람들을 재촉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들뜬 듯 보이는 신령들과는 달리 홍령의 얼굴은 편지를 읽은 후부터 계속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홍령의 옆에서 걷던 강휘는 그의 표정에 걱정이 됐는지 그의 어깨를 살짝 쳤다.

“어?”

“저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 좀 풀어라. 무서워지려고 한다?”

장난스레 웃으며 말하는 강휘를 보며 기억을 잃기 전의 그가 생각 낫는지 살짝 웃음을 보였다.

“됐지?”

“그래, 훨씬 낫네.”

어느새 암지 입구 앞으로 왔다. 보우와 라우는 생각 없이 나아가더니 지은이 겨우 잡아서야 멈췄다.

“큰일 날 뻔했잖아! 그렇게 생각 없이 나아가면 어떻게?”

“아…미안! 너무 신이 나서 말이지. 저 햇볕을 보라고! 어떻게 그 어두운 데서 살 생각을 한 거지?”

“자, 자! 여기 이거 하나씩 받아가. 자기 방울에 있는 끈 색대로 가져가.”

한 명씩 자신의 방울에 달려 있는 끈의 색대로 목걸이를 가져갔다. 그 상태로 보우와 라우는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들은 없어지지 않았다. 기분이 좋은 듯, 둘은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안심한 다른 신령들도 밖으로 나왔다. 강력한 햇빛에 지은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기분은 좋았는지 입 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해님!!”

해를 바라보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선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윤과 강휘는 별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둘도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 여유 부릴 시간 없어. 이거 빛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지은은 자신의 목걸이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말대로 목걸이의 빛은 위에서부터 미세하지만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빛이 없어진 자리는 그냥 돌처럼 회색으로 돌아갔다.

“신석(神石)은 사용하기 시작하면 점점 보통 돌로 변해간다고 들었어. 하지만 다시 신력이 넘치는 암지로 돌아가면 다시 신력이 채워질거야.”

윤의 뒤에 서있던 국율은 천천히 나오더니 자신이 아는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어디서 그런 정보를 알았는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국율 씨는 원래 현주를 돕지 않았나요? 현주에게 말 안 할 자신은 있는 거에요?”

주희는 의심스러운 말투로 말했고 그 말에 당황한 국율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자신도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ㄱ..그렇게 보면 주희도 현주를 돕지 않았나요? 저도 전쟁이 끝난 이후로 전하의 호위는 그만두었다고요. 지금은 제 동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국율 씨에게 동생이 있었나요? 저는 몰랐는데…”

“신경 쓸 필요 없는 남동생이야. 어차피 다시 마주칠 것 같지도 않아.”

자신의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국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더 이상 이야기 하기 싫은 건지 이야기의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 갈 거야?”

“일단은 갈라져야 할 것 같아. 우리의 임무는 두 가지이기 때문에 둘 다 시간 안에 끝내야 해. 강휘, 주희, 보우 라우랑 나는 명주국으로 갈게. 아무래도 그곳 지리는 내가 제일 잘 아는 것 같으니까. 윤, 선화, 화백, 국율이랑 지은은 난헌국으로 가줘.”

“저는요? 저는 왜 빼요!?”

갑자기 뒤에서 위진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위진은 삐친듯한 표정으로 있었다. 정말 조용히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존재감이 없었던 건지 신령들 모두와 나는 위진이 우리를 따라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어….음….그러니까….넌 그냥 난헌국으로 가줘.”

위진에게 미안한 소리지만 현재 나는 위진과 함께 여행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저번 여행에 엄청 고생했는데 또 그런 일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 난헌국으로 가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위진을 그쪽으로 보내야만 했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 신력이 떨어지는 속도보고 언제쯤 다시 암지로 와야 하는지 선화의 바람을 보낼 테니까 섣불리 신력을 쓰지는 마세요.”

그렇게 우리는 흩어지고 나와 나의 일행은 명주국으로 향했다.

/명주국

“하예? 이것 좀 봐! 여기 개구멍이 있어!”

“에휴…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말라니깐요?”

“안 나가, 안 나가! 그냥 그렇다고..”

노와는 심심한지 계속해서 신력으로 공중에서 숟가락을 돌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던 하예는 결국 그를 밖으로 데려갔다. 사람들이 자주 안 오는 뒷마당에서 놀기 시작한 하예는 두 시진 뒤에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노와가 뛰어 노는 것을 구경했다.

“시원하지 않아? 명주국 생각보다 괜찮은 곳 같아.”

기분이 좋은 듯 밝은 미소를 하예에게 보이던 노와는 갑자기 오는 무수리를 보고 하예의 뒤로 숨었다.

“어? 하예 씨! 밖으로는 언제 나오셨어요? 노와님은요?”

갑자기 하예에게 아는 척해오는 무수리의 행동에 더 놀란 나머지 노와는 하예의 옷자락을 더 꽉 잡았다.

“노와가 심심해하길래 밖으로 자시 나온 거에요. 두 시진 뒤에 들어가려고요.”

그 사이에 노와는 등을 돌려 뛰기 시작했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개구멍으로 나가면 무엇이 있는 지 궁금해서 그곳을 통해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구멍 앞에 서 있는 남자에 의해 놀란 나머지 짧은 비명을 질렀다.

“으앗!”

“어? 넌 누구니? 여기 내가 몰래 파놓은 구멍인데… 찾았네?”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사내는 성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려 보였다. 사내의 등에는 활이 있었고 그의 누런 머리는 눈에 띄었다. 멍하니 앉아있던 노와는 구멍으로 들어오는 사내를 보고만 있었다.

“노와! 여기 있- 누구신지요?”

바로 그 순간 하예가 노와를 찾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고 방안에 앉아있는 사내를 보고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었다.

“아, 저기 오해하지 마시고…”

하예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신력을 썼다. 노란 빛들은 빠른 속도로 사내에게 다가갔다.

“하예! 그렇게 사람을 막 공격하면 어떻게?”

“맞아요. 사람을 그렇게 공격하면 안되죠? 특히 여기 추연궁 안에서는 말이에요.”

사내는 연기 사이로 멀쩡히 걸어 나왔고 하예는 놀란 듯이 물었다.

“당신….누구야?’’

“쉽게 말하면 저도 당신과 같은 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조금 복잡하게 말하면 명주국의 25대 왕 홍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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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3-07 14:09 | 조회 : 1,422 목록
작가의 말
넘나조은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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