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아―."
허술했던 연기를 마치고 재빨리 말을 돌렸다. 용건 없이 나를 찾아올 만큼 아량이 넓은 사람이 아닌 건 나 또한 잘 알고 있었기에 물었다.
"비타 님께 들었는데, 안 죽으신다면서요?"
"아, 네."
'안 죽는다며'라는 말이 이렇게 잔인해 보일 줄은……. 뭔가 이 악마는 주변에 살기가 떠도는 느낌이다.
"앞으로 비타 님과 함께 지내실 테니, 간단한 예법과 지식을 그 무지한 머릿속에 넣어드리기 위해 이렇게 방문했습니다."
하필 표현을 써도 저런 거를……. 왠지 스파르타 식으로 교육 당할(?)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한 가지, 알아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짐짓 심각하게 말을 잇는 아텔의 낯이 조금 오묘했다. 하지만 그런 표정을 한 두 번 보는 것도 아니라 나는 살짝 긴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뭔데요?"
"실은……."
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아텔 특유의 긴장감 자아내기 스킬이 시전됬다. 그 침묵이 깨나 긴 것 같아 무어냐고 물으려던 참에 그가 입을 열었다.
"비타 님께선 약혼자가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