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밀폐된 객실, 바닥은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그러나 단정하게 정렬된, 옅은 깊이의 구멍들을 지니고 있었다.
교체하지 않은 탓인지 누런 색을 지닌 형광등의 빛과 푸르고도 맑은 색을 지닌 형광등의 빛이 그 답답할 것 같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우웅'거리는 규칙적인 진동과 이에 반항하려는 것 같은 불규칙적인 진동이 외부로부터 흘러들어왔지만 바닥과 좌석에 앉아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잡담하는 이들에게는 큰 영향력은 없는 것 같았다.

램프도어와 제일 근접한, 맨 끝자락의 좌석에 앉아 잡담을 나누는 것 같은 두 승무원은 전체적으로 각진면을 찾기 힘든 둥그런 HGU-55/P를 머리에 쓰고 한 벌로 되어있는 것 같은 옅은 청녹색의 옷과 서로 다른 개인 장구류를 갖추고 있었다.


잠시 후 두 사람 중 한 명이 좌석에서 일어나 반복적으로 소리쳤다.
"전원 기상! 전원 기상! 강하 준비! 강하 준비!"


각기 비슷하게 착각될법한 무늬의 전투복, 그러나 세세하게는 다르게 생긴 전투복, 외피의 무늬가 다르듯이 장구류와 외견 또한 각기 다른 그들이 승무원의 외침에 어영부영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도 순식간에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것 마냥 자리를 잡았다.
이런 개성적인 이들의 공통점이라고는 같은 제품의 낙하산과 이것을 포장하고있는 가방 뿐, 승무원은 그런 그들에게 서로가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지닌 그것이 잘 정비되어 있는지 확인하라고 소리쳤다.


소리쳤던 그가 서로의 장구류를 확인하는 듯한 움직임이 점차 줄어드는 그들을 둘러본 후 다시 소리쳤다.

"낙하산 후크 걸고!"


그의 말에 다시 정렬된 이들이 낙하산을 개방하기 위한 줄의 끝에 달린 카라비너를 2m가까운 높이에 자리잡은 로프에 걸어내었으나 신장이 작아 걸어내지 못한 이들을 대신하여 소리친 승무원이 대신 걸어주거나 뒤로 정렬된 이들 중 손이 닿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대신 걸어주기도 하였다.

아직도 램프도어 측의 좌석에 앉아있던 승무원이 벽면의 조작기 버튼을 눌러 굳게 닫혀있던 램프도어를 개방하였다.


그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혹시나하며 로프와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그것을 둘러보던 승무원이 여유롭게 앉아있는 이의 반대편에 멈춰서고는 '뛰어내려라!'는 듯한 수신호를 보이며 소리쳤다.
"강하! 강하! 강하!"

그의 소리침에 따라서 두 줄의 로프로부터 한 명씩 개방된 램프도어의 끝자락을 밟아내며 저 멀리 넓다란 허공 속으로 뛰어들었다.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옅은 구름이 그늘져 있으나 모래바람과 먼지만이 나뒹구는 고요한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평야, 이 고요함을 갑작스런 굉음으로 깨트리며 미공군의 A-10A 2기가 모습을 들어내었다.
순식간에 평야를 지나친지 얼마 안되어 곧바로 같은 방향에서 모습을 다시 들어내었다.

다시 모습을 들어낸 이후로도 증폭된 굉음은 줄어들 생각을 않는 것 마냥 유지되는 것 처럼 울려졌다.
저 멀리 두 기가 다시 모습을 들어낸 뒤 얼마안되어 같은 곳에서 두 기가 모습을 들어내었다.
아무래도 두 기가 한 조를 이룬 두 조가 일정 범위를 지속적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


삐빅
-"제우스가 빅버드에게, 강하지점이 확보되어있다. 부담없이 수행하도록. Over"
-"빅버드, 확인하였다. Out"


저 멀리 A-10A가 처음 모습을 보였던 방향으로부터 거대한, 그리고 서로 같은 모습의 수송기들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A-10A가 둘씩 편대를 이룬 것 처럼 맞춰오는 수송기 중 선두의 편대가 마치 착륙이라도 하려는 듯이 속도와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항공기는 수납된 랜딩기어를 꺼내보이지 않으며 자신의 크기에 비해 상당히 위험해보이는 저고도 비행을 선보이며 어느세 개방한 램프도어를 통해 커다란 물체들을 두 개씩 뱉어낸 후 안정적으로 고도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이를 바로 뒤에서 따르던 편대가 같은 방법으로 비교적 커다란 사이즈의 물체 하나와 앞의 물체들에 비하여 비교적 조그마한 물체를 두 개씩 뱉어낸 뒤 일을 마쳤다는 것 마냥 램프도어를 폐쇄하며 먼저 저 멀리 오른 선두를 따라 높게 비행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 항공기는 고도의 변화를 이르키지 않고 열어낸 램프도어를 통해 두 명씩 차례대로 다수의 병력들과 그 낙하산들을 허공에 흩뿌렸다.





휘날리는 바람을 듬뿍 머금은 낙하산에 도움을 받으며 허공으로 내던진 몸이 어느세 넓다란 지면과 맞닿을 것 같아 둥글게 몸을 숙여내며 훈련 중 항상 귀에 밖히도록 들은 예상치 못한 충격을 흘려내며 무사히 착지하였다.
그러자 머금었던 공기를 길게 뱉어내는 천이 시야를 뒤덮었다.

낙하산과 연결된 장구류를 벗어내고는 더위를 몰아넣은 그 천 속을 헤집으며 맑은 햇볕이 내리 쬐는 끝자락으로 나오고서야 겨우 발걸음을 멈춰 더운 숨을 내쉬었다.


"바이치, 너 혼자 낙하산 밖으로 나오면 끝이냐?"
더운 숨을 내뱉던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따라서 시선을 옮긴 곳에는 소형견종의, 아까 수송기 밖에서 함께 있던 그 부관이 자신과 같이 신체가 작은, 낙하산에 덮어진 대원을 햇볕아래로 유도하며 소리내었다.
그녀는 '아닙니다!'라고 답하며 자세를 낮추고는 소총의 조종간을 만지작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마워요. '핫도그'"
"뭘 이런걸로"
그의 별명을 태연하게 부르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같은 소형견종이자 비글인 '헤링'이 낙하산 밖으로 나오자 그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헤링은 뒤늦게 차린 정신으로 바이치 가까이 낮은 자세를 취하며 그녀의 시야에 주로 닿지 않을 법한 곳을 바라보며 소리내었다.

"미첼 어디갔어?"
"안 보여, PCL(부소대장)은 보여?"
"나도 두 사람 다 보이질 않네, 후각으로 찾아야지"
그가 바닥에 꿇었던 무릎을 들어올리며 짧막한 다리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낮은 자세를 취한것과 별달리 차이 없어보이지만 상당히 재빨라진 그를 놓칠 수 있기에 바이치 또한 몸을 이르키고는 재빠르게 그의 뒤를 쫓아갔다.

평야라고 하기에는 낙하 범위가 넓고 그렇게 깨끗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복잡하게 얽힌 낙하산과 대원들 사이로 소대장을 한 눈에 찾기란 힘들어보였다.
그러나 헤링이 후각으로 익숙하게 느끼는 향을 따라 그녀 또한 쫓아가보니 소대장이 자기자신을 겨우 가릴 법한 바위의 그림자 속에서 하이드로백 튜브 끝의 벨브를 입에 물고는 어서오라는 것 마냥 손짓하였다.
그녀가 환영을 하는 것이든 지시를 하는 것이든 결국 그녀를 중심으로 빠르게 뭉쳐야했기에 두 사람은 주변을 크게 둘러보지 않고 여유롭게 유지하던 것보다 빠른 발걸음을 굴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수화기 줘봐"
헤링과 함께 그녀 가까이에 앉아 주변을 경계하듯 시선을 옮기려던 바이치가 갑작스레 재빠르게 보인 움직임 때문에 헐떡이는 숨을 뱉어내며 그녀가 요구하는 수화기를 잡아들어 건네었다.
그녀는 수화기를 받아들으며 자신이 입에 물고있던 고무 벨브를 '마셔'라는 듯이 흔들며 건네주었고, 헐떡이던 그녀는 차분히 숨을 돌린 뒤 그녀가 건네준 벨브를 입에 물고는 조심스레 빨아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마저 보고서야 아직 누르지 않은, 송신을 위한 수화기의 PTT버튼을 누르고는 소리내었다.

"'버니-3'가 모든 분대에게, 무전상태를 확인 중이다. Over"
-"'3-브라보', 수신확인 Over"
-"여기는 '3-찰리', Copy Over"
-"'3-델타'가 확인하였다. Over"
-"'3-폭스트롯'이 확인하였다. Over"
-"'3-골프'가 확인하였다. Over"
-"'3-줄리엣' 확인되었다. Over"
-"'3-로미오', Copy Over"
-"'3-마이크', Copy Over"
-"'3-노벰버'가 '3-알파'에게, Copy Over"
"'버니-3'가 모든 분대에게, 각 분대원간 무전상태를 확인 후 대기할 것, Out"


말을 마친 그녀가 아직도 튜브 끝을 입에 물고 있는 바이치의 볼을 수화기로 밀어냄과 동시에 그녀의 입이 독차지하였던 벨브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와 한 번 들이키고는 말을 꺼내었다.
"우리 무전은 바이치가 상태 확인하고, 스트라이커 좀 일로 가져오라 그래"


그녀에게 벨브를 되돌려줌과 함께 받아들은 수화기를 제자리에 걸어내며 '그러겠습니다.'라고 답한 바이치는 분대원간에 사용하려고 둔 별도의 무전기를 만지며 수신을 물었고 같은 대원간에 포함되어있으면서도 우선시되는 소대장 '미첼'이 마주보는 시선을 아직도 유지하며 자신이 지닌 무전기의 PTT버튼을 누르고 답하였다.


"여기는 '3-알파-5', '3-알파'대원들은 다들 송수신이 양호한지 Over"
"니예에, '3-알파-1', Copy Over"
-"'3-알파-2', Copy Over"

어디있는지는 모르나 깨끗하게 들리는 부소대장의 답장을 다음으로 함께 있는 헤링이 바로 옆에서 PTT를 누르며 '3-알파-3, Copy Over'라고 말을 마침과 동시에 힘주고 있던 손가락을 치우자 그 다음인 '3-알파-4'와 '3-알파-6'의 순탄한 송수신을 받을 수 있었다.

"'3-알파-5'가 '3-알파'대원들에게, 전원 송수신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하였다. Out"
그녀가 말을 마치며 더 볼일이 없다는 것 마냥 '아웃'을 외치기 무섭게 '삐빅'이는 수신음이 달려들었다.
"'3-알파-1'이 '버니-3-알파'에게, PL이 자리잡은 위치로 이동바람. Over"
-"'3-알파-2'가 '3-알파-1'에게, 강하 후에는 보병이 먼저 정렬하기로 하였습니다. Over"
"'3-알파-1', Copy Out"


말을 마침과 동시에 버튼에서 손을 떼어낸 그녀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것 마냥 손을 허공에 들려놓은 한 참 후에야 바위에 기대두었던 소총을 들어올리며 헤링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버니-3-알파'를 한 방에 찾아야한다. 헤링"
"…한 방에 찾을 자신은 있습니다만 분명한건 제일 멀리 떨어진 차량이라서 저희가 뛰어왔던 방향으로 되돌아 가셔야합니다."
"가뜩이나 기운없는데 더 기운없게 만드는구나, 가기나 하자 잔소리 덜 듣고 싶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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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8 17:55 | 조회 : 1,007 목록
작가의 말
nic4517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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