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모래와 먼지가 몰아치는 것도 서러운 마당에 타오른 것들도 얼마 없는데도 불구하고 짙은 메케한 연기가 가뜩이나 가쁜 호흡을 더욱 힘들게 방해하고 있었다.
답답하게 갇힌 이 공간으로부터 내보내줄 매개체를 찾고자 혼미한 정신을 지닌 고개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경황이 없어 손에 의지하고자 다짜고짜 기준점으로 삼을 것을 찾고자 주변을 더듬거렸다.
둥그런 모양을 가진 것 마냥 휘어지고 단단한, 익숙히 더듬어지는 운전대를 몇 차례 더듬으며 혹여 '잘 못 잡은 것은 아닐까?'라는 마음이 사라지길 기원하는 것 마냥 좀 더 더듬고는 계기판으로 옮겨낸 손이 곧 두터운 문짝의 유리창과 마찰하며 미끌거리는 음을 들려주었다.

대부분의 대원과 같이 전술장갑을 착용하고 있어 구체적인 감촉은 느낄 수 없었지만 그 미끌거리는 음을 울려준 끄트머리로부터 떠난 손은 얼마 안 되어 손잡이를 찾아내었다.
'덜그럭', 더운 공기로 가득한 곳에서 상대적으로 시원한 바람과 빛을 내리쬐는 햇볕을 슬며시 가려준 험비의 그림자가 뉘어진 험지로 겨우 기어나온 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운전대만 붙잡고 있었던 '에이'는 자신의 상체를 받들고 있는 손이 당연한 것 마냥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음에 의아해하며 바닥을 기고 있던 다리로만 몸을 지탱하여 운전석으로 몸을 다시 옮겼다.

그녀는 좌석 한 쪽에 기대어 아직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신의 소총을 꺼내든 뒤 무언가 익숙한 형상을 얼핏 본 것 같자 다시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입 아래로는 갈색의, 그 위로는 거뭇하고 전체적으로 단정한 털을 지닌, 코와 입이 길쭉히 나온 강아지 머리의 '핫도그'가 내민 혀로 침을 질질흘린채 계기판 오른쪽의 무전기 앞에 누워있었다.

에이가 자유분방해진 상황이 엄습해오는 공포에 질린 것 마냥 주변을 사정없이 둘러보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다급히 흔들어대자 '탁'하고 핫도그가 그녀의 손을 강하게 뿌리친 뒤 고개를 흔들고는 일어섰다.

"…그만 흔들어! 망할 정신 찾다가 다시 정신 잃을 기세로 흔드네."

핫도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당장에 파악하기 위한 것 마냥 일어선 자리를 슬며시 둘러본 뒤 자신의 몸으로부터 떠나 조수석의 발판으로 가출한 소총을 쥐어들고는 짧은 신장임에도 불구하고 가뿐히 에이의 옆으로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그는 에이와 달리 곧장 자신이 향할 곳으로 총구를 세워 험비의 뒤로 발걸음을 가까이 붙였다.
그가 한쪽 바퀴가 꺼져라 누워있는 험비의 후면에 재빠르게 총구를 들어섬과 동시에 발걸음도 들어낸 뒤 자욱한 연기가 자리잡은 곳을 둘러보았다.

"에이! 험비 기준으로 정면에 아무것도 없던?"
"…네, 보시다시피 정면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서 확인해봐"
"네?"
"문짝에 그만 기대고 직접가서 봐보라고"

아직도 자신의 걸음 방향으로 총구를 세운 그가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와 열린 문으로부터 벗어나지 않고 있는 에이의 허벅지에 신호를 주듯 오른발로 살며시 때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멀뚱히 있을거면 아직 잠든 세 놈 좀 깨우던가."

그는 자신이 향하고자 하는 곳으로 총구과 시선을 떼지 않고 그녀에게 소리만 전달한 뒤 아직 직접 다가가지 않은 험비의 정면으로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지휘관인 그를 깨워야한다는 생각에 오로지 그 행동만 선보였던 에이는 핫도그의 말대로 다시 험비로 들어서서는 기절한 것 마냥 힘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두 손으로 중기관총을 굳건히 잡은, 마치 혼난 아이가 벌을 받는 것 마냥 두 손만 번쩍들고 무릎을 꿇은 번에게 다가갔다.

"…하, 근데 어떻게 깨워야되지"

가시광선만 보이는 그녀의 눈에 비친 번의 모습은 입고 있는 장구류를 제외하고는 뼈 외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이미 죽음을 겪은 몸이였고, 없어져버린 기관들은 전부 '영혼'으로만 이루어져 만질 수는 있으나 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 두개골의 광대뼈가 위치한 뺨에 손을 올린 뒤 '툭툭'건들이며 '번?'이라고 소리내며 그를 계속 불렀다.

"아, 팔 아파…"

번이 계속 흔들리는 머리로부터 이제야 정신을, 그와중에 팔의 통증이 제일 크게 느껴지는 것 마냥 소리내었다.
정말 뼈 뿐인 그가 눈을 뜬 것인지 아닌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에이는 '이 정도면 된거겠지'라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행동에 긍정적인 것 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되긴 뭐가 돼', 번이 그녀에게 대꾸하며 중기관총으로부터 드디어 두 손을 놓은 뒤 비키라는 것 마냥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지나쳐 유일하게 열려있는 험비의 운전석을 지나 바깥으로 모습을 들어내었다.

그는 여유로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바디아머와 슬링으로 연결되어있던 소총을 가벼이 들어내며 자세를 낮춘 뒤 옮기던 시선 속에 들어온 핫도그에게 소리내었다.

"서전트, 당장에는 경계만 합니까?"
"그렇게 해"

핫도그는 이미 지나쳤던 험비의 뒤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그에게 퉁명스레 답하였다.
번은 그의 대답에 '알아들었다.'는 것 마냥 어깨를 슬며시 들썩인 후에 자세를 이르켜 그의 뒤를 밟아보았다.

핫도그를 따라 험비 뒤로 옮긴 그의 시선 속으로 짧은 순간 동안 겪은 큰 변화의 유산물들이 굳건히 자리잡은 험지가 들여다 보였다.
RPG가 쏘아낸 탄두가 꽂혀서 살며시 파여진 면, 갖가지 섬유로 층층히 쌓인 외피를 가진, 그 어떤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굴려지기 위한 타이어가 이곳저곳으로 분해되어 나뒹굴어 있었고, 험비의 외면에 추가한 장갑 일부가 충격에 훼손되고 그흘린채 바닥을 길게 긁어낸 자국 또한 존재하였다.

"얼마나 손상되었답니까?"
"대충 보기엔 서스펜서? 그래 서스펜서와 휠만 새로 바꿔주면 바로 주행하겠지."
"…무전은 닿았더랍니까?"
"…그걸 잊었군, 가서 네가 무전해."
"예, 서전트."

번은 그의 말대로 험비로 되돌아가 아직 정신차리지 못한 둘을 깨우는 에이가 앉을 좌석에 여유롭게 앉으며 장비되어있는 무전기의 핸드마이크를 잡아들었다.

"'3-폭스'가 '버니-3'에게, 험비가 파손되었다. '3-에코'의 지원이 필요하다. Over"
-"'버니-3'가 '3-폭스'에게, 알았다. '3-에코'에게 어느정도의 도움이 필요한지 요구하도록. Out"
"'3-폭스'가 '3-에코'에게, '핫도그'의 말만 전하면 서스펜서부터 갈아야 한다고 한다. Over"
-"'3-에코'가 수신하였다. '줄리엣'이 '마이크'와 함께 향하겠다. Over"
"확인하였다. Out"

"마일과 나나도 일어났네요."
두 사람을 깨운 에이가 포탑 아래의 공간인,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앉아 등을 한쪽 좌석에 기대며 말했다.
그녀가 칭한 두 사람은 운전석과 같은 좌측 뒷문을 열고 나가 어지러운 정신을 차리고자 몸을 움직였다.

무전을 기다리는 것 마냥 핸드마이크를 놓지 않은 번이 아직도 운전석에 앉아 '잘했어'라는 것 마냥 고개로 답해주었다.

-"'마이크'가 '줄리엣'에게, 우린 안내를 끝냈으니 차를 돌리겠다. Over"
-"'줄리엣'이 확인하였다. 수고해라. Over"
-"'마이크'가 확인하였다. Out"

번은 방금의 무전으로 자신에게 무전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핸드마이크를 에이의 다리 위에 올려두고는 좌석에서 일어났다.
그가 좌석에서 일어서기 무섭게 '3-탱고'의 '마이크'로 불리는 M-ATV가 다른 볼 일을 보고자 '3-폭스'를 지나쳤고, '3-에코'의 '줄리엣'이, '알파브이'로 호칭되는 'M-1130CV'와 얼핏보면 착각될 법한 장비들을 지닌채 똑같은 8륜을 굴리며 곁에 다가와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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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9 12:55 | 조회 : 1,08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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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4517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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