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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템푸스께 영예를. 루스 아쿠아, 천사장 아클레오를 뵙습니다."

"그래, 루스. 아쿠아 단의 행정관을 맡고 있다고 했지. 잘 부탁한다."


 제발 오지 않기만을 기다렸던 날이 결국엔 나를 반겨왔다. 실력이 엄청나다고 소문난 천사장 아클레오의 앞이라 함부로 욕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속으로만 머리를 쥐어뜯었다. 하……인생.


"아쉽지만 나는 의식의 끝까지는 함께 하지 못한다. 그저 시작을 알리는 역할이라. 미안하네."

"아뇨, 괜찮습니다."


 '이런 영광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는 사탕발림은 도저히 말할 기분이 아니었기에 목구멍 아래로 삼켰다. 아클레오 또한 그 이유로 알고 있는지 언짢아하는 기색이 아니었고, 오히려 내게 안쓰럽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내 존재는 누가 봐도 버려진 패에 불과했고, 아마도 그는 나를 동정했으리라. 하지만, 이 날이 오기 전의 이틀 동안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AY 500, 지금까지의 역사가 쓰이기까지 '악마의 의식'이란 개념은 그리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몇 번, 공적이든 사적이든 꽤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악마의 의식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지만, 나머지는 모두 성공해, 한때 주목을 받았었다.

 고맙게도, 다분히 남아있는 그에 대한 자료는 내게 평정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전자의 진술과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의식에 필요한 것은 제물, 이 하나였다. 정확한 시전 방법 따윈 관심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제물의 생존 여부였다.


 생존의 가능성은 소환하는 악마에 따라 좌우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소환하려는 자는, 생명을 관장하는 '비타' 중 생명의 끝을 맡은 대악마 '비타 디아보루스'. 생명을 다룬다는 타이틀과 어울리게 하급 천사는 감히 감당할 수도 없는 힘을 가졌다고 한다.


 조사한 결과, 그 자에게서 벗어나 천계로 돌아올 수 있었던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명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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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6-19 13:12 | 조회 : 5,975 목록
작가의 말
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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