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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잠한 공원의 공중에는 그보다 훨씬 고요한,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여전히 얼굴을 감싼 채 내 자신의 처지를 동정을 표하는 나를 프렌시스는 의외로 조용히 주시하고 있었다.


"……."

"……."

"미친……."

"그지? 미친 영감탱이! 원로원 씨발!!!"

"패기 보소."


있는 힘껏 욕지거리를 외쳤다. 제발 그 미친 놈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솔직히 널 보내는 건 너무했다……. 그냥 널 미끼로 쓰겠다는 게 뻔히 보이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동의한다……"


 그래, 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나는 참말로 '미끼'로 쓰이기에 딱 알맞은 대상이었다. 현재 스파티움, 제국천사의회에 속한 직원들 중 내가 가장 약하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었다. 선천적인 재능인 '마나'가 또래의 천사들보다 한없이 부족한 내가 이 곳에 취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행히도 퍽 뛰어났던 이해력과 정보 습득력 덕이었다.


 그러나, 현장을 나가면 그런 것 따위는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실질적인 임무는 불가능한 상태였고, 나보다 월등한 자들은 스파티움 안에 가득했기 때문에 표적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난 이제 필요 없다는 거지……."

"이번에 들어온 그 신입 때문인가? 마나 양도 대단하고, 머리도 좋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애초에 걔가 친 사고에 내가 왜 피해를 받아야 하냐고―?"


 말 그대로, 이 모든 재앙의 시발점은 모두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신입 천사였다. 우수한 아카데미 성적, 방대한 마나의 양, 게다가 수려한 외모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인기남인 신입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면접 시험 때 어마어마한 사고를 쳐버렸고, 훌륭한 인재를 잃고 싶지 않았던 원로원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대악마를 소환한다는 헛소리를 지껄였던 것이었다.


"아, 거지 같은 세상!!!"

"야, 조용히 좀 해라. 고막 뚫리겠네!"

"나 어떡해―! 꽃다운 나이에 뒤지게 생겼어!!! 으아아아―!!!"

"아, 좀!!! 닥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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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18 20:35 | 조회 : 6,343 목록
작가의 말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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