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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의 생명 비타 디아보루스 님과 세루스 님 드십니다!"


 우렁찬 고함소리가 왁자지껄하던 파티장의 홀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방금 전까지의 소음은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한 그 정적을 뚫고, 나와 디아가 발을 내디뎠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나는 이데아를 만난 이튿날 뜬금없이 열린 소규모 파티에 강제로 참석하게 됐다. 저녁이 되자 나는 디아에 의해 시녀들의 손에 맡겨져 키가 조금 작지만 내가 봐도 꽃소년인 모습으로 재탄생 하였다.

 그런 나를 말없이 바라보던 디아는 나를 다짜고짜 이끌고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이 자리에 앉힌 것이다.


"갑작스러운 모임이기에 준비된 것은 적지만, 다들 좋은 시간 보내길 바라지."

"……."

"그럼 파티를 재개하라."


 몇 줄의 문장으로 다시 소란스러워진 홀 안, 나는 디아에게 욕을 내뱉지도,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온 몇몇 악마들을 상대하지도 못한 채 미적거렸다.


 내게 쏟아지는 질문과 관심 속 소량만을 답해주고서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대피했다. 나한테 집중되는 시선과 분위기다 싫어 도망쳐 왔는데, 화장실에는 나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게다가 그 상황 속 나는 불청객이었다.


"아흥, 앗, 응―"

"뭐야, 미친!"


 널찍한 화장실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여성의 야릇한 신음소리에 나는 벌개진 얼굴로 그곳에서 뛰쳐나왔다. 또 그 거대한 공간으로 나오니 나를 보고 뺨을 붉히는 여자들과 눈을 반짝이는 늙은이들이 있어 이번엔 휴게실로 향했다. 제발 아무도 없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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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27 21:29 | 조회 : 4,830 목록
작가의 말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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