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3-찰리'가 '버니-3'에게, 지시하였던 'R.P(랠리 포인트, 통과지점)'에 다와간다. 도로 밖으로 멈추는지? Over"
-"'버니-3'가 확인하였다. 그렇게 하도록. Out"

짙은 밤하늘 아래에 보일듯 말듯한 달빛의 은은한 반사광 외에는 그 어떤 빛도 갖추지 않은 '버니-3'의 차량들이 이 어두컴컴한 세상이 잘 보인다는 것 마냥 시원스레 도로를 벗어나 그들을 환영하는 파티장 마냥 마련되어있는, 옅고 넓게 파여져있는 험지로 들어섰다.

차량들은 들어서는 순서대로 원을 그리듯이 멈춰섰고, 모든 대원들은 각자의 차량에서 기다랗거나 이와 정반대로 너무나도 짜리몽땅하나 단단한 공통점을 지닌 기둥들을 세운 뒤 위장망을 펼쳐 차량들을 덮어내었다.

-"모든 지휘관들은 '버니-3'로 집결하라. Out"

무전이 끝난 뒤 '알파브이'를 제외한 각 차량으로부터 한 명씩 나와 '버니-3'의 지휘를 맡고 있는, M-1130CV의 열린 램프도어 속으로 들어갔다.
무인포탑을 다루는 헤링과 운전석의 멜, 그리고 지휘관인 미첼과 홍을 제외하여 럼과 바이치가 비운 자리에 무전기로 자주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모두 모였다.

"불 켜고, 우리가 겪은 상황을 되짚어보자."

단차장에 쪼그려 앉아있는 홍의 곁에 기댄 미첼이 명령하자 멜이 조작기를 만져 램프도어를 닫아낸 후 8개의 좌석이 있으나 일부 물자들 때문에 9명이 몰려있는 그 공간에만 빛을 점등시켰다.
어두컴컴하고 밀폐된 공간 속에서 예고되었으나 갑작스레 나타난 빛에 미첼과 홍 외에도 그 등이 비춰지는 이들은 하나 같이 쬐이는 빛에 눈을 잠시동안 게슴츠레하게 떴고, 그와중에 아무 말 없이 지켜지는 침묵을 홍이 먼저 깨트리며 입을 열었다.

"미공군의 도움하에 무사히 낙하지점에 도착 후 신속히 이동했습니다. 와중에 '아퀼라(A-10A)'가 예상시간보다 오래 떠있었습니다."
"…홍, 나 늦장부린거 아닌데…."
"…Sir, 아무도 늦으신거에 대해 뭐라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봐."
"이동 중 미확인된 무장단체에게 기습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3-탱고'가 지시대로 무인기를 날렸습니다."
'3-탱고'의 지휘관이자 분대장인 리프가 어째 지금의 부분대장이 아닌, 전 부분대장 제이의 옆에서 입을 열었다.
"무인기로 겪고 있는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담아내었고, 비춰지는 녀석들의 움직임에 '3-1'이 신속히 대응하였습니다."
"그래, 그런 뒤에 두 시간이 지나고서야 '3-1'의 브라운이 '3-델타(브라운과 대원들)'를 데리고 자발적으로 처리했지."

"음, 브라운이 내게 와서 자발적으로 나서겠다고 한게 떠올라."
"그와중에 소대장님은 덥다며 냉수달라고 제게 말하셨죠."

리프의 말에 홍이 답해주며 마저 이야기를 이어나가자 미첼이 잊은 것을 떠올린 것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빙고가 가볍게 입을 열자 미첼은 눈치를 살피기 위한 것인지 자신의 뒤에있는 홍에게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홍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자그맣게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다들 키득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알고들 있었던거 같고, 이후에 '3-탱고'에서 '3-노벰버'가 무인기 문제로 홀로 남겨졌지?"
"예,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무사히 회수 후 합류하는 중에 '3-탱고'의 지시로 '폭스'를 따라갔습니다."

"'3-탱고'가 따로 지시했구나, 그건그렇고 '리프', 너네 좀 제멋대로인거 아냐? 심지어 '카란'은 어디가고 '제이'가 와있어?"
다시 입을 열은 홍의 질문에 '3-탱고'의 이전 부분대장인 '제이'가 답하였고, 그 내용과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마냥 미첼이 리프에게 물었다.

"Sir,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여쭤보신 것에 답하자면, 디스플레이어에서 이동이 계속 표시되던 '폭스'가 갑작스레 멈춰섰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수상하게 여겨서 제 권한하에 있는 '노벰버'를 보냈습니다. '노벰버'의 보고를 다시 떠올리자면 '폭스'는 보이지 않고, 민간인 차량이 험지를 질주하고 있다길래 저지를 지시했습니다."
"…계속해."
"'노벰버'가 민간인 차량을 무력으로 저지시킨 후 발견된 이종족을 데려가기 위해 접근하자 놈들이 'I.E.D'로 자폭했습니다."
"그래서 '노벰버'의 앞부분이 많이 그흘렸구나…? 근데 정비는 안 받아도 되겠어?"
"M-ATV가 보통 단단한게 아니라서 괜찮습니다. 그리고 방금 말한 자폭으로 '카란' 부분대장이 졸도하였습니다. 멀쩡하지만 당시 기억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 하는 것 같길래 그녀를 별도로 보좌하는 '제이'가 대신 왔구요."

미첼은 리프의 말에 수용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답한 뒤 '3-에코'의 지휘관이자 소대내 최고령, 최고 신장의 '넥'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는 그녀가 질문을 하고자 바라본 것을 뻔히 알고 있다는 것 마냥 먼저 입을 열었다.

"'3-에코'는 첫 교전시에 대열을 따라 멈췄다. 두 번째 정지도 그랬고, 정차할때마다 '3-에코'는 운전수를 제외한 나머지가 개인화기나 차량에 장비된 화기로 경계했다."
"…어, 계속하시죠."
"두 번째 정차때에는 '3-1'과 함께 '3-탱고'가 정지시킨 두 차량을 경계했다. '델타'와 '마이크'가 상황을 정리하자 '찰리'가 '테일'과의 무전으로 상황을 도우러 이동하기전에 지원을 요구받은 '로미오'가 '찰리'와 동행했다. 다음으로 '폭스'의 요청에 '줄리엣'은 '마이크'와 함께 이동했다."
"어…, 그 뒤에 '마이크'는 '노벰버'에게 합류한 후 곧장 복귀하였고, '로미오'는 '찰리'와 '테일'이 정리한 차량을 싣고 왔었죠?"
"미첼 말대로 '로미오'가 정리된 차량을 싣고 합류한 뒤 '소각'을 위해 싣고 온 차량을 포함한 세 대를 도로 밖 한 구석으로 옮겼다. '로미오'가 작업 중에 '폭스'와 '줄리엣'이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음, 그 이후로는 제가 알지 못한 일들이 더 있는 건 아니죠?"
"그렇다."

그녀는 '넥'의 말에 알아들었다고 고개로 답한 뒤 '3-2'의 분대장이자 이름보다 자주 불리는 애칭의, 대부분의 대원들보다 1/2이나 작은 신장에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오히려 조금 더 큰 닥스훈트의 머리를 지닌 '핫도그'와 그와 두 배 수는 되어보이는 키에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사이즈의 말라뮤트 머리를 지닌 '에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에식의 말부터 듣자."
"'테일'은 첫 교전에서 크게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3-1'이 재빠르게 대처한 것은 둘째치고 지형상 저희가 곧장 쏠 수는 없어 보였습니다. 두 번째 교전에서는 '핫도그'의 지시에 따라 아직 도로 위에 남겨진 차량에게 위협사격만 가하였는데, 무장한 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들어와 '버니-3'에게 지원을 요청하였고, 이에 '찰리'와 '로미오'가 도와줬습니다. 'I.E.D'를 의심하며 상황이 정리된 차량을 수색했지만 이종족과 화기, 지폐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로미오'가 시체와 상자들이 남겨진 차를 싣고 복귀 한 것이고…?"
"그렇습니다."

그녀가 무언으로 다시 고개만 끄덕이며 알아들었다는 대답을 보인 뒤 고개를 내려 '핫도그'에게 시선을 옮겼다.

"마스코트, 말해봐."
"…첫 교전에서는 '테일'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두 번째 교전 중 남겨진 두 대를 처리하기 위해 허가를 받고 대열을 이탈했죠. 근데 한 대가 멀쩡히 도주하길래 '테일'을 남기고 '폭스'가 곧장 쫓아갔습니다. 추격 중에 놈들은 이종족을 위협하며 트렁크로 시선을 유도하였고, 그와중에 지붕으로 'R.P.G'를 꺼낸 사수가 저희에게 엿을 줘서 더 이상 진행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폭스'를 멈춰낸 놈들을 '노벰버'가 처리한 것이지?"

미첼이 핫도그로부터 '3-탱고'의 리프와 제이에게 시선을 옮기자 두 사람은 이미 보고한 내용을 다시 말하며 미첼이 기억하는 것에 긍정의 대답을 보였다.
그녀는 아직 보고를 말하지 않은 '3-1'의 스미스와 브라운에게 시선을 옮긴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스미스랑 브라운은 곁에 계속 있었으니 딱히 듣지 않아도 될거 같은데…. 혹시 할 말 있어?"

그녀의 질문에 스미스도, 브라운도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것 마냥 고개를 저어내자 어느세 앞으로 상체를 기울였던 미첼이 모두를 한 눈에 담아보기 위해서인지 홍에게 뉘어 기대며 소리냈다.

"'3-탱고'는 특수전에도 투입될 애들인 만큼 멋대로인건 둘째쳐도 수시로 보고는 올려, 도주한 차량으로부터 이종족을 구하지 못한게 아쉽지만…, 구해놓은 이들이라도 있다는 것에 만족할게. 끝났으니 소등하고, 램프 개방하자, 덥다 더워-!"

그녀의 지시에 멜이 차량 내부에만 켜진 등을 꺼트린 뒤 램프도어를 개방시키자 지휘관들은 자유분방하게 자신들의 차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미첼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집으며 일어난 부소대장은 해치를 열어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며 더위를 식혀낸 후 아직도 자신의 다리에 기대고 있는 미첼에게 고개를 내려 입을 열었다.

"'케이스박'으로 이종족을 전부 보낼 수 있을지 말입니다."
"음, '메디박'이 블랙호크로 운영되니까 되지 않을까?"
"…Sir, 죄송하지만 치누크가 '케이스박'으로 운용은 안 되는지 말입니다."

미육군의 '미첼.중위(FLT)'가 의료기를 뜻하는 '메디박'으로 답하며 다목적으로 운용되는 명작의 회전익기 중 하나인 '블랙호크'를 언급하자 미해병의 '홍.소위(SLt)'는 계급표시가 서로 차이가 있으나 알아들을 수 있는 것 마냥 의료기를 '케이스박'으로 답하며 주된 목적으로는 수송을 위해 운용되나 다양한 임무에도 투입되는, '블랙호크'보다 큰 '치누크'를 물었다.
그녀는 그런건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마냥 굳은 표정을 지은 뒤 겨우 입을 움직였다.

"…기병대 애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 기병대 중 한 명이 소대장님인데 말입니다."
"…다 될꺼야, 블랙호크는 만능이니까!"
-"'제우스'가 '버니-3'에게, 현재 채널로 메디박이 들어왔다. 응답바람. Over"
그녀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마당에 차량내에 장비된 무전기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과 같은 무전기를 항상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바이치가 램프도어를 밟으며 들어와 그녀의 곁에 다가왔다.

"…어, 무전기 필요하시죠?"
차량내에 장비된 무전기의 핸드마이크를 잡으려 손을 뻗었던 미첼은 좀 더 가까운, 바이치가 손에 쥔 수화기를 잡아든 뒤 잘했다는 것 마냥 그녀의 헬멧을 빈 손으로 슬며시 두드리며 수화기를 잡은 손은 PTT버튼을 찾아눌렀다.
"'버니-3'가 확인하였다. 계속하라. Over"
-"여기는 '제우스', 메디박이 현재 채널로 들어섰다. 소통하라. Over"
-"메디박 '마나버스'가 '버니-3'에게, 요청한 수송을 위하여 '하수구'들을 선회 중이다. 마주할 좌표를 불러달라. Over"
"…어, 잠시 그대로 '하수구'에서 기다리도록. Over"
-"…'마나버스'가 확인하였다. 한 시간 내에 좌표 지정 후 호출하라.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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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11 16:06 | 조회 : 1,19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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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4517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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