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때? 멀쩡해?"
"예, 다행이 멀쩡합니다."

낙하된 위치 그대로 있는 차량들 중 상당히 뒷쪽에 자리 잡은 M-1130CV의 운전석에 앉은, 엘프를 떠올릴 법하게 뾰족한, 그러나 부드러워보이는 털로 뒤덮힌 귀를 소유한 '멜.일병(LCpl)'이 난장판 되어있는 객실에서 겨우 자리잡고 쉬는 것 같은 '홍.소위(SLt)'의 질문에 답하였다.

"헤링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난장판이겠네"
두 사람과 같은 것 같은, 그러나 정작 다른 색의 전투복을 지닌 '럼'이 열려있는 운전석의 해치로 고개를 내밀며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것 같은 내부를 살펴보았다.

"그럼 너희 둘 다 뒤로 와서 짐 좀 빼봐, 정리 할 수 있는 부분이라도 하고 있자"
말을 마친 럼 다음으로 다시 말문을 연 소위의 명령에 그는 '괜히 말했다.'라는 것 마냥 고개를 슬며시 저어내며 기대고 있던 차량으로부터 내려와 발걸음을 옮기고, 멜은 그런 그가 자리를 비켜낸 해치로 나간 뒤 발걸음을 뒤따라 옮겼다.

스트라이커의 개방되어있는 램프도어, 그 속으로 보이는 난장판은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보였다.
먼저 도착한 럼이 '어쩌지?'라는 것 마냥 볼을 긁적일때 도착한 멜이 당연하다는 듯이 물건 하나를 아무런 말도 없이 다짜고짜 꺼집어내기 시작하자 그가 팔을 황급히 뻗으며 그녀가 홀로 감당하는 무게를 나눠가진 뒤 조심스레 바깥에 그것을 내려놓은 뒤 입을 열었다.

"다른 것들은 측면에 기대어 세우자, 쌓았다가는 왠지 서로 박살날 것 같아"
"그래, 럼 말대로 가급적이면 서로 겹쳐서 쌓지는 마렴"

소위가 내부에서 물건 하나를 밀어내며 '여기 좀 봐'라는 듯이 럼의 말에 답하였다.
그런 그녀를 뒤늦게 본 멜과 럼이 홀로 허공에 튀어나온 그 물건의 끝자락을 잡아 조심스레 꺼내고는 차량의 측면에 기대어 세웠다.
방금과 같이 서로 얽힌 물건 중 빼내기 쉬워보이는 것을 소위가 밀어주거나 바깥에서 손쉽게 꺼내기 쉬운 물건들을 차례차례 꺼내는 와중에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애들아 나왔어"
작은 신장에 빠른 발걸음의 헤링이 자신과 비슷한 사이즈의 차량 바퀴를 지나쳐 모습을 들어내었다.
그 익숙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 소위가 자신의 PTT를 눌렀다.
-"헤링, 랜스(일병, 멜, 럼)들 좀 도와서 난장판 좀 정리해줘봐"

그녀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PTT를 두 번 누르는 것으로 말소리없이 답한 그가 난장판이 된 객실의 틈속으로 비집고 들어와 얼굴을 마주하였다.
"어…, 차장 해치로 나가주신다면 제가 여유롭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네 말대로 해치로 나가고 싶었단다."

헬멧을 벗어두고 좁은 그 속에서 땀을 흘리던 소위가 차장의 자리로 겨우 몸을 옮겨 머리 위의 해치를 열어낸 후 헬멧부터 바깥에 조심스레 꺼내고는 구부렸던 몸을 조심스레 이르키며 그 바깥으로 상체를 들어내었다.
해치 바깥으로 완전히 몸을 꺼낸 그녀가 차량의 좌측면으로 조심스레 내려온 뒤 헬멧을 쓰고는 자신의 배낭을 베게 삼아 차량의 그림자 속에 여유롭게 누워있는 소대장에게 다가가 앉았다.

"Sir, 저희가 제일 늦은 건 알고 계시는지 말입니다."
"난 제일 멀리 떨어졌는데?"
"Sir, 애들 좀 도우시지 말입니다."
"그럼 애들한테 효율적인 명령할테니 내 가방 좀 달아주라"
"…안됩니다."

매번 당연시 겪는 이런 상황에 어이없는 표정을 더 이상 꺼내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을법 함에도 불구하고 '힘이 빠진다.'는 표정을 보인 소위는 낮춘 몸을 다시 이르키고는 스트라이커의 램프도어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나 난장판으로 얽혔는지 몰랐을 물건들을 전부 들어낸 내부에 헤링과 멜이 차량이 지닌 전자기기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빛, 럼 쉬는 건 나중에 하고 물건들 일부는 외부에 고정시켜둬, 그리고 너희 장구류도 측면에 고정시키고"
"Sir, 바이치 이름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연스레 발음 하실 수 있는 겁니까?"

"쓸떼없는 소리말고 움직이기나 하자"
럼의 질문에 바이치가 그의 쉬고 있는 다리 위에 묵직한 짐 하나를 내려놓으며 질문을 가로막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럼이 그녀에게 옮긴 시선을 다시 소위에게 옮겨보자 소위는 '어서 움직여'라는 것 마냥 고개를 기울이며 표정으로 답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다리에 놓인 그 묵직한 짐을 들어낸 후 차량 위로 올린 뒤에 그 자신 또한 위로 올라섰다.

이런 짐을 맡긴 바이치에게 시선을 옮겨보니 그녀는 자신의 배낭을 낙하의 충격으로 외형이 고르지 못한 철망형 장갑과 차량 사이의 공간에 힘겹게 밀어넣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멀뚱히 바라보던 그가 다가가 거둬들어주며 말했다.

"거기서 좀만 받쳐들고 있어봐 고정해줄게"
그는 차량 측면에 수납이나 고정을 위하여 별도로 마련된 것 같은, 정렬된 구멍을 지닌 기다란 판에 배낭을 고정시켜본 뒤 '물러나봐'라며 배낭으로부터 그녀가 거리를 두게 하였다.
럼이 혹시나하며 조심스레 잡고 있던 손을 마저 치워보자 그녀의 배낭은 안정적으로 차량에 달려있었다.

"내 것도 좀 받쳐줘"
"그래"
그녀는 자기 것과 마찬가지로 럼의 배낭을 잠시 받아들었고, 그는 그녀의 배낭을 고정했던 것과 같이 자신의 배낭도 고정시키고는 아직 바닥에 뒹구는, 헤링의 네임태그가 붙은 가방 또한 함께 고정해준 뒤 차량에서 내려가고자 하체를 차량의 철망형 장갑에 걸쳐냈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그의 장단지를 '찰싹'하고 강하게 때렸다.

"힘들게 걸어내는 소대장은 챙기지도 않니?"
"아, 우측면만 보느라 죄송합니다."
"그래, 근데 다른 애들 가방은 다 잘 걸려있는지 확인해봤어?"
"지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마침 위에 있는 김에 가방들 확인해주고 나머지 짐들 네가 좀 고정시켜, 난 아직 확인 못 끝낸 것들 좀 만져야하니까"
어느세 내부를 다 정리했다는 것 마냥 사수석의 해치를 열고 나와있는 헤링이 무인포탑을 만지며 말했다.
'알겠습니다.'라고 그가 답하기 무섭게 외부에 남겨진 물건들을 멜과 바이치가 위로 올려주었고, 이를 받아든 럼이 차량 측면에 여유롭게 남아도는 끈들로 이를 고정시켰다.

"아휴, 들어오기 힘들어, 위는 다 정리된거야?"
"예, 럼이 늦장부린다면 다시 확인 하는 중인 것일테고, 알파브이의 기기들은 전부 정상적입니다."
'미첼.중위(FLT)'가 열려진 차장석의 해치로 고개를 꺼내며 태연하게 묻자 무인포탑의 정비를 마무리하는 것 같은 헤링이 답하였다.
그는 자신의 신장보다 해치와의 사이가 더 높은 좌석으로 조심스레 들어서고는 가까스로 해치를 닫는 것 마냥 잠시 낑낑거리며 겨우 그 두터운 것을 닫아내었으며, 그 모습을 끝까지보던 미첼도 고개를 차량 안으로 다시 넣고는 해치를 닫아낸 후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차는 정리 다 끝난거야?"
"아…, 멜이 혹시나하며 차량 외부를 다시 보고는 있는 것 외에는 끝마친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렇군'이라는 듯이 반응한 미첼이 객실에 설치된 무전기와 가까운 자리로 앉아선 뒤 핸드마이크를 잡아들고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마냥 버튼은 누르지 않고 그저 손으로 주물럭 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열려있던 운전석의 해치로 멜이 들어오면서 '잊은 것 없음!'이라고 말하자 미첼이 들고있던 것의 버튼을 눌렀다.
"'버니-3'가 소대원들에게, 3-1, HQ, 3-2, 에코, 탱고의 순으로 이동한다. Out"

그녀의 무전이 끝나기 무섭게 낡은, 그러나 두터운 장갑을 지닌 험비가 멈춰있는 차량 중 제일 먼저 앞으로 출발하였다.
그것을 뒤따라 비슷한 세월을 지닌 것 같은 험비가 따라 움직였으며, 해치를 닫아내었던 멜이 그 두 대의 뒤를 따라 스트라이커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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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8 17:55 | 조회 : 93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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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4517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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