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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는 너무 재미없고 어이가 없게 끝났다. 검을 많이 잡아 본 안즈가 귀족의 옆으로 빠져 나와 칼등으로 살짝 쳐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그것을 구경하던 학생들은 꼴사납게 넘어진 귀족을 보고 폭소했다. 비판을 한 학생도 있었다.


"..저거 장외패지?"


"맞아. 저 애가 이겼어."


안즈의 모습을 유심히 보던 렌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본 동시에 미림의 말을 끊고 소리쳤다.


"싸우자!! 안즈!!"


"에에?!"


활기찬 두 명과는 다르게, 엎어진 귀족의 옆으로 왕녀의 짜증나는 음성이 들려왔다.


"쓸모없는 것.."


그 말에 엎어져있던 귀족이 재빨리 일어나 무릎을 꿇으며 실수라고 소리쳤다.


"입 다물어. 그리고 당장 짐 챙겨서 이 학교에서 사라져."


싸늘하게 대꾸하고는 발걸음을 뒤로 돌린다. 일리아는 왕녀를 재빨리 뒤쫒아갔고, 혼자 남겨진 귀족이 옆에 있는 검을 잡고 중얼거렸다.

불길한데 말이지..아, 내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지. 큰일이네-....

생각한 동시에 일어서서 검을 안즈의 쪽으로 던진다. 정확히 날이 서 있는 쪽으로.


"안즈!"


"안즈씨!! 피하세요!!!!"


불길한 음성으로 소리치는 나와 미림의 말은 아쉽게도 닿지 못했나 보다. 검은 정확하게 안즈의 왼쪽 팔을 스치고 갔고, 그와 동시에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안즈씨-!!"


미림은 안즈의 이름을 부르고 중력을 사용해 구급상자에 있는 약들을 전부 꺼내고서는 우왕좌왕 했다.


"어..어떡해요!! 붕대!! 지혈제?! 어..소독? 뭐...뭐부터 해야하죠?! 으아아- 어떡해요!!"


저건...약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데 말이지. 나는 치료를 할 수도 없는데...이걸 말할 수도 없고...어떻게 해야할까.
따라서 정신이 없는 나의 귀에 익숙한 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부 아냐. 라고.

설마, 알고 있는건가?


"네가 해줘야 할 일은 따로 있어."


아, 100%다. 100% 알고 있는게 틀림 없어. 그렇지만 도대체,


"어떻게?"





__________





안즈의 팔에는 꽤나 깊게 베였던 것인지,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욱씬거리는 상처도 상처지만,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피가 바닥에 떨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림은, 자신의 능력인 중력으로 피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또한 안즈의 상처를 눌렀다. 안즈는 모르고 있었지만.

안즈의 겉에 자신의 교복을 걸쳐준 렌은 주변의 구경꾼들에게 꺼지라 답했고, 안즈의 가까이에 가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잘 가려. 너 그거 들키고 싶지 않은 거지?"


"...! 어떻게.."


"우연히 봤어. 그리고 미림이한테도 알려 줄 수 밖에 없었어. 지금 네 능력을 막아주고 있는, 그 힘이.. '마석의 축복' 미림이의 능력이어서 말이야."


안즈긴 여전히 중력을 쓰고 있는 미림을 바라보자, 미림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고 곧 출혈이 멈췄다.





__________





"이제 괜찮아요. 더 이상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네요."


미림의 말에 렌은 주저앉아 있던 안즈를 일으켜 부축했다.


"그래? 야 안즈. 양호실로 가도 괜찮겠어?"


"...양호실은 좀.."


조금 뜸을 들이는듯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워."


"으엉? 뭐라고? 아파? 아파서 디질 것 같다고?"


알아듣지 못한 렌이 아파서 디질 것 같냐고 물었고, 알아들은 나와 미림은 살며시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아니...........그러니까...그게..............고맙다고!"


쑥스러운듯 얼굴을 붉혔다. 귀엽다니까. 그보다..난 아무 것도 한게 없었구나. 난 쓸모가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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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7 10:04 | 조회 : 1,228 목록
작가의 말
스피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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