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장님?"
"…대장님."
"소대장님!"

몽롱한 정신 속에서 자신을 언급하는 듯한 단어를 어렴풋이 흘려듣던 호칭의 주인공이 큰 외침에 뒤늦게 반응하듯 이제서야 굳게 닫고 있던 두 눈꺼풀을 열어 당장에 보이는 벽면을 눈 속에 담아내었다.
소대장이라 불린 그녀는 정리되지 않은 머리를 긁적이며 상체를 이르킨 뒤 자신을 불러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시선을 옮겨 답하였다.

"어, 으응? 왔어?"
"어서 장구류 챙기셔야 합니다."
"에이, 아직 출발하기 전에 맞춰둔 알람 안 울렸어, 그러니까 나 좀만 더 잘게"
"혹시 저 바닥에 망가져있는 시계의 알람을 기다리시는 것이라면 수리전까지는 그 소리는 듣지 못하실 것 같으신데 말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찾던 이의 대답에 다시 잠겨가던 눈을 번뜩이고는 시계를 찾아 고개를 마구 휘젖더니 망가진 그것이 시선 속에 담겨지자 찡그린 표정을 보이며 소리쳤다.
"하, 빙고 불러!"

그녀의 목소리에 칼같이 '여기 있는데요.'라고 답한 그가 바닥에 마구잡이로 섞여있는 장구류를 정리하듯 뒤적이는 와중에 얼굴을 슬며시 마주한 뒤 다시 그것에 집중하였다.
"그래, 마침 있었으니 내 시계 좀 고쳐주렴"
"어, 그전에 부소대장님 눈치 좀 보셔야겠는데요?"

"그래? 무슨 일로 왔었지?"
그녀의 반응에 부소대장이 허탈하다는 것 마냥 힘주었던 어깨를 내리며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벌린 입을 움직였다.

"소대원 모두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송기 출격까지 앞으로 'ETA-1-7-마이크(남은 시간 17분)'입니다."
그 대답을 들은 소대장은 이제야 정신이 번쩍들었다는 표정을 보이며 말을 마친 그 입으로 시선을 옮긴 후 멍하니 벌리고 있던 입을 움직였다.

"'버니-3-알파'는 벌서 실린거야…?"
그녀의 물음에 부소대장이 '네'라고 답하자 그녀는 '빙고'라 불린 중사가 정리하는 장구류 위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으아아! 도데체 왜 내 것들은 아직도 내 방에 이렇게 퍼져있는거야!?"
"그야 소대장님이 아까부터 정리해놓을테니 나중에 오라는 말만 반복하셔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요."
"지금 농담이나 할 때가 아니라고 중사! 어서 빨리 이거 다 챙겨!"

"Sir, 그가 최소한으로 챙겨놓은 것이라도 장비하고 어서 가셔야 합니다."
"안돼! 이거 다 가져가야 된다고!"
"Sir, 그러기엔 이미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그만하고 어서 입으셔야죠. 다른 애들 차량까지 빌리면서 왔으니 어서 가야되요."
소대장의 난장판 속에서 빙고가 태연하게 그녀의 네임태그가 붙어있는 상의를 들어 허공에 축 늘어진 그것에 그녀의 팔을 넣어준 후 반대 팔 또한 넣어주었다.
그녀는 부소대장에게 투정부리면서도 입혀진 상의를 차분히 다듬은 후에 빙고가 들어낸, 자신의 네임태그가 당연하다는 듯이 붙어있는 바디아머에 머리부터 집어넣었다.
소대장은 언제 멈출지 모를 투정을 계속 부리며 바디아머 내부의 벨크로를 고정하고는 허공에 덜렁거리는 바디아머의 오른편 옆구리를 조정하였고, 그런 그녀의 투정에 같은 말만 반복하는 부소대장이 반대편 옆구리를 조정해주었다.

그런 두 사람을 등지고 소대장이 난장판 쳐놓은 것들과 달리 별도로 미리 분류해놓은 것 같이 정리된 짐들을 빙고가 어깨에 짊어지며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소대장은 난장판이 되어있으나 챙겨가고 싶은, 방치된 자신의 물건들을 계속 바라보다 이내 부소대장에 이끌려 이제서야 건물 밖으로 모습을 들어내었다.





"그래서 망할 PL(소대장)은 언제 오는데?"

걸걸하면서도 탁한 성인의 목소리와는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어린아이 같은 신장을, 좁으면서도 빠른 발걸음을 보이는 이가 자신과 같이 곧장 싸울 것 마냥 무장한 상태로 의자에 앉아 거대한 수송기만 멀뚱히 바라보는 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는 '글세?'라는 것 마냥 어깨로만 답하였고,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다른 이가 물었다.

"근데 서전트(부관)님은 헤링과 같은 소형견종이신데 나와계셔도 괜찮아요?"
"왜, 내가 나와있는 모습이 보기 싫냐?"
"아뇨아뇨, 아까 빙고가 말한 것 처럼 미리 들어가 계시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기럭지를 폼으로 달고 다니는 너보단 내가 더 빠르니 걱정마라"

누가봐도 개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머리에 짧은 신장과 짝을 이루기 위한 것 마냥 짧막한 팔다리를 지닌 그가 콧대를 세우려는 것 마냥 고개를 들쳐올리며 질문한 이를 비꼬아 답해주었다.
그런 그가 말을 마치기 기다렸다는 것 마냥 소리없이 어깨로만 답하였던 이가 무언가를 본 것 마냥 시선을 고정한 상태로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그래도 멀리서 자기 대원들에게 이끌려오는 PL을 바이치가 너보다 더 빨리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워낙 둔해서 나보다 먼저 본다한들 움직임은 거북이들 마냥 느릴텐데 말이야"

"그거, 종족 차별이시거든요?"
"비유가 그렇다는거지 멍청아"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다시 굳건히 입을 다물었던 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전술 헤드셋만 쓰고 있던 머리에 헬멧을 뒤집어쓰고는 당장이라도 이빨로 힘껏 물어낼 것 마냥 으르렁 거리던 소형견종의 바디아머 후면을 잡아 끌어내었다.

"제가 먼저 들어갈게요!"
"넌 나 못 이긴다! 이거 놔 봐!"
슬며시 붙잡혀 끌려가던 그는 자신에게 비꼬였던 바이치가 공수를 바꾸어 비꼬는 것 마냥 발걸음을 가볍게 옮기는 모습을 보이며 유독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성질이 일어났다.
그녀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내던 그가 이르켜진 성질을 부리며 자신을 잡고 있는 손으로부터 벗어나 좁은 폭의, 그러나 재빠른 발놀림을 보이며 수송기로 향하는 바이치의 뒤를 바짝 쫓았다.

실려온 차량으로부터 내린 소대장과 부소대장, 그리고 소대장의 짐을 대신 짊어진 빙고가 마침 들어서는 두 사람을 다음으로 여유롭게 램프도어를 밟아 들어서며 비어있는 좌석에 앉았다.
제일 마지막으로 걸어온 이가 수송기의 램프도어에서 아직도 정리된 소식을 전달받지 못한 것 같은 승무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멈췄던 발걸음을 마저 내부로 들어섰다.

"브라운, 저쪽 애들은 다 있다던?"
좌석에 먼저 앉은 소형견종의 부관이 닫히는 램프도어를 배경삼아 옆좌석에 앉는 그에게 물었다.

"어, 승무원이 무전으로 확인해보니 저쪽은 여전히 끝마친지 오래라더군"
그의 대답에 소형견종의 부관은 아직도 부소대장에게 투정부리는 것 마냥 입을 닫지 않는 소대장을 흘깃 바라보며 답하였다.
"시간 허비했으면서 지각은 안 했으니 당당하게 부소대장한테 떼쓰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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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8 17:54 | 조회 : 907 목록
작가의 말
nic4517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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