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게임은 많이 할수록 재미있습니다




내가 친구랑 이런 대화를 보내고 난 후라 그런 지 어떤 의미론가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이런 문자 보낸 적 없는데.


이 문자에 10초 동안은 굳어있었던 것 같다.


"...씨발...."


바로 심호흡을 하고 잠바를 입고 앞뒤 생각 안 하고 이 세한 집으로 뛰어갔다.


씨발 제발

제발

제발

욕하고 이런 생각 밖에 들지 않았던 나는 정말로 발을 헛딛으며 넘어질락 말락 빠르게 달렸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멀리 느껴질까.


조금 더 이성이 돌아오자 정말로 무슨 일일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냐, 장난일 수도 있어. 장난일 수도... 내가 너무 급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 대화를 나누고 나서 일까 정말로 그런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젠장..."


너무 힘들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뛰었다.



"왔다...!"


힘들어





덜컹-





"...."


"...."


"...."


"...."


"...."


"....왜 이렇게 굳어있어 바보야?"


내 눈앞에 보이는 건 그렇게 달려온 나에게 뒷통수라도 얻어맥인 듯 너무나 평화롭게 게임을 하면서 라면을 먹고 있는 이 세한의 모습이었다.


".....뛰어 왔냐?"


".....놀랬잖아아아..."


힘이 다 빠진 다리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사실은 문 앞까지 왔을 때에도 제발 장난이라고 해줘 라는 생각이 가득찼는데 문이 열려 있는 걸 보고 정말로 큰일났나 싶었다.


"아...진짜...놀랐잖아..."


옆에 있는 얼굴로 내 눈에 눈물이 고여 있고 꼴이 엉망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

지도 잘못한 걸 알았는지 무표정이지만 미안한 것 같았다.

"...그래서...헉...왜 불렀어...?...에휴...."


긴장이 풀리니 힘들어진 숨가쁨에 물어보았다.


"...아니...그...볶음 김치...사오라고...시키려 그랬는데..."


"...."


꼴이 엉망이고 눈망울에 눈물까지 고인 나에게 말하기가 좀 그랬는지 꽤나 레어템인 미안한 얼굴을 보았다. 그래도 이 얼굴을 봤으니 화난 건 봐주지.


"...휴우....그런 장난 치지 말라고!!"


"쳇....알았다니까"


"후우... 놀랐잖아 나쁜 놈아아아...."


"....그래 그래 강아지야 문 닫고 씻어라."


내가 너만 아니고 친구 였어도 죽빵을 날리는 거였는데


그래도 집에 오게 됬으니 넘길까...






+







다 정리한 후 나는 다시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난 분명 어제 고백을 했는데 저런 태평한 저 녀석의 얼굴을 보고 나니 약간 화가 나기도 한다.


"...역시 부족하네~"


방금까지 잘만 먹고 국물까지 싹 비운 놈이 할 말일까


"그러고보니 너 라면만 먹고 있는 거 아니지?"


"...."


"...맞지?"


"....."


덜컥-


빠른 스피드로 녀석을 제치고 선반과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거기엔 역시나 텅 비고 서늘한 느낌이 나는 냉장고와 라면으로 채워져 있는 선반이었다.


"...."


"내가 좀 잘 챙겨먹으라 했잖아!!!!"


"시끄러! 소리지르지 말라고 네가 엄마냐?"


"친구가 이런 걱정을 할 수도 있지 뭘!! 너 또-"

설교를 시작하려 막 준비하고 있었는데 말을 가로막았다.


"너 그러면 내가 너 싫어한다."





진짜 나쁜 놈이다.


"...걱정하는 거잖아. 너가 그러니까 작은 거지... 거기다가..."


"내가 알아서 할 거니 걱정 말라고, 그런데 뭐 거기다가?"


"그래서...위험한 사람을 만나면...."


"됬네요 새끼가 내가 18살 남자다, 남고생이라고"


"그래도-"


"쉬-잇 싫어한다 말했어."


나쁜 새끼
눈에 고인 눈물이 터지려 한다.




.


.


.


...정말로 할게 없다.심각하네. 이 녀석 집에 있는 책은 다 알아 들을 수가 없고 쟤는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고...그렇다고 집에 가긴 아쉽고


생각해보니 그렇게 힘들게 찾아오고 걱정했는데 막상 시간 지나니까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보내고 있구나, 신기하네.


"...."


"...."


"세한아."


"왜"


"어떻게 하면 날 좋아해줄거야?"


다른 사람이 보면 건장하고 덩치 큰 남자가 물어보는 게 토할 수도 있는 말을 물어보았네, 나도 부끄럽다.


"...나한테 묻지 말고 너 스스로 잘 생각해봐."


"역시나 넌 공략하기 힘들다."


"내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잘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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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4 17:36 | 조회 : 1,200 목록
작가의 말
하토

이딴 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위를 쓸까 생각 중입니다- 어쩔까요....수위 못 쓰는데 잘 쓰는 작가님들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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