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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멸이 아닙니다. 왕녀님의 나라인 [로아]에서 일리아 님을 '8대'로 내세우셨으니- 그녀의 의견을 듣는 것이 왕녀님께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일리아 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전..그..그러니까...이..일방적인 폭력은..역시 나쁘지않나..새..생각합니다."


왕녀는 쭉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렌을 눈을 부릅 뜨고 도끼눈을 하면서 째려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곧이어 들리는 일리아의 작은 목소리와 주위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듣고. 왕녀의 체면에 차마 닥치라고 말할 수는 없었는지, 사납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역시 그렇지요? 일리아님께선 대륙을 지키는 마녀의 그릇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자, 그럼 이제 수업시간도 되어가니 이쯤에서 마무리를.."


렌의 말을 막은 것은 왕녀였다. 왕녀는 팔짱을 낀 채 렌과 안즈, 유넬리아와 미림을 째려보면서 '잠깐.' 이라는 짧은 단어를 말했다.


"누구 마음대로? 제르딘 군. 장갑을 던지세요."


"....예엣? 그 말씀은... 어..어떻게..저런 천한 것에게 결투를 신청하란 말씀이십니까?"


"어쩔 수 없지요. 고.고하신 마.녀님께서- 폭.행이라 하시니 말입니다. 정정할 수밖에요."


일부러 고고와 마녀, 폭행이란 단어에 악센트를 줬다. 그 말에 일리아가 움츠러들고 고개를 숙이자 귀족의 반발이 들어왔다. 하지만 깔끔하게 '닥치세요.' 라는 말에 금세 꼬리를 내렸다.


"졌다간 그대로 본국으로 돌려보내겠어요."


왕녀의 말에 안즈가 곰곰히 생각했다. '차라리 잘 됐어. 외장패로 적당히 져주면 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활기찬 렌과 유넬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오! 안즈! 결투래 결투! 너 대신 내가 나가면 안되겠냐? 난 꼭 한번쯤은 라이오네 학생과 붙어보고 싶었거든! 라이오네 교복에 저 '장갑'은, 언제든 결투를 신청하기 위한 상징이라고 하더라구."


렌의 활기찬 목소리는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렌의 옆으로 온 유넬리아가 렌의 얼굴을 손으로 치웠다.


"렌, 넌 닥치고. 안즈. 내가 대신 나가면 안될까? 솔직히- 난 결투를 한지도 많이 지났잖아. 가끔씩은 해보고싶은걸. 게다가-. 힘의 마녀가 있는 라이오네잖아? 꼭 붙어보고싶은데-."


"시끄러 리아! 내가 나갈거야!"


"네가 그렇게 말해도 안즈가 선택하는거거든 바보 멍청아."


말도 안되는 것으로 싸우는 두 명을 보고 귀족 남자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여우있어 보이는 두 명의 모습이 틀림없이 큰 공포가 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 목 빠지겠네. 빨리 던져."


렌의 말에 다시금 안색이 새파래진 귀족은 무언가를 생각했다. 누구에게 던지면 좋을까-. 센 거 같은데..?


"잘 됐다. 너는 싸움같은 거 아무래도 조금 꺼리잖아. 그렇지? 말 안해도 내가 다 안다-. 그리고 뭐, 나까지 나설 필요도 없겠는걸. 저 놈 저거 쫄아가지고 장갑도 못 던지...."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장갑이 안즈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철썩- 이라는 소리와 함께 괜찮냐는 렌과 유넬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겨..'결자해지'라고, 들어는 봤냐! 애..애초에 이건 너와 나의 일이니까 너와 해결을 봐야겠지! 저기 저 노란 머리랑 여자는 빼고 너랑 나 둘이 말야!"


땀을 미칠듯이 뻘뻘 흘리며 말했다. 곧이어 결투가 결정되었냐면서 왕녀의 개입이 있었다.


"좋습니다. 금일 방과 후, 연무장에서 결투가 있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전원 해산하세요."


여전히- 순 제멋대로 움직이는구나. 과연, 네가 내 정체를 알고도 지금처럼 할 수 있을까?
게다가..여기엔 [켈른] 제국의 황태자가 있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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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6 09:44 | 조회 : 1,478 목록
작가의 말
스피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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