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넥, 어때요?"
"핫도그, 네 말대로 손상된 서스펜서만 바꾸면 굴러가겠군."

'넥'이라고 불린, 옅고 탁한 녹색의 피부를 가진, 두터운 장구류를 착용해 가려져도 보이는 듯한 큰 골격과 근육을 지닌 오크와 그런 오크의 허벅지까지 겨우 닿는 키의 '핫도그'가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 '3-폭스'라 불리는 험비의 손상된 뒷바퀴를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라브, 로그 등의 애칭을 지닌 LAV-Log 장갑차와 '넥'과 그 대원들을 묶어 부르는 '줄리엣'이 포함된, '3-에코'의 지휘관인 넥은 이와중에 함께 온 자신의 대원 둘을 불러 험비가 겪은 상황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이렇게 겪은 부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마치 실습실의 선생님 마냥 그들에게 묻고 답하며 소통하였다.

넥은 자기가 시작해놓은 토론을 가급적 재빠르게 마친 후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게 명령을 내린 뒤 시범을 보이듯이 손상된 부위를 손쉽게 만질 수 있도록 기구를 이용해 기울어진 험비의 우측을 강제로 들어올렸다.

그는 자신의 두 대원과 또 다시 소통하며 이것을 어떻게 재빨리 고쳐내야 하는 지 손수 교체하는 것을 선보였다.
그런 넥의 신속한 모습에 마치 본 적 없는 마법을 보게되어 신기한 것 마냥 핫도그의 대원들도 몰리자 그가 소리내었다.

"마일이랑 나나는 경계나 해라."
"어차피 곧 끝날테니 걱정말게 핫도그."

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방치된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만 소모해 뒷바퀴 부위들을 새로 바꿔준 후 험비를 들어올린 기구의 강력한 힘을 조심스레 빼낸 뒤 치워내었다.
에이가 아직도 곁에서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자 핫도그가 그녀의 장단지를 신호주듯 손으로 때리며 소리내었다.

"몰아봐, 우리가 당하기 전과 같이 잘 굴러가는 지 말이야."
"번처럼 말로만 해주셔도 될걸…."
"습관 참 더러워서 미안하게 되었네."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는…."
"어서 몰기나 해봐, 잡담은 이동 중에 해도 되니까."

넥과 그 대원 둘은 장갑차 옆으로 자리를 옮기고, 사용한 공구들을 자신들의 곁에 두거나 잠시 장갑차 위에 얹혀놓았다.
핫도그도 그들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고, 번은 어느세 포탑과 그 중기관총이 잘 작동되는 지 만지고 있었다.

번보다 늦게 험비로 들어선 에이가 아직까지 열어두었던 운전석의 문을 닫아내며 잠든 시동을 깨우고는 조심스레 속도를 올렸다.
넥과 그의 대원들은 멀쩡히 굴려지는 새 뒷바퀴를 지니고 장갑차 주변을 한 번 맴돈 모습에 즐거워하는 듯이 잡담을 나누며 공구들을 원위치로 가져가는가 싶더라.
'3-폭스'가 다시 장갑차의 곁으로 다가와 멈추자 핫도그와 마일, 나나가 자신들의 좌석을 지켜주는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아 그 두터운 것을 다시 닫아내었다.

신장이 낮은 핫도그가 자신을 위해 의자 위에 한 층 더 높이 쌓여진 자리에 앉고는 에이에게 빈 손을 펼쳐 보이며 무언으로 핸드마이크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마주본 그녀가 무언의 요구를 알아듣지 못 하는 것 마냥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그저 웃음짓자 핫도그가 허탈하다는 표정을 보이며 '무전기'라고 소리를 내고서야 그녀가 황급히 핸드마이크를 그의 짧은 팔이 뻗은 손 위에 올려주었다.

"에이, 도로로 다시 돌아간 뒤에 '버니-3'에게 합류하자, '폭스'가 '줄리엣'에게, 우리가 앞서겠다. Over"
-"'줄리엣'이 확인하였다. Over"
"확인하였다. '테일', 들리는가? Over"
-"'테일'이 수신하였다. 계속하라. Over"
"현재 상황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Over'
-"'3-찰리'와 함께 놈들을 정리하였다. 이종족과 무기, 지폐들을 확보 후 '3-찰리', '로미오'와 함께 '버니-3'에게 이동 중이다. Over"
"아, 상황을 정리하고, '찰리', '로미오'와 함께 복귀 중인 것이 맞는 지? Over"
-"그렇다. Over"
"확인하였다. '버니-3'에서 만나자. Out"





도로 위에 멈춘 뒤로 움직이지 않은 '3-델타'의 대원들이 '버니-3'의 지휘차량인 '알파브이(M-1130CV)', 그리고 보급차량인 '박스브이(Mk-25)'와 함께 있는 그 장소를 벗어나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험비에 있는 것이 심심한 것 마냥 '3-델타'의 운전석 문을 열어두고 무전기의 핸드마이크만 주물럭 거리듯이 매만지던 '안'이 포탑의 젝을 제외하고 가까이 있는 '아리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머저리 같은 이놈들의 첫 자폭 이후 두 개의 폭발이 더 들렸는데, '3-2'가 당했을까요?"
"그럼 우린 망한거지, 주된 폭발물 전문가들은 '3-2'에 있는데 말이야."
"그럼 우리에게 'E.O.D(폭발물 처리반)' 새로 보내줘요?"
"만능 '탱고'가 있으니 보내지 않을 것 같은데?"

아리스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것 마냥 차량에 장비된 무전으로부터 '3-탱고'의 지휘관인 '리프.중사(GSgt)'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3-탱고'가 '버니-3'에게, 진행하던 방향을 기준으로 8시를 향해 접근 중이다. Over"
-"'3-버니'가 확인하였다. '브라보'와 '델타'는 8시를 주의할 것. Out"
"아, '브라운', '버니-3'가 말하기를 우리 8시로 '3-탱고'가 접근 중이니 오발하지 말랍니다."
-"'3-찰리-2'가 확인하였다. 나머지들도 알아들었는지? Over"

아리스와 미엘르가 차례대로 브라운의 무전에 답하자 안과 함께 있는 험비로부터 아무 말 없이 중기관총만 굳건히 잡고 있던 젝이 마지막으로 그에게 답하였다.
"'젝'이 확인하였다. Over"
-"알았다. 8시에서 접근 중인 모래바람이 보인다. 주의하도록. Out"

달리던 방향을 기준으로 8시로부터 모래바람을 이르키는, 포탑에 '미니건'을 장비하고 있는 익숙한 M-ATV가 모습을 들어내었다.
그 뒤로 같은 모습의, 미니건이 아닌 중기관총을 지닌 M-ATV가 헤어진 사이에 조수석과 정면장갑에 뜨거운 화염이 남긴 흔적을 새로 갖춘채 도로 위에 멈춰섰다.

-"'버니-3'가 '3-탱고'에게, '노벰버'의 상태가 이상해 보이는데 괜찮은지? Over"
-"여기는 '3-탱고', 괜찮다. 이따 디브리핑(작전수행검토)을 할 것인지? Over"
-"'버니-3'가 '3-탱고'에게, 위치를 이탈 후 그럴 것이다. Over"
-"'3-탱고'가 자세한 보고는 그때 하겠다. Over"
-"'버니-3'가 확인하였다. Out"

무전을 끝까지 들은 안이 그 내용대로 '노벰버'에게 호기심을 가진 것 마냥 운전석으로부터 일어서서 자신의 소총을 챙겨 발걸음을 옮겼다.
"젝, 네가 무전기 좀 신경써줘"
"…그래."
"으휴, 껌돌이."

안은 그의 느긋하고도 뒤늦은 대답에 투덜거리면서 아직도 시체를 지닌 민간인 차량을 지나 조금 멀찍이 멈춰있는 M-ATV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3-델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브라운이 본 것 마냥 무전을 보내었다.
-"'안', 차로 돌아가라. Over"
"구경 좀 하면 안 됩니까?"
-"'하수구'에 도착 안 햇으니 안 된다. Out"
"아, 잠깐만 보겠다는데…"

안은 그의 단호한 무전에 큰 몸짓으로 불만을 보이고는 다시 자신의 좌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되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들어올리기 무섭게 젝으로부터 무전이 전해졌다.

-"'3-찰리', '3-테일', '3-로미오'가 도로 위에서 접근 중. Over"
-"다들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젝, 안이 험비로 되돌아가면 무전을 다시 넘기도록. Out"

"예예, '안'이 운전석에 다시 앉았다. Over"
-"하핫, 삐졌냐? '하수구'까지만 기다려라. Out"

브라운이 무전을 마치기 무섭게 자신의 좌석에 소총을 기대어둔 안이 바디아머에 걸어둔 자신의 PTT를 눌렀다.
그녀가 그의 대답에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 마냥 볼을 슬며시 부풀려 운전석에 편히 기대어 앉기 무섭게 험비의 무전기가 그녀의 일거리를 가져왔다는 듯이 소리를 내었다.

-"'3-폭스'가 '버니-3'에게, '줄리엣'과 함께 도로를 따라 접근 중이다. Over"
-"'버니-3'가 확인하였다. '로미오'가 소각물들을 정리 중이니 도착 후 '테일'과 함께 대기하도록. Out"
"…아, 여기는 '3-델타-2(안)', '폭스'와 '줄리엣'도 도로를 따라서 접근 중이라고 한다. Over"
-"이번에도 잘들 전해졌으리라 생각한다. 미엘르와 아리스는 험비로 돌아가서 도로를 주시하도록. Out"

'3-탱고'의 돌발적인 운전에 들이받아 멈춰선 두 민간인 차량이 멈춰있는 도로 주변으로 흩어졌던 버니-3의 차량 10대가 다시 모였다.
'3-찰리'는 '3-델타'에게 되돌아가기 전에 잠시 '알파브이'의 곁에 멈춰 지시를 전달받는 것 같았고, 도로 위에 멈춘 '3-탱고'의 두 M-ATV 우측 험지위로 '3-에코'의 8륜 장갑차 두 대가 멈춰섰다.
'3-에코'의 '로미오'가 지닌 크레인을 이용해 도로 멀찍한 곳에 모아둔 세 대의 차량에 '폭스'와 '테일'로 불린 두 험비와 그 대원들이 '버니-3'가 언급한 '소각'을 행하고자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

'3-찰리'는 전달을 다 받았는지 '3-델타'의 앞으로 타이어를 굴려 멈춰섰고, '소각'을 위한 작업을 마친 '폭스'와 '테일', 그러니까 두 험비와 대원들을 포함하여 불리는 '3-2'는 '3-탱고'의 앞으로, AK계열의 화기로 무장했던 이들의 피가 남겨져 있는 그 포장상태가 영 좋지 못한 도로 위에 멈춰섰다.

-"'3-테일'이 '버니-3'에게, 소각준비가 완료되었다. Over"
-"'버니-3가 확인하였다. 시작하라. Out"

모든 대원들이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마냥 시동이 걸린 차량들 중 자신의 좌석에 앉아 '로미오'와 '3-2'가 만들어낸 폭발하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만들어낸 소각물은 시작을 알리는 것 마냥 제일 큰 폭음과 진동, 그리고 먼지와 모래가 뒤섞인 바람을 울린 뒤 화염을 토해내었고, 소각물들 사이에 자리잡은, 화약을 지닌 탄약들도 터지며 날카롭게 불을 피워올렸다.
'버니-3'의 차량 열 대는 어수선한 와중에도 첫 낙하 후에 선보인 대열을 자연스레 맞추며 도로를 밟아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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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9 12:56 | 조회 : 1,12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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