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봐."
"눈 내리는건가."
"응. 예쁘지?"
하루는 싱글 웃으며 배란다 난간에 몸을 기댔다.
"..응. 예쁘군."
그에게는 난간에 기대어있는 실루엣이, 눈을 보는 눈동자, 예쁘게 호선을 그리는 입술이, 바람에 살랑이는 머리칼이.. 그 모든게 아름다웠다. 눈을 떼고 그가 좋아하는 흰 눈을 봐야 하는데 하늘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야."
"카르. 내 이름은 카르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은 하늘. 이하늘이야."
멋쩍다는듯 머리를 쓸어 넘긴 후 방긋 웃으며 제 이름을 소개하는 모습과 크리스마스 케롤이 머리를 울린다.
"그렇군. 잘 부탁한다 이하늘."
"이왕 같이 살게 된 거 잘 지내보자고."
이하늘은 늘 그랬다. 저렇게 경계를 풀게하는 웃음을 지으면서 제 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내가 움직이도록.
"어서 와서 민망한 손을 잡아줄래?"
손을 내밀돼 내가 움직이도록... 결국 먼저 다가와 주지 않는 너에 의해서 내가 미치도록 만들었다.
"잘 지내지."
"그래. 근데.. 그 말투는 좀 바꾸지? 외모랑 전혀 안어울리는데."
"알았어. 형."
"좋구나 아우야."
흥얼 거리면서 다시 빌어먹을 눈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너.
기억의 깊은곳, 너는 결국 내게 한 걸음도 와 주지 않고 눈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서 난 너를 죽였다.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