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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냥 붉던 하늘이 점점 새까맣게 물들어갈 무렵, 나는 여전히 휘황찬란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푹신한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소설을 정독 중이었다.


 세루스와의 만남 때 맞이한 충격은 의외로 그리 오래 남진 않았다. 생각해보니 인정하긴 싫지만 그 정도로 잘생긴 놈에게 여자가 없을 리가 없었다. 내게 했던 짓도 그리 끈적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그저 자신의 노예를 놀려줄 싱거운 장난이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조금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다분했지만, 나만 편하면 되니 더 이상 생각하는 걸 그만두었다.


"세루스 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네? 누구요?"


 한창 클라이맥스에 도입하던 부분을 읽던 중, 시녀 한 명이 들이닥쳐 내게 통보했다. 오늘따라 손님이 참 많구나, 귀찮게시리.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마계에서의 내 인맥은 개미 눈물만 했다. 그것도 생명의 관리자 하나, 마계의 유일무이 보좌관.


 일단 날 찾아오는 자는 모두 어마어마한 거물인 것만은 알았으니, 이름 정도는 알 필요는 있는 것 같아 물었다.

그리고 연이어 시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나는 거의 경악했다.



"생명신의 세크룸, 이데알레 인페르나께서 만남을 청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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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26 23:58 | 조회 : 4,962 목록
작가의 말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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