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김치 먹는거 보니까 라면도 잘 먹겠더만. 먹어라."
그릇에 라면을 다섯젓가락 정도 나눠줬다.
" 얼굴 박고 먹겠지?"
김치를 그만 먹던거에서 부터 느꼈지만 역시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나보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나를 빤히 본다.
"그럼 국물은 못주겠네으악! 이 미친놈아!"
아무 생각없이 중얼거렸는데 이 미친놈이 짧은 발을 놀려 냄비에 얼굴을 박았다. 식겁해서 놈을 들어 올리자 빵빵해진 볼이 꿀꺽 소리와 함께 가라앉았다.
"설마 국물 먹을 수 있다는거냐?"
"뀨"
와 이 미친새끼.
"말로해!이놈아!"
"뀨"
"말은 못하냐? 드래곤이라도 말은 못하는구만."
"야."
"응?"
뭐냐 내 앞에 꼬맹이는.
"인간아. 이제 말할 수 있다."
"........ 진작 바꾸지 그랬냐."
"귀찮다."
순간 할 말을 잃고 빤히 바라봤다. 표현은 안했지만 놀란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 맥박이 빠르군. 설레는 건가 인간?"
"입 다물고 라면이나 먹어."
"국물이나 주고 말해라 인간."
"아 배고파. 저기서 이것들이랑 똑같은거 가져와서 퍼먹어."
여섯 살 쯤 돼 보이는 꼬맹이로 변한 드래곤이 수저와 젓가락을 가지러 간 사이 난 라면을 맞은편에 앉을 녀석을 위해 중앙으로 옮겼다.
꼬맹이가 도도도와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저기서 먹어. "
"싫다."
"왜."
"네 옆에 있고싶다."
뭐지. 이 박력은.
"배고파. 빨리 먹자."
엄청난 박력에 감탄을 하고 라면을 옆에 나란히 앉은 녀석과 나 사이에 놨다.
다 불어버린 라면이지만 오랜만에 누군가와 같이 먹어서 인지 왠지 모르게 맛있다. 웃음도 실실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