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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루스 님."

"어, 아텔?"


 반가운 듯 반갑지 않은 손님이 날 찾아왔다. 아텔 역시 디아와 마찬가지로, 날 담당했다면서 제 역할을 시녀에게 넘겨버리고 한 달이 지나서야 얼굴을 마주했다. 둘 다 뒤질라고…….


"참 오랜만에 보네요?"

"그렇죠, 뭐."


 최대한 비꼬아 그 누구라도 명존쎄를 날리고 싶은 말투로 아텔의 면전에 대고 말하니, 그는 그저 옅게 웃으며 되받아 쳤다. 역시 만렙 흑막! 이 정도의 비꼼은 턱도 안 된다는 안이한 태도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역시 스고이……."

"네?"

"아니예요."

"아, 근데……."


 얘기를 하던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뭐지? 이 건방지고도 공손한 태도는. 그 애매함의 정체에 의문이 들었다.


"왜 존칭 쓰세요?"

"비타 님이 시키셨습니다."

"……예?"


 이 넓은 마계의 유일한 보좌관이 내게 존칭을? 이런 갑작스런 신분 상승은 야메떼……! 무슨 이야기가 오갔길래 그딴 결론이 나온 건지, 전말이 궁금해 물었다.


"왜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비타 님께서 다짜고짜 세루스 님에게 존칭을 쓰라고 하시더군요. 감히 대악마에게 반말을 쓰는 대단한 자라고."

"……."

"정말입니까?"


 하……그 놈, 이렇게 엿을 먹이다니……. 디아를 향한 충성심으로 반짝거리는 아텔의 녹빛 눈동자에서 당장이라도 긍정을 표한다면 노예로 팔아버리겠다, 라는 살기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단지 반말을 쓴다는 것에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쪼렙 악마새끼가 주신 템푸스께 반말을 싸지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더러웠기에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하, 설마요―. 디, 아니 비타 님도 참, 농담이 재밌으시네."

"그런가요?"

"어유, 당연하죠―. 저 따위가 어떻게 감히 반말을……."


실소를 흘리는 입술에서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다.


하……벌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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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25 15:20 | 조회 : 5,451 목록
작가의 말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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