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안녕하세요."
"엇, 이데아!"
그 소원은 비록 이뤄지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홀만큼이나 화려한 휴게실의 소파에는 평소보다 호화로운 차림의 이데아가 반듯하게 앉아있었다.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만 반가운 건 반가웠기에 환하게 인사하며 맞은편 소파에 착석했다. 이데아는 눈을 접어 예쁜 눈웃음을 보여줌으로써 나를 반겼고, 나는 한꺼번에 밀려오는 피곤함에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 손잡이에 머리를 베고 비스듬히 누웠다.
"죄송해요. 좀 피곤해서."
"아, 괜찮아요. 피곤할 만하죠."
사람을 앞에 두고 누운 건 바르지 않는 것 같아 급히 사과하니 이데아는 편하게 있으라는 듯 손짓했다.
나는 소파의 푹신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이데아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왜 이렇게 다들 제게 관심이 많은 거죠?"
"세루스 님도 아시겠지만 마지막 제물이잖아요. 또 이미 궁 내에는 존칭에 대한 소문도 파다하고."
"아…… 그 개 같, 아니 그 소문……."
"감히 비타 님께 반말을 쓴다며 분개하는 자도 다수고, 비타 님의 그런 지시가 신기하다며 흥미로워하는 자도 다수. 사람들은 가십에 대해 떠드는 걸 좋아하니까 당연히 세루스 님은 유명해지겠죠."
"하……."
"게다가……."
그 음모 하나에 내가 이렇게 고생한다니……. 디아의 험담을 곱씹으며 한숨을 내쉬니 이데아가 나를 곁눈질하며 덧붙였다.
"미모가 이리 뛰어나니 말이에요."
"……."
"사람들이 가만히 놔두겠어요?"
"아……."
"짜증나게."
어, 네? 왜 네가 짜증나세요? 중얼거리듯 조용히 들려온 그녀의 마지막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으려는 찰나, 이데아가 몸을 일으키더니 내가 누워있던 소파로 다가왔다.
"세루스 님, 저 그냥 말할게요."
"네? 뭐, 뭘요?"
설마, 질투를 감당하지 못하고 암살? 이데아는 소파에 등을 뉘인 모양새인 나의 어깨를 누르며 천천히 내 위로 올라탔다. 어?
"어제 그리 말하고 이러는 것도 우습지만……."
"……."
이제 완전히 내 허리 위에 올라탄 이데아는 내 가슴을 짚으며 서서히 상체를 기울였다. 그 탓에 나는 옴짝달싹도 못한 채 가까워지는 이데아의 유혹적인 낯을 가만히 바라봐야만 했다.
"저, 당신을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