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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현재 나와 테이블 하나를 두고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자는, 몇 시간 전까지 뒷담(?)을 까던 그 '이데알레'였다. 도랏멘……! 거물일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마계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답다는 여자가 나를 찾아왔을 줄은 몰랐다.

그 덕에 나는 이 몰골로 그 분을 만나시면 절대 안된다는 시녀의 주장에 의해 강제로 옷을 갈아 입혀졌고, 지금은 썩 멀쩡한 꼴로 그녀를 대접하고 있었다.


"저는 이번 해의 세크룸, 이데알레 인페르나라고 합니다. 이데아라고 불러주세요."

"아, 네, 이데아."


감미로운 멜로디처럼 고운 미성이 자신을 소개했다. 뭔가 이름에서조차 뷰티의 아우라가……!

상대가 불쾌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훑어보았다. 나와 같지만 다른 황금빛 눈동자는 생기가 넘실거렸고, 보통 악마들과 확연히 다른 분홍색 머리칼이 정말 공주님을 연상시켜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나, 특이한 색채가 분명 눈길을 잡아 끌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그리 미인…… 은 아니었다. 아리땁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청아했지만 가장 아름답다고 할 만한 외모는 아니었다. 천계랑 마계랑 미인의 기준이 다른가? 그럼 디아놈은 세계를 초월하는 미모?


악마와 천사의 미의 기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와 이데아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감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루, 아니 세루스라고 해요."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요."


묘하게 가시 돋친 말에 슬쩍 그녀를 바라보니, 이데아의 낯은 딱히 변화가 없었다. 이거 설마……?

가장 열렬하게 좋아한다는 얘기가 불현듯 떠올라 고민의 해답을 주었다. 진짜 설마…….


"요즘 유명하죠."

"……."

"비타 님이 직접 지시한 존칭 사용의 대상."


'직접'이란 단어에 강한 악센트가 포함된 것 같은데. 게다가 그 말을 내뱉는 이데아의 표정은 아니꼽다는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진짜 질투였어!


"기분이 그다지 좋진 않지만……."

"……."

"일단 비타 님의 명령이니 따르도록 하죠."

"……."

"세루스 님."


뭐야…… 얘도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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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26 23:58 | 조회 : 5,097 목록
작가의 말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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