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3.



















이, 마지막이 있으면 시작도 존재한다. 새벽은 생각했다. 어지럽고 시끄러운. 약향과 피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권휘- 어린아이가 볼만한 것이 아니다. 서둘러 손을 까닥이어 문을 닫았다. 밖에서는 찢어지는 어린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열리지도 않는 문을 두들기며 화선과 새벽, 단 둘이 있는 방안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아바마마. 아버지 - 울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제 아비를 향한 걱정과 이 상황이 이해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궁녀들이 권휘를 잡고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리고 잦아 든다. 새벽은, 빨리도 다가온 아침에 눈을 감았다. 본래라면 자신의 힘을 아끼고 숨기려 어린아이로 돌아가겠지만 새벽은 그러지 못했다. 가냘프게 짖밟힌 화선을 바라보고 그러지 못했다. 새벽은 암담하기 짝이 없는 이 아침을 반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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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님 -




저 먼옛날. 나에게 과거인 그 날에 한 청년이 자신을 불렀다.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 믿던 새벽의 끝. 아침의 그 사이에 누군가 자신을 찾아왔다. 멀쓱한 청년이 자신을 부르길래, 그냥 오랫동안 심심하던 차에. 호기심에 청년의 앞에 제 모습을 내 보인 자신의 잘못이였다. 어느 이야기와 똑같도록 그 인간아이와 친해져 떠나는 아이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그, 저잣거리의 소설마냥. '환' 제 1대 서국의 왕이였으며 제일 큰 힘을 가진 왕이였다. 새벽 처럼 떠올랐던 환과 새벽의 끝처럼 저무는 화선- 이 것이, 자신이 바라던 결말도- 자신이 원하던 결말도 아니였던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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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혈을 하다 하다, 지쳐 쓰러진 화선의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 웃음기가 늘 머금어 있어 눈가 주름은 깊게 패여있고, 나이가 들어감과 따라 중년의 모습을 화선의 모습을 뜯어 보았다. 젊었을 적 여성을 꽤나 울렸을 거 같은 모습에 퍽이나 웃겼다. 이 다정한 왕의 운명은 새벽 자신이 어찌 할 수 없을 만큼 꼬였다. 환의 모습이 꽤나 남아 있는 모습에 또한 웃음기가 머금었다. 아침의 해는 꽤나 따가웠다. 새벽의 힘이 사라진 이 나라는 더 이상 아침을 포근히 안아줄 수 도, 감싸줄 수 도 없다. 이 가여운 아이를 우짤꼬, 이 어리석고 미련한 왕을 우짤꼬, 새벽은 - 화선의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 화선이 눈이 뜰 때까지. 화선이 자신을 찾을 때 까지 화선의 옆을 지켰다. 새벽의 힘이 끝난 이 그릇은 이제 나약한 인간일 뿐이였고, 이 나라를 지탱할 수 없어 무너져 가는 나라를 지켜볼 인간이였다. 왕의 부재를 알리 듯, 나라는 시끄러웠고 화선은 여전히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겨울이 였던 계절은 이제 봄을 준비하고 있었고, 상그럽게 떠오르는 봄꽃의 향내는 바람을 타고 들어왔다. 왕의 자리가 필요 할땐, 자신이 나서 새벽의 힘을 양껏, 써주었다. 왕이 필요한 자리엔 자신이 직접 나서 그 자리를 채워줬건만, 왕의 부재는 커다랗기 짝이 없었다. 백성의 아버지가 될 수 없었고, 이 나라를 지탱해줄 지식또한 없었다. 그리고 그 어리고 어린 아들의 아버지가 될 수 없 듯 그 자리는 너무나 커다랗다. 새벽은 어서, 화선이 깨어나길 바랬다. 계절은 바뀌고 있었고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끝을 보인 나라는 무너져 가기 시작했고 주변국에 소문이 돌아 새벽의 나라에 공물이 들어왔다. 새벽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듯, 모든게 톱니바퀴마냥 마주쳐 흘러가고 있었다. 푸르른 잎사귀 사이로. 분홍빛 꽃잎이 수줍게 내민 그 계절에 - 화선은 천천히 눈을 떴다. 남빛을 띄던 눈빛은 까맣게 가라 앉았고, 검푸른 머리칼은 , 새하얗게 새기 시작했다. 끝이로구나. 힘겹게 양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오열 - 그는 통곡하였다. 나는 이제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빈껍데기. 이 나라를 무너져 가는 걸 멍청하게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그런,










화선의 깨어남이, 새벽의 귀에 들어가자마자 새벽은 급하게 달려갔다. 자고 있는 동안 빗질해주었던 검푸른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버렸고, 남빛이 반짝였던 눈동자는 까맣게 변해버렸다. 버석거리는 입술을 여는 화선의 모습에 보이자. 새벽은 화선의 손을 맞잡았다. 도와주겠노라고, 이 새벽이 끝나지 않게 도와주겠노라고. 나는 새벽을 관할하고 새벽자체인 내가 너를 도우겠노라고- 마지막은 서글퍼서, 아침을 보기 싫을 만큼 서글퍼서. 너를 도와주겠노라고 - 아침이 찾아오지 않도록, 또다시 새벽이 찾아오도록- 너를 도우겠다. 새벽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선은 소리도 내지 않은 체 제 앞에 앉아 있는 새벽의 다리에 제 이마를 대어 울었다. 나는 이제 빈껍데기 입니다. 더 이상 새벽은 오지 않을 것이고 당신도 이제 떠나야 할 때입니다. 모든것을 접고 접어. 아침을 맞이해야합니다 - 떨리는 목소리로, 새벽의 말을 듣지 않는 체로 화선은 오열하였다. 자신은 지쳤고 또한, 이 상황을 받아 들일 수가 없을 만큼. 자신이 무너져 가는 것을 느꼈다. 떨리는 손이 새벽의 옷자락을 잡았고 화선은 절망했다. 새벽은 그저 그런 화선의 머리를 서글프게 쓰다듬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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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제국. 태양이 관할하고 태양이 다스린다던, 금빛의 국가. 금국.

금발이 단정하게 정리된 짧은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짝이였다. 따사로운 햇빛 밑으로 남성은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 앞으로 온 편지를 구겼다. 붉은 눈동자는 자신에게 온 서신을 가져다 준, 청년을 바라보았다.




"사실이더냐, 이 것이 정말로 - 사실이냐 물었다"

"사실입니다. 서국은 금국의 귀속되는 국가가 되겠다 했습니다"

"이- 멍청한 화선놈이-! 그 고고하고 방자했던 모습은 어따 팔아먹고 지금 -!"




구긴 서신을 냅따 던지고 의자에 걸쳐진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채비해라, 라며 외쳤다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 거리며 당장이라도 부술 듯한 모습으로 제 앞에 있는 청년에게 말했다. 너의 주인에게 가자. 가서- 두들겨 패던, 아예 작살을 내던 하자. 금국의 황제- 태양의 황제는 - 이 사실이 너무나도 화가 났고 짜증스러웠다. 새벽의 나라라는 것에 알맞게 항상 신비롭고 고고했고 또한 제국의 황제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하던 자였다. 또한 서스름 없이 제 옆에서 조잘 거리던 사람이였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던 것만 빼면 좋은 친우였고 협력자였다. 그런 놈이, 자신에게 이따위의 서신을 보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벽의 힘을 잃기 시작했다는 것 또한 알았지만 이렇게 끝이 보인다는 것은 몰랐다. 자신이 어리석었고 그를 그렇게 두었던 자신이 원망 스러웠다. 자신의 제국 옆에 작게 어울린 서국으로 가기란 쉬웠다. 가까웠고 서국의 궁은 바다를 향해 있어 자신들과 가까운 곳에 이루고 있었다. 자신과 친우사이였던 절친하다기보다는 친했던 사이로 나라와 나라를 넘나드는 것또한 쉬웠다. 하나 씩, 새벽의 왕은 금국의 부속국가로 들어가기 위함이라는 것은 자신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고, 무엇을 바래었는지 깨닳기 시작했다. 태양의 황제는 새벽의 왕에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머저리같은 새끼. 그 고고했던 주둥아리 부터 찢어 놓든가 해야지 - 온갖 머리 속으로 이놈의 새벽의 왕을 지지고 볶을지 생각부터 했다. 하루하고 반나절, 만에 새벽의 궁에 도달하자 궁의 문은 자연스럽게 열렸고 그 문을 당연하다는 듯, 지나갔다. 말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새벽의 왕의 서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놈은 그 곳에 있을꺼야. 이 천벌 받을 새끼. 나보다 나이 많은 주제에 미련하고 멍청한놈. 서재를 너무 -당연스럽게-거칠게 문을 열자 하얗게 새버린 새벽의 왕이 보였다.







"왔는가 슈라이."




똑같은 얼굴, 하지만 하얗게 새버린, 새벽의 왕을 보고 황제는 성큼 성큼 걸어가 손목을 짖이기듯 잡고 올렸다. 사실대로 고하라. 상태는? 보다 싶이.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으쓱이였다. 멍청한놈. 미련한 놈, 온갖 욕짓거리를 다하고 아직도 제 성이 차지 않는 다는 듯 씩씩 거렸다. 차를 내온 궁녀가 찾잔에 따뜻한 차를 내리어 황제의 앞에 내려 놓았다. 황제는 그것이 찬물이라도 된냥 발칵 발칵 마셔댔다. 쾅하고 탁자를 부술 듯 찻잔을 내려놓았다.




"화선- 네 놈은 어째서! 끝까지! 멍청한거야-!"




소리를 발칵 내지르는 황제를 보고 하하하- 하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뜬지 이제 일주일. 그리고 힘을 완전히 잃은지 석달. 그리고 부속국가가 되겠노라 다짐한지 이틀이였다. 화선은 서글프게 웃었다. 슈라이.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제 백성들을 이 나라를 지켜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은 긍지를, 아니 새벽의 힘을 잃은 빈껍데기 왕이였고, 새벽이 자신의 곁을 지켜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체였다. 도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슈라이는 고개를 돌렸다 꼴도 보기 싫은 화선이였지만 여전히 손목을 잡은 채였다. 까만 머리가 굽실거려 반짝이는 청년, 새벽을 보고 황제는 누구냐- 라며 낮게 으르렁 거렸다.




"슈라이, 그는 새벽일세, 이빨을 숨겨. 들짐승 흉내 내지말고"

"넌 닥쳐 화선. 그 잘난 제안 거절하기 전에-"

"방자한 행동은 하지 마시게 우리에겐 소중한 분이시니."




슈라이를 바라보던 새벽은 인상을 찌푸리고 의자에 털석하니 앉았다. 끝까지 해보라는 듯 턱을 괴고 슈라이와 화선을 바라본다. 황제에게, 잘하고 있다는 찬사 또한 잊지 않은 체로. 그 날, 눈이 뜬 화선은 소리를 죽이며 울어댔다. 자신이 빈껍데기라고 칭하며 울었다. 턱하니 숨이 막혔던 그 날을 생각하니 슈라이의 질책이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졌다. 답답하고 또한 미련한 사람이였다. 저렇게 화를 낼 수 없었던 자신대신 화를 내주기에,슈라이는 제는 씩씩 거리며 화선의 손목을 거칠게 던지고 의자에 털석 앉았다. 이제- 어쩔껀데.




"- 아직은 모르겠네. 어찌 해야할지도 어떻게 해야할지도."




하나로 높게 묶은 하얀 머리가 창문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봄바람에 흔들렸다. 곧- 사라질거 같은 모습에 새벽은 자리에 일어나 화선의 옆에 섰다. 사라지지 말라는 듯. 또한 이 마지막이 자신의 탓이라는 듯, 화선의 옷자락을 잡았다. 슈라이는 새벽의 모습에 갸웃였다.이상한 느낌에, 이질적인 느낌에 슈라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쉬어야겠어 - 라며 자리를 비켰다. 봄바람이 차가웠다. 화선은 쓰게 웃었다. 그리고 새벽을 향해 입술을 달싹이었다




"언제까지 있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떠날 때는 말씀해주세요."

"- 미련하고 멍청한 것"

"슈라이에게 그런 것을 배우면 안됩니다. 새벽"







-







슈라이가 부속국가가 되는 것을 허락하자마자, 새벽의 나라는 금국의 부속국가가 되었노라 선포했다. 천천히 하나씩, 지워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가까웠고. 화선 자신도 이 나라도 끝임을 울리는 북소리가 제 머리속을 흐트렸다. 하나씩, 안전장치를 달아둬야겠고. 힘이 없는 왕이 이 국가를 잘 다스리도록 바꿔가야했다. 화선은 새벽이 다가오는 밖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당연스럽게 느껴진 저 하늘은. 이제 자신의 나라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자 서글퍼졌다. 이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던 옛이 그리웠다. 새벽을 담았던 그릇은 더이상 새벽을 담을 수 없다는 듯, 새벽이 다가오면 고통을 호소했다. 이미 깨져 산산조각난 그릇은 더이상 제 본분을 다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몸은 망가지기 시작했고, 자신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벽이 알지 못하는 진실. 새벽이 알아야 하지 말아할 진실. 새벽이, 슬퍼하지 않도록 꼭꼭 숨겨두어야만 했다. 몸을 최대한 작게 웅크려 고통이 가실때 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고통이 사지를 찢는 듯한 느낌을 주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자신만. 자신만 알아야 하는 고통이다-







- 달그락.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굴러가는 소리. 고통에 시야가 흐릿한 눈으로 소리가 시작된 곳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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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4 01:29 | 조회 : 1,001 목록
작가의 말
nic69862193

소설을 연재는 처음이라 미숙합니다ㅠ 재미있게 봐주세요 이제 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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