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



어머니를 따라 내려간 광주는 내가 살았던 경기도 쪽으로 부 터 많이 떨어진 곳 이였다. 차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내가 알던 풍경들이 휙 하며 감상할 시간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빠르게 지나감에 따라 나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새로운 집이 있는 곳은 차도가 많은 곳 이였고 여기저기에는 많은 종류의 건물들이 있는 곳 이였다. 그리고 도착한 새집은 아버지와 살던 집에 비해 작은 곳 이였다. 사실 아버지와 살았을 때 집이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였다고 생각했다. 한 17평이니까 오히려 둘 이서 살기에는 적당했던거 같았다. 물건도 별로 없었으니. 하지만 새집은 생전 보지도 못한 물건들이 쌓여있어 바닥에는 옷이며 종이며 많은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런 잡다한 물건들을 보는 동시에 눈에 들어온 것은 나의 엉덩이부분까지하는 어린애들 이였다.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들로 보였다. 그 아이들은 나의 동생들 이였고 어머니는 나에게 한 명 한 명을 소개해주었다. 소개를 받는 내내 아버지를 잃은 충격과 또 다른 충격이 나의 머리 안을 쿵-하며 내리치는 느낌이였다.

'동생들이라니....'아래 입술을 꾹 누르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놀란 한쪽 가슴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어린애들이 있는 줄 몰랐어,'

'재혼을 하셨던 건가..?'

'그렇다면, 나는 새 아버지가 생기는 것일까?'

'이런 가정에 내가 이렇게 갑자기 들어와도 되는 걸까?'

'내가 혹시 괜히 어머니를 따라온 걸까?'

'고모의 말을 듣는 게 더 나은 방법 이였을까?'

'아니면 난 대체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멍하니 그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잘 돌아가지도 않은 머리를 힘겹게 돌리며 별의별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긴장감에 웃으며 답하는 나날들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새집에 온 지 한 달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짧다면 짧다고 혹은 길면 길다고 느끼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나는 서서히 나름 적응을 시작하였다.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눈앞에 있는 서랍을 열었더니 실버 색깔의 디지털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무엇이 찍혀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나는 카메라 버튼을 눌렀고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처음은 집 부엌이 찍혀있는 사진 이였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검게 타있는 주방 벽과 함께 가스레인지가 고장 나있는 사진 이였다. 사실 그렇게 많이 신경 쓰이는 사진은 아니었지만 그 때부터 인가 나는 이상한 느낌을 느꼈고 빠르게 한 장 한 장 찍힌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고 난 후 나의 상태는 한마디로 굉장히 최악 이였다. 사진 속에는 거 이 백 장 가까이 되는 사진들이 있었고 대부분의 사진들은 아이들이나 어머니로 추정되는 몸에 나있는 멍 자국과 흐르는 피나 상처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쯤에서야 나는 왜 아이들의 아버지가 내가 온 후 얼굴조차 볼 수 없었는지에 대해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왠지 내가 엄청난 걸 봐버린 듯한 느낌에 계속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사진을 보고 난 후 나는 두려움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하였고 애써 그 마음을 무시하고 평소대로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어머니에게 그것을 물어보지도 못하였고 그렇게 한 달이 되는 시간이 흘러갔다.


'요번 주 안에 네 동생들 아빠가 집에 오실 거야.'

쿵. 가슴 안에서 무엇인가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사진들이 다시 눈앞에 펼쳐져 내 머리 속에서 아른거렸다.

'....네'

'얼굴 보게 되면 인사 드리고, 처음은 좀 불편하겠지만 같이 생활하다 보면은 익숙해질 꺼야.'

'네.'

두려움과 함께 떨리는 손을 꾹 잡으며 평소대로 대답을 하였다. 마치 사진을 보지 못한 듯이 행동을 함으로써 이전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에 대해 모르는 척하였다.
그리고 삼일 후에 아이들의 아버지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고 생각보다 친절함에 나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나를 배려하며 자기를 아버지처럼 생각해도 된다고 하였고, 편할 대로 부르라고 하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아버지 말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난 그를 아저씨라 부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런 친절함은 엄청난 거짓 덩어리란걸 알게 되는 날들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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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8-03 03:31 | 조회 : 370 목록
작가의 말
ssun뉴

과거가 좀 많이 깁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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