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혼났다, 혼냈어.







할래요 라는 말이 아닌 말을 하고 말을 들을 여유도 없던 연구원은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말을 이해했을 때에는 이미 후배가 이 일로 단련된 힘을 가지고 손목을 잡아 포박하고 있을 때였다.



"야, 노, 농담 하지 마....으흐..."



마음에도 없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건넸다.



"농담 아닌데요?"



...저 눈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봐왔지만 적응이 안 된다. 무언가를 노릴 때라고 해야 할까 절대 안 놓친다라는 악박감이 노여져있는 눈. 시발, 망했다라는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어떻게든 설득 시켜야 한다. 그래도 인간은 정말로 위험할 때에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것 덕분에 이젠 끝이다라며 정신을 잃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는데 아직도 이성을 잃고 있지 않은 자신이 놀라웠다. 잘했다, 나 자신!



이 아니라 이 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이 놈에게 화내봤자 눈이 맛이 가서 듣지도 않을 것이다. 망할, 나는 왜 이딴 후배가 내 당담인거야. 좀 성실하거나 또라이 아닌 거 둘 중 하나만이라도 주지. 시발, 시발, 시발 욕도 이젠 안 나온다. 아니 그건 취소, 정말로 정신이 없으니까 벼라별 쓸데없는 생각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구나.




"말, 말로 하자...읏, 응?"



숨을 헐떡이고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지만 이 쓰레기는 웃지도 않고 무섭게 겉옷을 벗기고 있을 뿐이다.



게이 섹스는 많이 봤지만 한 적도 없을 뿐더러 바텀은 절대 해본 적이 없었다. 난 게이도 아니고 여자가 좋으니까, 그런데 왜 이런 미친놈들밖에 없는거야.



눈에 눈물이 고이려 했다. 와 진짜 무섭네,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 좀 해둘걸 이라는 생각과 함께 해보면 별거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희미하게 들었다. 어차피 맞는 건 많이 해봤고 그러니까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래도 아직 포기하긴 힘드니 설득시키기로 했다.



"씹, 진짜 죽일거야."



아, 말이 헛나왔다.



"그것도 귀여워요 선배"


라는 짜증나는 말을 내뱉으며 손동작은 멈추지 않았다. 역시나 웃고 있지 않았다. 아무튼 말이 헛나왔어 마음 깊숙히 있던 말이 나와 버렸다. 그건 어쩔 수 없고 이런 말은 이 놈에게 역효과니까 어쩌지, 뭘 해야 할까



"....흐, 그, 근데 야..."



"왜요?"



"나, 난 이런 상태로, 음, 너랑...하고 싶진 않은데...으."



라는 내가 손발이 오그라지는 말투를 하고 나서야 이 쓰레기는 나를 쳐다보았다.




"왠일로 선배가 그런 말을 하세요? 약 때문인가?"



"아, 아니...흐, 약은 이제 잘 안, 먹히는데? 내, 내가 꽤 센가보지..."



라는 말과 다르게 신음은 꾹 누르고 있었고 몸은 미세하게 벌벌 떨고 있었다. 젠장할 나 얼마나 바보같이 보일까.




"아~ 말하려고 했는데 그거 이번에 발명한 최음제 아니에요."



"어?"



"그러니까, 선배가 그 새끼한테 들고 가기 전에 기분이 더러워서 바꿨다고요"



".....예?"



.....? 그러니까 언제 바꾼 건 그렇다치고 무슨..."



"그럼...무슨 약?"



"갑자기 훅 달아오르다가 한 5분만에 약간씩만 줄어드는거요,"



"..."



어쩐지 지금 효과가 미미하더라...시발, 난 그럼 뭐했던 거지. 아 진짜 이 쓰레기 자식 죽일거야.



증오가 찬 눈빛으로 바라보자 이제 싱긋 웃으면서 다시 잡았던 손목에 힘을 다시 주며 몸에 손을 댔다.



"힉...!"



"다만, 이 정도에는 그래도 반응하죠, 아무리 약효가 작다 해도"



난 놀아난건가 이런 망할, 쪽팔려 그보다 쓰다듬는 거 기분 나쁘니까 그만해 라고 말하려는 게 입으로 안나오고 억눌러진 신음소리만 나고 있었다.



"흠...윽..."



"참지 않으셔도 되는 대요?"



"윽...씨발, 이거 안 풀어?!"



쪽팔림에다가 너무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발이랑 손을 안간힘을 다해 뿌리치고 있었다. 소리를 꽥꽥 지르는 나를 보고 더욱 즐거워보이는 건 안중에도 없고 그냥 빨리 장난 그만해라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야이 게이 새끼야!! 손 놔라고!!"



"왜요, 선배도 이렇게 좋아하잖아요."



"-윽."



만지는 손이 느껴지자 핑 돌면서 할말을 잃게 만드는 순간 구세주가 왔다.





덜컥,




"저기, 연구원님, 여기 88호 연구 자료가 나왔-"



자료를 보다가 나와 이 쌍또라이새끼를 보더니 갑자기 말을 잃으며 한 손에 들고있던 서류들이 툭 하며 쓰러졌다. 하기야 윗옷은 반쯤 벗겨났고 팔은 압박 되어 있는 상태니까




"..."



"..."



"..."



침묵이 돌다가 그걸 깬 사람은 후배였다.




"이 성원 연구원님, 제 방에 있는 약품 2층 선반에 초록색 약품 좀 가져와 주시겠어요? 지금 선.배.님이 아프셔서요."



라는 되먹지도 않은 소리를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잠시 멍 때리고 있다가 후배가 다시 미소를 보이자 당황하며 네 라는 말을 하고는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안 되는데 이 좆같은 새끼 죽이자.



"아쉽네요, 문을 잠갔어야 하는데 하는 도중에 문이 열렷으면...아니다 그것도 괜찮았겠...."



말을 하다가 내 표정을 보고는 말을 멈추고 조용히 손목을 압박하던 손을 풀고는 뒤로 서서히 물러났다.



"...장난이셨던 거 아시죠?"



내가 옷을 다시 제자리로 갈아입으면서 말이 없죠 약간 초조한지 웃으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젠장, 아마 아까 걔가 말한 건 이런 느낌을 지워주는 약이겠지 옷 갈아입는데도 흥분되냐, 역시 인간이구만 욕망의 동물이야 무섭네 무서워.



그래도 일단...




"....장난이였죠! 당연히! 제, 제가 구해줬잖아요! 데헤 ㅅ"



"기각."



"...."




"그대로 무릎 꿇어."



탈싹



"손 들고."



벌떡



"저, 저기 약...여기요...."



"아 고맙습니다. 이제 가주실래요?"



"ㄴ,네..."


빨리 갔다온 새로 온 연구원은 잠시 후배 쪽을 슬쩍 보더니 내 눈치를 보며 빠르게 복도 쪽으로 뛰어갔다. 나는 그 약의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벌컥 한 번에 다 마시고 침대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잘못했어. 말해 봐."



"....그, 장난친 거..."



"그러니까, 장난이였어?"



".....아녀..."



"그럼, 뭔데? 진짜였어?"



난 정말로 72호 앞에서만 바보같은 짓을 하는 거고 당황할 때만 바보같은 거지 정말로 벌을 줄 때에는 가차 없는 걸 알고 성격이 완전 바뀌는 걸 알기에 후배도 눈치를 보고 있다.



"...옙.."



"얌마, 나는 있지 게이가 아니란 걸 알잖아? 너가 정말로 욕구를 못 참겠으면 실험체 아무나한테-"



"선배가 좋은 거잖아요!"



"누가 말해도 된댔지."



"..."



어차피 하지도 않았고 그러니 이번에는 넘겨줄까.



"절대로, 다음부턴 하지 마. 절대로, 그럼 넌 해고다."



"너무하잖아요...그런 거....해고는 심했어.."



"....그럼 몇 달간 일 하지마."



"...네..."



"진짜지? 절대로다. 다른 연구원한테도 하지 말고 알겠어요? 쓰레기 자식놈아."



"....그런데 정말로 이쪽으로 오시는 건-"



퍼억




새끼 침울해졌다가 바로 얼굴 바뀌네 니가 이젠 피를 보겠구나. 진짜 죽일거야. 봐주려 했더니 저 자식은 영영 봐주면 안 돼.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내 곁에 있는 연구원들이 하나같이 다 변태아니면 게이야 씹, 오늘 기분은 진짜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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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14 18:38 | 조회 : 7,325 목록
작가의 말
지루한

얼마나 다르면 다중인격이냐는 소리도 듣습니다, 연구원. 이번 화에는 그런 거 안 나왔지만..정말로 화내면 무서웡. 실험체 번호 외우기 어렵네요,/어라? 설마 씬 기대하셨나요? 작가 손이 악마의 손이라서 씬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네영 죄송함다. 연습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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