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마른 자갈밭 언덕으로부터 브라운과 안이, 그 뒤로 미엘르와 아리스가 층층이 쌓였으나 불안정하게 오돌토돌한 그 경사면을 밟으며 정렬되어있지 않은 차량 중 두 번째에 위치한, 포탑의 사수만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험비로 다가갔다.


아직도 낮은 자세에 경계태세를 취하는 바이치의 배낭에 기대고 있던 미첼이 되돌아온 그들을 보더니 '브라운!'을 외치며 대뜸없이 불러내었다.
그녀의 부름에 조수석의 문을 열었던 그가 다시 닫아내며 곁에 다가왔다.

"Sir, 필요한 것이라도 있으신지 말입니다."
"아…, 내가 그냥 생사만 확인하라고 했었지?"
"네, '3-찰리-1'을 통해 그렇게 전달 받았고, 전부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녀는 잊은 기억은 되새김질 하는 듯 하더니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거린 후 스트라이커로 들어서고자 몸을 이르켰다.
바이치의 배낭에 계속 기대고 있던 그녀가 스트라이커의 램프도어를 밟고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줄곧 바라보던 브라운도 그제서야 다시 자신의 차량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며, '알파브이'라는 애칭도 가진 M-1130CV의 뒤를 따르던, '박스브이'라는 애칭을 소유한 Mk-25로부터 나와 아직도 조수석 문에 기대어 이를지켜보고있던 빙고 또한 자신의 좌석으로 돌아갔다.

바이치가 아직도 경계 중인 럼의 헬멧을 들어오라는 듯이 슬며시 두드리고는 스트라이커내에 별도로 장비되어 있는 무전기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신호를 받은 럼은 몇 초 더 경계를 유지하다 이내 들어서고자 몸을 이르켰다.

"잠깐! 장교님들 좀 만나야겠다."
럼이 좌석에 앉기 무섭게 램프도어의 장치를 향하던 바이치의 손목을 '3-탱고'의 분대장인 '리프.중사(GSgt)'가 잡아낸 뒤 차장석의 홍과 그녀 곁의 미첼을 바라보았다.
"Sir, 당장 출발하실 것 같아 말씀드리는데, 무인기 문제로 '노벰버' 좀 남겨야 할 것 같아 허가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뭐 그렇게 오래걸려?"
"…중사네 분대는 무인기를 활용한 많은 경험이 있으니 회수와 합류는 금방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래걸려?"
"…그건 저 보단 중사의 대답을 들어보셔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무인기가 좀 꼬인 상황에 놓여서 별도로 회수할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화를 마친 중위와 소위가 답해달라는 것 마냥 리프를 바라보자 그가 곧장 답해주었다.
중위는 그의 답에 '그렇게 해'라고 답해주며 긍정적으로 고개까지 끄덕여주자 리프는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램프도어로부터 발걸음을 떼어내었고, 그런 그로부터 손목이 잡혀 운동이 정지당한 바이치는 다시 손을 움직여 램프도어를 닫아내었다.

그녀는 좀 더 장비되어 있는 무전기 가까이로 몸을 옮긴 후 '무전기 줘'라는 것 마냥 아무 말 없이 손만 건넨 상태로 홍과 잡담을 나누는 미첼의 손에 핸드마이크를 쥐어주었다.
미첼은 홍과의 대화를 금방 마치고 PTT버튼을 눌러 다시 대열을 이동시켰다.

그녀의 명령에 어수선하게 정차되어 있던 차량들이 출발하던 때와 같이 자연스레 순차적으로 정렬하며 모래바람이 일어나는 그 불안정한 도로를 밟았다.

"아, 이렇게 질질 끌꺼면 애초에 '탱고'를 보내는게 좋지 않아요?"
대열의 두 번째에 위치한 '3-델타'로 불리는 험비의 운전손잡이를 잡고 있는 '안'이 삼켰던 불평을 내뱉기 시작한 것 같더라.
그녀의 투덜임에 다섯 대원 중 제일 작은 신장의 '아리스'가 맞장구 쳐줬다.

"그 미셀인가 미첼이 멍청해서 그래, 육군 애들은 죄다 느려터졌다니까?"
"아리스가 일방적으로 비난만 하는 것 같았는데, 첫 교전 덕에 느려터짐을 제대로 느꼈어요."
"그래, 육군놈들은 전부 갖추고 싸워서 느린데, 심지어 가진 것도 어떻게 소모시키지 않을까 걱정뿐이라고, 정작 들이밀면 소모되는 건 적들 뿐인데 말이야"
"하, 도데체 어쩌다 해병이 저런 느림보들한테 배속이 된건지 이해를 못 하겠네"

"야, 그래도 육군놈들이 가진 광학장비 덕분에 우린 좋다고 안전하게 빵빵 쏠 수 있지 않니?"
"그러면 뭐해요. 안전하게 빵빵 쏴대는 것이라곤 헤링 뿐인 것 같은데."

"너도 그 중위 마냥 멍청하냐? 포탑에 장갑 아무리 덧대줘도 멀쩡히 보이는 곳에 맞으면 죽는 건 마찬가진데 말이야"
미엘르는 마냥 육군에 불만뿐인 두사람의 대화 속에서 장점을 들어내보았으나 곧장 안과 아리스의 협공에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에코'도 '알파브이(M1130CV)'마냥 같은 장륜장갑차던데, 걔네들은 무인포탑이래요?"
"같이 정비하던 네가 알겠지, 내가 알겠니?"
"이번 강하 때문에 포장하는 모습 좀 보니까 포탑 쪽에 변화가 있던거 같길래요. 혹시 아리스는 봤어요?"

"강하 이후엔 나도 미엘르처럼 본 적 없어, 정 궁금하면 무전이나 때리던가."

"…아리스말 따라서 진짜로는 하지마라"
조수석에서 창 밖의 풍경에만 집중하던 브라운이 차량의 무전기로 손을 뻗던 안을 포함한 왁자지껄한 세 명의 잡담을 침묵으로 덮어내었다.

"…그럼 거니(중사)는 '에코'들 포탑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셨어요?"
"아니, 너네들 신경쓰느라 볼 일 없지."
"궁금하지 않아요? '에코'쪽도 보니까 육군애들 물자 좀 공유받았다고 하던데."
"…'하수구'에 도착하면 구경하던가."
"우리 작전 구역까지 가는데 얼마나 더 걸리겠어요? 궁금하기만하네."

"하, 무전쓰면 사적으로 무전 사용했다고 그 덜떨어진 중위가 징계 어쩌고하며 잔소리하겠지."
"인마들아, 니들은 징계받아도 할 말 없어."
말을 멈춘 것 같았던 안이 그새를 참지 못하고 브라운에게 질문하였고, 와중에 궁금증을 위해 무전을 사용할 수가 없는 것에 불만인 아리스가 미첼을 다시 비난했다.

"으, 거니도 중위 만나더니 성격이 변했어, 그렇지 않아 젝?"
"…."
"아, 껌돌이, 또 대답없는 거 봐."
"몰라."
"대답 참 빠르네, 기왕이면 '에코'놈들 포탑 좀 구경해봐."
"…."

대답없던 젝이 포탑을 돌리는 듯이 마찰음을 울리며 사수의 발판 위에 올려진 자신의 발도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안이 운전에만 집중하는 잠깐 동안에 그의 대답이 없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좀, 포탑 어떻냐니까?"
"…브라보에 가려져서 안 보여."
"아, 망할 '박스브이'!"

"이야, '알파브이'나 '박스브이'는 장갑도 더 추가되어 있던데, 이거 뭣하면 '3-1'인 우리만 미끼삼아 버리고 가는 거 아냐?"
"제일 중요한 게 그 두 대인데 어쩌겠어요. 우리 팔자가 문제인거지."
"거니는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가 이대로 미끼로 버려지는 거."

"…미친개같은 니들을 풀어서 싸우고 되돌아오라고 뻔히 시킬거 생각하면 미끼는 애초에 해당도 안 되겠지."
"키야,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역시 거니야!"
"알았으니 운전이나 집중해라, 산만하다."
"아, 운전하기 싫어-"

브라운의 말에 안이 곧장 투정부리고는 자신의 PTT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세나, 우리 얼마나 더 가야되요?"
-"글세, 분대장님께 들어야겠지?"
"스미스, 우리 얼마나 더 가야되요?"
-"한 참 남았으니 손잡이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 Out"

분대장의 단호한 무전에 겨우 입을 닫은 것 같은 그녀가 또 다시 불만을 토해냈다.
"아, 다음에 멈춰서면 내가 디스플레이어 떼어서 가져버리기라도 해야지"
"그럼 네가 '3-찰리' 운전하던가."
"아! 그렇게되면 재미없는 스미스에, 찰리 부부에, 위장막 성애자까지 상대해야하니 내가 더 싫어요."
"그럼 여기서 운전만 집중해."
"거니, 제 손은 운전대와 변속기만 잡는다구요?"
"네 정신이 그렇지 않아서 문제지."
"아, 거니 또 날 믿지 못하네, 이 덩어리를 이렇게 잘만 굴리고 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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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9 12:55 | 조회 : 1,19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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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4517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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